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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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모든 진실이 언제나 우리 눈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어떤 의도적인 음모에 의해 진실이 아닌 내용으로 조작되거나 왜곡되어, 사실과는 다른 정 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가게 하여 그것이 마치 사실인 것인 양 둔갑하여 엉뚱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물론 이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것이 어느 한 개인의 삶과 결부되어 앞으로 남은 인생에 있어 좌지우지할 정도의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보면,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느 사회에서든 마찬가지로 죄를 지었음에도,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당당히 살아가는 이가 있는 반면에, 성실한 삶을 살아왔음에도 변호의 힘을 받지 못해, 억울한 죄의 굴레를 뒤집어쓰고 고통 속에 살아가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더러 있게 마련이다. 특히 요즘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간혹 우리 사회에 버젓이 행해지고 있음을 볼 때,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는데 너와 내가 따로 있을 수 없으며, 그래서 무엇보다 이러한 가치를 추구하려는 사회구성원들의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작품은 존속에 대한 살인혐의를 받고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어, 사건경위에 대하여 주변 인물의 조작된 허위 증언과 경찰수사의 부실화가 서로 맞물리면서, 결국 법원 사형선고에 처하게 된 한 여인이, 죽음을 눈앞에 둔 절망의 끝에서도 자신에게서 믿음을 잃지 않고, 마침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반전이 돋보이는 미스터리 추리물이다. 삶과 죽음이 마치 종이 한 장처럼 느껴지게 하는 드라마틱한 과정을 절묘하게 그려낸 이 작품의 작가는, 사실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거의 무명작가나 다름없어 보이지만, 2011년 나오키상을 수상했던 미치오 슈스케가 이 작품에 대해 그 누구와도 공유하고 싶지 않은 전설의 걸작으로 평할 만큼, 자국 내의 평단으로부터 상당한 호평을 받았던 작품으로 알려져 있어,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한번 관심을 가지고 주목해볼 만한 작품으로 여겨진다.

작품의 전개과정을 보면 소설 속 주인공 미미는, 자신의 시아버지를 살해했다는 명목으로 법원으로부터 최종적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유치장 안에 있는 자신을 찾아온, 자신에 남편과의 안타까운 면회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주인공 미미라는 여성은 한때 결혼 전 어느 스트립 바에서 춤을 추는 무희로서의 삶을 살았지만, 어느 날 그곳을 우연하게 찾아온 재벌가의 외동아들이자 남자의 눈에 들게 되었고, 그의 계속되는 열렬한 구혼 끝에 마침내 결혼하기에 이른다. 사실 그녀의 남편은 재벌의 아들이긴 했지만, 삶의 목표가 없는 아버지의 돈으로 무위도식하며 방탕한 생활을 즐기던 자였으며, 자신은 스트립 댄서로서 일반 사람들의 인식으로부터는 사실상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사회 통념상 조금은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이들의 결혼을 두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 언론에서 당연히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으며 부정적인 시각들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그러한 우려와는 달리 이전의 그러한 삶에서 벗어나 서로의 사랑을 바탕으로 누구의 힘에도 의지하지 않고 노력하는 삶을 살고자 했다. 하지만 이들이 원했던 희망적인 삶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그것은 시아버지의 저택에서 남편과 함께 거주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자신의 시아버지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는 이유에서다. 경찰 조사를 따르면 사건의 여러 정황으로 보아 외부 침입에 의한 것이 아닌 당시 사건장소에 있었던 내부 사람에 의한 타살로 보이며, 결국 사건 주변 인물들의 증언에 의해 미미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용의자로 체포되어 구속된다.

이 작품은 다른 무엇보다도 이야기의 중반 이후로 등장하는 반전의 묘미를 극대화하여, 허위증언에 의해 가려진 진실을 찾아가는, 그래서 독자들로 하여금 사필귀정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더불어 담고 있는 작품의 내용으로 볼 때, 선의에 의한 행동이 때로는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과 그리고 자그마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결과적으로는 엄청난 비극을 부를 수도 있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기도 하다. 특히 이 작품은 사건전개에 있어 핵심적인 중요사항만을 깔끔하게 다루어 군더더기가 별로 없는데다가, 영화 ‘귀여운 여인’ 생각나게 하는 인물들의 독특한 설정도 눈여겨볼 만하다 하겠다. 재벌가의 방탕한 외아들과 스트립 댄서가 서로 만나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면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기대하지만, 사람의 일이란 것이 언제나 생각하고 의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이 작품에서 우리가 주목해봐야 할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좌절과 절망에 직면하고 있다 해도,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말고 자신을 믿고 이를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밀한 반전의 설정에 의해 대역전극이 펼쳐지는 이 책에 독자들의 관심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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