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반전에 의한 재미와 스릴이 돋보이는 작품

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권혁준 옮김 / 해냄 / 2011년 8월

추리 소설이 독자들로 하여금 재미있게 느껴지게 하기 위해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 중 하나는, 작품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의 흐름에서 책을 읽는 독자들이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이를 유지시켜 주는 일이다. 사실 이 소설은 개인적으로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던 작품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탄탄하고 안정적인 스토리를 배경으로 빠른 전개와 그 안에서 펼쳐지는 스릴의 묘미는 물론이고, 결말부분에서의 섬뜩하고도 충격적인 반전의 내용을 담고 있어서, 시종일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할 만큼의 상당한 흡입력을 지닌 작품으로 기억된다. 따라서 장르 소설을 좋아 하는 독자들이라면 관심을 가지고 한번 읽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물론 같은 장르라고 하더라도 독자들마다 선호하는 부분은 저마다 각기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추리 스릴러물이 지녀야 하는 거의 모든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는데다가, 담고 있는 내용 자체가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흔히 겪게 되는 인간관계의 문제를 사실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어, 독자들이 대중성과 문학성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대단한 역작이 아닐까 싶다. 특히 작품이 발표되자마자 영화 판권이 먼저 팔렸을 정도이며,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단숨에 유명작가의 반열에 올랐다고 하니, 작품의 그 완성도가 어느 정도 일지는 독자들이 쉽게 가늠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 작품의 전개내용을 살펴보면 두 가지 별개의 이야기가 교묘하게 맞물리면서 시작되는데, 먼저 등장인물 중 주요 인물이 되는 두 딸의 엄마이자 범죄 심리학자 ‘이라자민’은 폴리아모리 증상(독점하지 않는 다자간 사랑)으로 고통을 받다가 결국 자살을 택한 큰딸의 갑작스런 행동과, 그러한 죽음의 원인제공자가 엄마에게 있다고 비난하는 작은 딸의 심한 모욕이 지속되자, 그녀는 더 이상 삶을 살아갈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자살을 결심한다. 한편 그와 동시에 다른 한쪽에서는 정신과 의사이면서 사랑하는 자신의 약혼녀가 어떤 음모에 의해 행방불명되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 ‘얀마이’라는 남자가 치밀한 사전 계획으로 방송국의 방송실을 점거해 일곱 명의 인질을 볼모로 광기의 인질극을 벌이게 된다. 그리고 화재와 같은 불의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어떤 외부의 침입이 막기 위한 방송국 건물의 비상 장치를 이용해 모든 입구 경로를 폐쇄한 뒤, 그는 자신에 약혼녀의 행방을 찾아 데려오라는 요구조건을 내건다. 그리고는 자신의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인질범을 차례대로 살해하겠다는 협박에 나선다. 이어서 그는 또한 경찰이 강제 진압에 나설 경우를 대비하여, 이미 자신의 몸에 폭탄설치를 해놓은 상태에서 경찰과 첨예한 대치 상황을 벌이며, 급기야는 이를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일반시민들에게 알리기 시작 한다.

도시 한복판에서 캐시 콜 라운드라는 게임을 통한 황당한 인질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약물을 통한 자실시도를 목전에 두고 있던 이라자민은, 한때 경찰특공대에 팀장이었던 동료 괴츠에 의해 강제적으로 납치되다시피 하여 인질극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으로 오게 된다. 난데없이 갑작스레 끌려오게 된 그녀는 이후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인질범과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한 협상에 나서게 되는데, 협상의 진행 과정에서 현재 잡혀 인질 중에 자신의 딸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에 사로잡힌다. 그렇지 않아도 큰딸을 잃게 된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죄책감에 시달렸던 그녀는, 만약 협상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할 경우, 자신의 작은 딸까지도 어이없는 죽음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해 피가 마르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런데 그녀는 협상을 통한 인질범과의 여러 차례의 전화 대화에서, 이 사건이 단순한 인질극이 아닌 사전에 어떤 음모가 계획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짙은 의혹을 품게 되고, 이를 밝히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놀랍고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인질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이 작품은 마음의 상처를 입은 두 주인공을 내세워, 심리스릴러로서의 재미와 스릴을 극대화 하면서도, 인간관계에 담긴 실존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기존의 이와 비슷한 작품들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다. 더구나 독자의 입장에서 책의 내용을 읽고 곧바로 선명한 이미지로 떠올릴 수 있을 만큼의 간결하고 사실적인 묘사와, 첫 페이지에서부터 결말까지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숨 막히는 긴장감은 이 작품의 압권이라 할 수 있겠다. 어느 날 갑자기 홀연히 아무런 이유 없이 자신의 연인이 사라지고, 그런 연인을 찾아 나서다 알 수 없는 음모에 휘말려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 망가진 채로 막다른 골목에 서게 된 한 남자의 애절한 절규와, 반면에 자신의 적절하지 못한 대응으로 첫 딸아이를 잃어버리고, 힘겨운 삶을 유지하며 기구한 운명을 살아가던 한 여인이, 인질이 되어버린 둘째 딸아이를 구하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이 깊은 인상에 남는 이 작품은, 전개 내용에 따른 극적인 재미 외에도, 때로 소통 불능으로 인해 남모를 갈등을 겪으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분분을 예리하게 포착해내어 이를 어떻게 해결해 갈 것인가를 독자들에게 묻고 있기도 해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적잖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나 싶다. 치밀한 구성과 충격적이고 놀라운 반전의 묘미를 담은 이 작품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즐거운 독서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