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차일드
팀 보울러 지음, 나현영 옮김 / 살림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국내 독자들에게는 이미 <리버보이>,<프로즌 파이어>와 같은 작품으로 서정적인 분위기를 바탕으로, 미스터리한 묘사와 감동적이고 깊이 있는 문학을 선보였던 영국의 대표적인 청소년 문학 작가 팀 보울러가 이번 ‘블러드 차일드’라는 작품으로 독자들의 곁을 다시 찾아 왔다. 그의 기존 작품들을 한번 이라도 읽어 본 독자들이라면 알겠지만, 작가의 작품 속 특징 중 하나는 주인공 대부분을 십대들로 내세워, 그들이 거짓과 폭력이 난무하는 암울한 현실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상처와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작품 속에 녹여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 역시도 그런 점에서 본다면, 기존의 그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었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연약하고 순수한 마음을 지닌 한 소년의 눈을 통해, 일방적이고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어른들의 권위적인 행태를 비판하며, 아이들을 바라보는 기성세대들의 편견과 오만함을 일깨우는, 주인공의 가슴 아픈 현실을 밀도 있게 그려내고 있어서 독자들이 나름 기대해도 좋을듯하다. 특히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 긴장감과 속도감이 넘치는 환상적인 스릴은 물론이고, 결말 부분에서의 예상할 수 없는 반전의 내용은, 작품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충분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주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작품의 주요 배경은 해안가의 어느 작은 마을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순수하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비춰지지만, 사실 그 안에는 불행한 아픔의 상처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주인공 윌은, 어느 날 한적한 도로위에서 뺑소니에 의한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는데, 다행히도 그곳으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이름 모를 한 소녀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살아나게 된다. 그러나 그에게는 당시의 충격적인 사고로 일부의 과거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과, 또한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상한 환영에 사로잡혀 스스로 집착하게 되는 혼란스런 상황을 맞이한다. 하지만 묘하게도 시간에 관계없이 불현듯 나타나는 그의 눈에 비친 환영은 단순한 정신착란에 의한 것이 아니며, 자신에게 무언가를 암시해주고 있다는 강한 느낌을 받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러한 환영은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의 불행한 사실과 깊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고,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오히려 그를 미친 소년으로 취급하는 예상치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그는 자신의 눈에 아련하게 떠오르는 환영에 의한 기이한 행동을 벌임으로서, 자신의 부모까지도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사태를 불러오는 가운데서도, 분명 마을에 어떤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감지하고 그 진실이 무언지를 파헤치는데 몰두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괴한들로부터 갑작스런 습격을 당하면서, 누군가 자신의 목숨을 노린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주인공 윌의 눈에 또렷하게 비치는 두개의 환영들, 즉 바다의 어느 지점에 펼쳐져 있는 핏빛 기운과 그리고 푸른 눈을 가진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과 목소리는 과연 아름다운 해안 마을 헤이븐스마우스의 어떤 비밀을 암시하고 있는 것일까. 기억을 잃은 소년 윌은 자신에게만 나타나는 그런 기이한 현상들은, 훗날 결국 교묘하게 은폐된 마을의 끔찍한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데 있어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작품은 하나의 명확한 범죄사실을 바탕으로, 서정적이면서도 몽환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섬세한 묘사가 가미되어, 판타지 문학과 추리문학이 결합된 마치 독자들이 새로운 장르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더구나 책의 첫 페이지에서부터 진행되는 스릴의 요소는 결말의 부분까지 지속되고 있어 책 속으로의 흡입력 또한 상당하지 않나 싶다. 그러나 작품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본격적인 내용이 등장하기까지, 앞의 설정 부분이 너무 길게 전개되어 있어, 자칫 지루하게 느껴지는 반면에 결말 부분은 너무 급속하게 흐르고 있어 전체적인 구성면에서 본다면 다소 미흡함이 있지 않나 여겨진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해안 마을에는 자신들의 탐욕을 위해 일부 어른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끔찍한 일들이 은밀하게 감추어져 있다. 이 사실을 우연하게 알게 된 한 소년은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한걸음 다가서지만, 이를 덮으려는 세력들은 이를 가만 두려 하지 않는다. 잔혹한 어른들의 세상에 노출된 위기의 아이들 모습을 충격적으로 그려진 이 작품은, 기성세대들의 추악한 면을 표면에 드러내고 있어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소설로 다가서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으면서도,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작품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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