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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 팻, 비만과 집착의 문화인류학
돈 쿨릭.앤 메넬리 엮음, 김명희 옮김 / 소동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비만에 관한 관심과 인식들은 불과 20년 전만 해도 우리에게는 다소 낮선 것이어서, 이를 위해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조절을 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이루어지고 이에 따라 우리들이 주로 먹게 되는 음식에 대한 변화, 즉 고열량, 고칼로리의 식단으로 바뀌면서, 우리나라의 비만 인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조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8년 사이 우리나라의 비만 인구는 4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그 범위도 예전에는 성인에 한정 되어 있던 것이, 점차 소아, 청소년을 비롯한 20대 미만으로 확대되어가는 추세여서 요즘 우리 사회에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그럴까 우리 주변에 온통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 프로그램이나, 약품에 관한 광고들을 흔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근래 들어 다이어트 열풍이 부는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비만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들은 긍정적이기 보다 부정적인 측면들이 훨씬 많아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들은 우리의 사회 속에서 일종의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듯하다.
비만은 의학적으로 단순하게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을 의미 하는 것이 아닌, 체내에 과다하게 많은 양의 체지방이 쌓여 있는 상태를 말하며,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영양분에 비해 에너지 소비량이 적을 때, 체내에 남아 있던 여분의 에너지가 지방의 형태로 쌓이는 현상이다. 그러나 사전적의미로 보면 비만을 나타내는 영어 단어 ‘fat’에서 가리키듯 살찐, 기름진, 풍부한, 비옥한, 유리한, 지방, 기름, 비만, 살, 윤택’ 등의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이와 같은 다중적인 의미에서 보듯 다양한 문화의 아이러니가 존재하는데, 이 책은 fat이라는 단어가 지니는 여러 측면에서의 문화내용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어, 독자의 입장에서 관심을 가지고 주목해 볼만하다.
브라질에서 중산층의 여성들은 자신의 월급보다 더 많은 비용을 들여가면서도 살을 빼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있어 지방은 빈곤과 유색인종의 상징처럼 인식되어 있고, 지방을 뺀다는 것은 백인상류층에 가까워진다는 의미를 뜻하기 때문이다. 또한 스웨덴의 10대들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화제 중 하나는 얼마나 날씬해지질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인데, 그들 사회에서 비만은 치욕 이상의 것으로 인식되어 심지어 인간관계에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도 하다. 반면에 서아프리카에 있는 니제르의 여성들은 비만적인 몸매를 최우선으로 삼고, 이를 아름다움과 성적 매력의 표현이라고 믿는다. 결국 위의 예를 통해 비만은 문화권에 따라 혐오스러운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고 미학과 탐닉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우리는 알 수 있다. fat의 또 다른 의미와 관련하여 이탈리아에서 많이 생산되는 올리브유는 섹시하고 고급스러운 기름으로 인식되며, 지방만으로 이루어진 돼지비계는 그들의 최고급 요리 중 하나로 간주 되고 있어, 팻은 때로 음식재료로서 지역문화를 반영하기도 한다. 한편 미국 하와이에서는 대체적으로 선진국에서 혐오하는 스팸(돼지고기통조림)은 원주민의 소속감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지역 요리의 귀중한 재료가 되었는데, 이것은 미국 본토인과 관광객들에게 밀려 하층민이 된 하와이 원주민들의 저항과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저항과 비판으로서의 팻 문화가 바탕에 깔려 있음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팻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관련하여 다양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어 독자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이 책은 지방(fat)을 주제로 하여 다양한 문화적 산물들을 소개하고 있어, 독자들이 팻 문화에 대한 인식의 폭을 크게 확대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게 여겨지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팻 문화와 관련하여 그 바탕에 편향적이지 않은 시각을 견지하고 있어서 문화의 상대성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뚱뚱하다는 이미지는 우리 사회에서 대개 게으름, 탐욕과 같은 좋지 않은 비유적인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그래서 만약 누군가로부터 자신에게 뚱뚱하다는 말을 듣게 되면 아마도 이를 반갑게 받아들일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뚱뚱하다는 것이 의학적인 면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고려되어야 할 문제점이긴 해도, 그것이 과연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거나 심지어 혐오스런 것으로 간주해버린다든지, 반대로 뚱뚱한 사람의 입장에서 살이 쪘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으로부터 수치심을 느껴야 할 만큼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팻(비만)의 광범위한 의미와 인식을 한데 모아, 그것에 관하여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다양한 차원에서 지성적으로 사고해보고자 했다. 따라서 독자들이 팻에 관한 여러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이 책의 내용을 통해, 팻에 대한 유연하고 폭넓은 인식의 계기로 삼았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