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가 세상을 지배한다 - 다윈의 자연선택론과 적자생존의 비밀
프란츠 M. 부케티츠 지음, 이덕임 옮김 / 이가서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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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두려움 앞에서 회피하지 않고 이에 당당히 맞서는 것을 용기라 부르고, 그동안 이를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덕목으로 간주하며 실천할 것을 강조해왔고, 반면에 이런 용기의 행동과는 달리 비겁한 행동이나 행위에 대해서, 그것은 기회주의적이거나 혹은 바보스러운 것으로 여겨 마치 부도덕인 것인 양 지금껏 치부해왔다. 그래서 목숨을 무릅쓰고 용기 있는 행동을 보인 사람들에게는 대개 영웅적인 인물로 취급하는 경향을 보이며, 상대적으로 용기를 내지 못한 비겁한 자에게는 많은 비난의 화살을 퍼붓곤 한다. 인류역사 이래로 자신의 목숨을 바쳐 용기 있는 행동을 보인 사람들은 많았다. 그리고 사후에 그들의 존재는 남아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우상으로 남았지만 정작 그렇게 용기의 희생으로 사라진 그들에게 있어서나 우리들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엄밀하게 이야기 한다면 그들의 안타까운 죽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그들이 남겨 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러한 행위는 자신의 삶을 존재를 부인하고 어리석은 행동을 표면에 내보임으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 어찌 보면 가치 없는 행동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한 반대로 타인에게 어떠한 해를 입히지 않았음에도, 단지 용감한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 과연 우리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행동양식인 것인지는, 우리가 한번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동안 용기를 내어 자신의 목숨을 버린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행위를 두고, 이에 대해 일부 동정의 여지는 있을지 모르지만 박수 받을 만한 실질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러한 행위들은 대부분 일부 지도자들이나 정치가들의 선동에 의한 것은 아닌지 예의 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늘날처럼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한 현실을 고려할 때, 그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구하고자 하는 사회가 오히려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는 진화론의 선구자 다윈이 주장했던 자연선택에 따른 적자생존의 이야기를 끌어들여, 우리 사회에서 적자라는 의미는 가장 용감하거나 겁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삶과 생존을 위한 전략을 갖추고 있는 개인으로 인식되어져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즉 살아남은 동물은 어떤 의미에서 생존에 유리한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지, 살아남기 위한 경쟁에서 언제나 강한 자만 살아남는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전쟁터에서 용감무쌍한 활약을 보였지만 결국 죽어간 병사들은 다윈의 주장한 적자의 관점에 보면, 이들의 행위는 그가 말한 적자라는 의미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예는 오늘 우리의 사회에도 얼마든지 많이 존재한다. 빠르게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린다든지, 혹은 가파른 협곡을 올라가거나 거센 물길에서 급류 타기를 하는 행위, 아무런 보호구도 착용하지 않은 채 격투를 벌이는 행위 등, 심한 경우 자신의 목숨을 잃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위험을 무릅쓰는 무모한 그런 행동을 하는 자들은 결코 적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그릇된 행위가 단지 용기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일반 사람들에게 오도되어 다른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한다면, 이는 차라리 하지 않은 것만도 못한 일은 아닐까 싶다. 결국 적자란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이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지, 무서움을 회피한 겁쟁이로 손가락질 받아야 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이성적인 힘에 의해 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지구상의 유일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인 생존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누구든 목숨을 담보하는 무모한 행위를 부추기고 이에 응하는 것에 대해, 그러한 행위가 합리적인 것이라고 말 할 수는 없을 것이며, 한편으로 용기라는 것으로 치장하여 이를 두둔해서도 안 될 것이다. 설사 그것이 다수의 타인을 구하기 위한 행위라 한다 해도 말이다. 따라서 그런 경우라면 우리는 철저한 겁쟁이가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이점에 있어 반드시 구별되어야 할 것은, 겁쟁이가 된다 하더라도 불의를 보고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해서 이를 외면하라는 것은 아니며, 또한 누군가에 의해 강압적인 힘에 의해 자신의 삶을 보존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타인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굴욕적인 복종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정도에서 멈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결론으로 우리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이기주의자가 아닌, 자아우선주의에 따른 도덕적 개인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다시 말해 자기중심적 삶의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병리적 이기주의를 부추기는 어떤 외부적인 힘을 거부하고, 개인적인 이익을 중요시 하되, 타인 역시도 그 다신의 이익에 따른다는 점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하며, 또한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타인이 상처 받지 않도록 배려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슬람의 일부 무장단체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이유로, 어린 아이들을 자살폭탄 특공대로 내몰고 있다고 한다. 극단적이지만 그와 같은 아이들의 용감한 행위가 아무리 애국심에 의한 자율적인 것이었다 해도, 그들의 죽음에 대해 영웅으로 떠받들고 칭송해야 하는 미덕이 아닌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반대로 그런 일을 거부한 어떤 아이가 있다고 한다면 그를 겁쟁이로 비난할 것이 아니라,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한대로 도덕적 개인주의에 따른 하나의 미덕으로 받아 들여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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