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트]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퀀트 -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한 수학천재들 이야기
스캇 패터슨 지음, 구본혁 옮김 / 다산북스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미국이 재정위기에 시달리며 이를 견디지 못하게 되자, 세계3대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 앤드푸어스(S&P)는 그들의 신용등급을 이전보다 한 단계 낮추었고, 이 여파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의 경제흐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면서 앞으로의 경제가 어떻게 전개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듯하다. 그런데 사실 현재 미국이 안고 있는 이러한 경제 불안의 배경에는, 2008년 발생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큰 연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태의 중심에 바로 퀀트들의 지대한 역할이 있었음에도, 이에 대해서 알고 있는 일반인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의 존재는 어떤 사람들이며, 그들은 어떻게 해서 그런 엄청난 일을 초래했을까 하는 것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데, 이 책은 이와 관련하여 지난 30년 동안 월스트리트를 장악하며 금융의 재앙의 씨앗이 된 그들의 성장과정을,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어, 퀀트들의 세계를 독자들이 알기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이들의 지나온 행적을 통해 수십 년에 걸쳐 얽히고설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인과관계를 보다 확연하게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그들이 어떻게 월가에 입성하여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자세하게 살펴보고, 더불어 금융시장에서의 퀀트들이 허와 실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을 좋은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했던 퀀트라는 용어는, 영어 Quantitative의 약자로 사전적 의미로는 ‘수량으로 잴 수 있는’을 뜻하는 말이지만, 금융과 관련해서는 컴퓨터를 통해 고도의 수학적 지식이나 통계를 이용하여 투자의 법칙을 알아내고 이를 토대로 금융시장에서 보통 투자를 행하는 사람을 뜻한다. 즉 퀀트들은 자신들이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동원해서 이를 분석, 가공하고 이를 단순화 시키고 공식화하여, 주식이나 채권 등을 거래하는 사람들이나 관련자들에게 그 결과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일부는 펀드를 조성하여 직접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퀀트 세계의 대부라고도 할 수 있는 에드워드 소프는 원래 수학자였지만, 그는 그런 자신의 수학적 지식을 이용해 카지노를 상대로 최적의 상태에서 베팅을 하는 공식을 알게 되는데, 이를 활용하기 위해 위험한 도박세계에서 발을 빼고 보다 안전한 금융자산의 투자에 첫발을 들여놓게 된다. 이후 그는 1975년 자신이 연구한 가격결정모형을 바탕으로 ‘프린스턴/뉴포트’ 라는 펀드를 조성해, 무려 20여 년 동안 연평균 15%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면서 금융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S&P 500의 연평균 수익률을 두 배 가까이 상회하는 것이어서, 이곳에 기반을 둔 투자자들은 다른 투자자들에 비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그가 투자자들로부터 각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위험을 회피하고 안전하게 돈을 벌 수 있는 투자기법을 고안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후 새로운 유형의 투자가인 네 명의 퀀트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전환사채 거래로 월가의 프로들을 압도한 켄 그리핀, 성공적인 헤지 펀드를 운용한 피터 멀러, 클리프 애스네스, 그리고 보아즈 웨인스타인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대부분의 퀀트들이 그랬듯이 이들 역시도 수학, 물리, 컴퓨터 공학 등으로 무장하여 월가에 차례로 입성하게 된다. 그들은 그곳에서 금융시장 안팎에 존재하는 여러 위험성들을 계량화하여 이를 파생상품을 만들고, 적절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투자의 안정성을 확보한 뒤에, 금융관련 컨설팅이나 솔루션을 제공하거나, 개인 및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금융 산업의 수익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엄청난 수익률을 올리며 엄청난 돈을 거머쥐게 기회를 잡는다. 그러나 이들이 빚을 끌어와 상품화하고 안전하지 않은 위험자산을 증권화해오면서 막대한 이득을 얻어왔던 기쁨의 순간들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비우량주택담보대출이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부터, 모기지담보증권(MBS), 부채담보부채권(CDO)등과 같은, 그동안 그들의 수익 창출에 기여해왔던 파생상품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오르던 부동산 경기가 주춤해지면서 거품붕괴로 인한 대출자들의 채무불이행과 맞물려, 2008년 8월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폭발하면서 마침내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불러왔고, 한때 월가의 주축을 이루던 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이 책은 20세기 최고의 투자가로 불리며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했던 퀀트들 중에서도, 이름이 높았던 몇몇 사람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은밀한 내막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어 독자들이 오늘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그 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했고, 특히 그들이 어떻게 해서 퀀트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떠한 과정들을 거쳐 위험을 회피한 투자기법을 만들어 월가를 장악해왔는지를 흥미 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퀀트들이 개발한 여러 투자 기법들이 금융시장을 이전보다 다양하게 확장 발전시켜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그들이 자신의 욕망과 야망을 위해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 불안을 초래해 왔다는 점은, 오늘의 경제 현안과 비교해 독자들이 주목해볼만 하다 하겠다. 오늘 우리가 안고 있는 경제 불황의 시기가 앞으로 언제까지 지속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우려해야 할 것은, 이 책이 주는 교훈에서처럼 오늘날과 같은 경제 위기의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막연한 생각으로 부를 움켜쥐려는 투기와 같은 어리석은 생각과 행위를 견제해야한다는 점이다.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한 퀀트들의 흥망성쇠의 내용을 실감나게 이 책은, 금융투자에 관심이 있거나 혹은 퀀트라는 직업의 세계를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참고 서적이 될듯하다. 따라서 학자로서 연구실을 박차고 월가로 발을 옮기게 된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금융시장의 실질적인 부분을 한층 더 깊게 이해하고 많은 도움을 얻었으면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