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광기 - 왜 경제가 성장할수록 삶은 피폐해지는가
마인하르트 미겔 지음, 이미옥 옮김 / 뜨인돌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자본주의의 위기가 심각하게 다가 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었다. 하지만 팽창충동이라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에 따른 경제성장이라는 낙관론에 의해, 이러한 견해들은 대부분 무시되거나 필요 이상의 극단적인 과잉반응으로 간주되었고, 이것은 아직까지도 하나의 변치 않는 사실처럼 여겨지고 있는듯하다. 최근 세계에 불어 닥친 경제위기와 금융위기를 맞기 전까지, 우리는 불과 30여년의 짧은 기간 동안에 산업화와 과학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생활의 편리는 물론,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동안 많은 경제학자들은 사치가 덕목이라며 과잉소비를 외쳤고, 정치가들 역시 혹시 모를 마이너스 성장에 대비하기는커녕 고성장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한몫을 해왔으며, 이에 편승한 일반 대중들은 물질적 복지를 최대한 누리고 사회적으로 특권을 행사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넘어선 무분별한 소비와 투자로 일관해왔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경제 성장의 현실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를 거쳐, 세계 경제 전체의 위기로 악화 일로로 치달으면서, 지금까지 이루어 왔던 경제성장은 표면적인 내용과는 달리, 거품으로 확인되었고 이후 세계 경제는 급속히 냉랭하게 식어갔다. 경제 위기를 맞이한 세계 각국은 위기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엄청난 돈을 퍼 부으며 경제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기대했던 효과는 지금까지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위기에 빠진 오늘 우리의 경제 현실을 시급히 타개하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이 우리의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처럼, 마치 이데올로기처럼 인식되고 있는, 마치 광기로까지 비춰지는 외형적 성장의 외침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할 때이며, 지금까지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경제 위기가 기업을 흔들고 은행을 휩쓸었다면, 앞으로 다가올 위기는 이를 넘어선 국가의 몰락까지를 예견하면서, 기존의 경제 성장 정책에서 벗어난 거대하고 강력한 경제력을 가진 국가들을 구조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패러다임이 창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자주 제시되는 유한한 세상에 무한한 성장이 있을까 하는 철학적이고도 물리학적인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우리가 그토록 부르짖는 경제성장의 본질적 의미는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해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연에서는 모든 가능한 것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듯해 보이지만, 어느 일정한 단계에 다다르게 되면 퇴화하기 시작하고 마침내 사라진다는 사실에서처럼, 경제 성장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경제 성장의 바탕에는 바로 자연이라는 소중한 존재가 있었다. 인류의 역사는 그동안 자연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이용하면서 끊임없는 성장을 이루어 왔다. 그러나 산업화를 겪으면서 인간의 탐욕에 의한 자원의 무자비한 남획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우리는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지만, 반면에 자연 환경은 크게 훼손당했으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 감당할 수 없는 위험에 노출됨으로서, 이제는 인류 생존의 안위까지를 걱정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대기오염에 의한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면서 기후 이상을 불러왔고, 산업쓰레기는 물과 토양을 황폐화시켰으며, 자원의 고갈은 결국 에너지 부족을 초래했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산업화와 그에 따른 도시화로 우리의 삶의 방식이 바뀌면서 인간성 상실과 같은 가치 혼란이 생겨났고, 이는 결국 미성숙하고 허약한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해왔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1950년에 비해 1인당 다섯 배나 더 많이 물건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경제적인 성장을 이루었지만, 그러나 복지를 포함한 사람들의 삶의 질이 당시와 비교해 다섯 배 늘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는 것이다. 오히려 성장에 집중함으로서 우리가 정신적 물질적으로, 피해를 입거나 잃어버린 것들이 적지 않음을 우리는 너무 쉽게 간과하고 있음에 그는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경제성장에 크게 위해 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해 몇 가지 방안을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다. 그는 먼저 성장을 통한 단순한 물질적 복지에서 벗어나 가치 있는 삶으로의 방향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도한 소비방식과 조장을 멈추고, 물질적인 것에 우선순위를 두기보다는 인간의 존엄을 잃지 않으며 정신적 영역에서의 가치가 대우받는 사회로 만드는데 있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우리 인식의 틀을 변화시켜야 하며, 자연과의 공생을 모색하고, 노력하지 않고 얻은 재산에 대해서는 공평하고 정당한 재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를 가능하게 하고 활발하게 촉진해 가기 위해서는, 공공정신이 바탕이 되어 연대의식을 갖고 경제적으로 능력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사회 참여가 이루어 질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지속적으로 뒷받침 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집중해왔던 성장의 주요 문제의 원인은, 복지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지 않고 물질적인 형태로만 관리해왔기에, 상대적으로 정신적 가난을 피할 수 없었다. 따라서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주장한 바와 같이, 성장이라는 관점을 단순히 경제라는 측면에서만 이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능력을 고려한 총체적인 시각에서 그 균형을 맞추는데 노력해야 하며, 특히 인간에게 있어 성장의 의미라는 것이 더 많은 재화를 추구하는 것에 그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닌, 정신적 문화적 차원으로 한 단계 높이 승화시켜 가야 한다는 그의 견해에 대해, 독자들이 한번 깊이 주목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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