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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 믿는다, 괜찮다 - 스물여섯 챔피언 김주희의 청춘노트
김주희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6월
평점 :
세계문학사의 거장이자 독일의 문호 괴테의 시의 내용 중에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본 자가 아니면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아마도 이 말은 힘들고 어려운 고난의 역경을 극복해낸 자의 눈물겨운 인생의 가치는 그만큼 값지다는 말일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성공의 꿈을 꾸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 성공의 열쇠를 손에 쥐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성공으로 가는 그 과정의 길은, 가시밭과 같은 참기 힘든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중도에서 쉽게 포기하게 된다. 사실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굳게 마음먹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성공의 자리에 오른 많은 사람들은 말하기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지난 2011년 7월 세계 여자프로복싱 5대 통합 챔피언에 오른 김주희라는 여성프로복싱 선수가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세계 여자 복싱계에서 한 선수가 같은 체급에서 6대 기구 이상을 차례로 석권한 것은 국내에 김주희가 유일하다고 한다. 지독한 가난으로 인해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권투를 시작했다는 그녀가, 세계 챔피언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나는 할 수 있다.”라는 강한 의지를 결코 버리지 않았기에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건장한 남자들도 힘들어 하는 격투기의 세계에서 그녀는 과연 어떻게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이 책은 그녀가 챔피언이라는 성공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투혼을 불사르며, 아프지만 결국 빛으로 승화될 수밖에 없었던 땀과 노력으로 얼룩진 20대 청춘의 생생한 기록들을 담아, 한때 좌절과 실패로 인해 살아갈 용기 잃은 사람들에게 그녀가 해왔던 것처럼 다시 일어서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지금 그녀는 남들이 쉽게 이룰 수 없는 챔피언의 자리에 올라 있지만, 그녀가 그 자리에 있기까지 과정은 참으로 비참하고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IMF이후 실직을 당하면서 생활력을 잃게 된 아버지는 이후 당뇨와 치매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 했으며, 가난을 견디지 못한 어머니가 집을 나가 버렸을 때, 그녀는 고작 초등학교 4학년의 아이에 불과했다. 하루하루의 삶도 버티기 힘들만큼 현실적인 가난이 싫어, 그녀는 자신이 처한 그러한 불편한 환경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 언니가 다녔던 체육관에서 무작정 샌드백을 두드렸다고 한다. 비오는 듯 땀을 흘리고 나면 한동안은 고통스런 가난의 아픔을 잊을 수 있어서 좋았고, 그런 이유로 그녀는 더욱 운동에 몰입했다. 결국 이런 반복된 과정은 그녀가 복싱에 입문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체육관에서 그녀를 꾸준히 지켜보던 관장은 복싱 선수로서의 가능성을 보았고, 그녀는 권투 하나만으로도 대학에 진학 할 수 있고 돈을 벌수 있다는 생각에, 그때부터 세계 챔피언의 꿈을 키우게 된다. 그러나 그녀에겐 권투선수로서 치명적인 신체적 결함이 있었다. 사실 운동선수의 입장에서 신체의 조건은 매우 중요한 문제였는데, 그녀는 좁은 어깨와 가는 허리 그리고 특히 심각했던 것은, 상대방 글러브에 스치기만 해도 쉽게 부어오르는 연약한 피부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러한 핸디캡을 빠른 몸놀림과 펀치로 이를 극복해 낸다. 드디어 16살이 되던 해 그녀는 세계 챔피언을 향한 여자프로복서에 첫 데뷔전을 치르게 되는데, 결과는 아쉽게도 무승부로 끝나고 만다.
많은 훈련으로 분명 승리할 것으로 여겼지만 무승부로 승리를 놓친 뒤, 그녀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의 로드워크로부터 시작해서 저녁 11시까지, 단 한 번의 멈춤도 없이 목표로 정한 챔피언의 자리에 올라서기 위해 훈련에 매진하게 된다. 그리고 2년 후 한국 여자 복싱대회에 출천을 하게 되는데, 당시 국내 여성 복서로서 기대주였던 선수와 결승전에서 처참한 패배를 경험하게 된다. 굴욕적인 첫 패배는 그녀에게 자신감과 우울함을 주기는 했지만, 반면에 다시는 결코 쓰러지지 않겠다는 쓰디 쓴 약으로 받아들였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서야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세계 챔피언 전의 날이 그녀 앞에 찾아온다. 상대는 미국의 여성 복싱 유망주였던 멜리사 페이퍼였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난타전 끝에 7대 3이라는 감격적인 승리로, 그녀는 18세라는 최연소 나이에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이후 그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패배도 없이 라이트 플라이급 세계 여성프로 복싱의 진정한 최강자로 남아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삶에 연습이란 없는 것이다. 그녀는 시합을 위해 사각의 링에 오를 때마다, 마지막 종이 울리기 전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고서는 결코 링을 내려 올 수 없다는 각오로 임한다고 말한다. 그녀도 한때는 반복되는 부상과 혼자라는 우울감에 빠져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기 자신에게로의 굳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하면서, 어려운 순간에 직면해 있을 때 일수록,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누구나 한때의 실패와 좌절은 있을 수 있고, 슬럼프 역시 한 두 번쯤 찾아오게 마련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노력하는 자에게는 그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이고, 최선을 다하는 자에게는 반드시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챔피언이 되기까지 그녀가 걸어왔던 길은,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청춘들에게 적잖은 용기와 자신감을 채워주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가난과 배고픔을 딛고 피나는 노력으로 일구어 낸 그녀의 삶의 여정을 본보기로 삼아, 오늘 비록 누군가가 잠깐의 패배자가 되었을지라도, 언젠가 최고의 자리로 올라서는데 하나의 발판으로 삼아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