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 탈출
피에르 불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언제였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당시로는 상당히 파격적일 수밖에 없었던 영화 혹성탈출을 봤던 기억이 있다. 스토리의 내용으로 보자면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영화였음에도, 상영 도중 내내 가슴을 졸이며 흥분과 스릴을 느꼈던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원작을 다시 책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지는 듯하다. 과학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장점 중 하나는 상상력의 범위를 무한히 넓혀준다는 것이고, 그것을 또한 가능하게끔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향후 우리의 미래 모습이 어떤 형태를 띠고 있을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불과 100년 전의 우리의 역사의 과거 사실과 오늘 현재의 그것과 비교해보면 그 변화의 차이를 아마 어렵지 않게 체감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영화로 보았을 법한 SF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혹성탈출 시리즈의 원작이다. 따라서 이미 많은 독자들이 이 영화를 한번쯤은 감상해 본 경험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책으로는 아마 처음 접하지 않을까 한다. 상상하기에 조금은 끔찍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 어딘가에 행성이 존재하고 있고, 그 행성에 존재하는 세상은 지금처럼 인간에 의해 주도적으로 다스려지는 것이 아닌, 유인원에 의해 세상 모든 것이 지배되고, 그와 반면에 진화되지 못한 인간들은 그들에 의해 노예처럼 종속되어 마치 미개한 야만인이 되어 비참한 생활을 영위해 간다는 내용을 실감나게 그려간 이 작품은, 만물의 영장이라 자부하는 인간의 모습을 어리석고 아둔한 존재로 희화화시켜, 탐욕적이고 파괴적인 인간의 속성을 냉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재미와 더불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작품 속 내용을 잠깐 살펴보면, 주인공 윌리스는 두 명의 과학자와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부터 약 300만 광년 떨어진 베텔게우스라는 새로운 행성을 도착하여 탐사를 벌이게 된다.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그곳에서 그들은, 지구인들과 비슷한 모습의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에 놀라움과 신비로움에 가득 차게 되지만, 이러한 감상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그곳의 세상은 고릴라와 오랑우탄, 그리고 침팬지가 주축이 되는, 지구인들과 비슷한 그들만의 문명이 확고히 갖추어져 있는 또 다른 세계였으며, 이곳에 존재하는 인간들은 일종의 이성의 힘이 갖추어지지 않은 본능에 지배되어 살아가는 짐승처럼 취급되어, 그들의 노예나 사냥감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도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함께 갔던 그의 동료는 한명은 그들에 의해 살해되었고, 또 다른 한명은 동물원 안에 갇혀 그들에 의해 사육을 당하게 되는 비참한 상황을 맞는다. 하지만 그러한 가운데서도 어렵게 살아남은 윌리스는 이곳의 과학자로 있는 유인원에게 자신이 이성적인 존재임을 알리고 이를 인식시키는데 성공함으로서, 마침내는 그의 도움을 받아 이들의 세계로부터 빠져 나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공상 과학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소설 속 전개과정을 생각해보면 공생할 줄 모르고 살아가는 인간의 이기적인 속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어, 사회풍자 소설에 더 가깝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유인원이 만들어 놓은 소로르의 세계는, 지구의 똑같은 모습의 문명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작가는 그곳에서 문명을 이끌어 가는 주체가 인간중심에서가 아닌 유인원중심으로 이를 뒤바꾸어 놓아, 그들의 다양한 행위들을 통해서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독자의 입장에서 얼핏 생각하면 이 소설은 인간과 유인원의 대결적인 구도로 비춰지는, 그저 단순한 흥미에 그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 작품이 담고 있는 비극적인 상황의 과정은, 결국 인간 스스로가 초래한 극단의 결과라는 점을 은연 중 강조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점은 책 속 내용의 유인원들이 인간의 행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쉽게 드러난다. 사실 무한히 넓은 우주의 공간이라는 세계관에서 보면, 지구는 극히 작은 행성에 지나지 않는 일부분에 불과할 뿐이다. 그럼에도 인간들은 자신들만의 현실적인 이익을 위해 폭력과 파괴를 일삼으며, 부조리한 모습을 보이고 이것이 마치 당연한 것인 양 살아간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과학문명에 의지하여 이러한 오만한 자세를 취하는 인간의 단면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마지막에 등장하는 인상적인 반전의 재미와 과학적 상상력을 즐길 수 있는 이 소설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이 있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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