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 2011년 제7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강희진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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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이 그들의 이념체제를 버리고 새로운 삶을 찾으려는 국경탈출은, 1990년대 들어서면서 급속히 증가해 현재 2만 여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듯하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하나의 민족으로 살다가 강대국의 이익에 의해 강제적인 분단을 겪은 뒤, 서로가 다른 체제 속에 익숙해지면서, 한편에서는 우리의 남북의 관계를 포용관계가 아닌, 배타적이고 냉소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듯해서 먼저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사실 탈북자들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님에도, 남북 간의 정치적인 이유로 우리들의 시선에서는 상당히 멀어져 있는듯해 보인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요즈음 동남아의 외국인들이 국내로의 유입이 많아졌음에도, 그들에게는 어느 정도 유연한 자세를 보이면서 유독 탈북자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인식의 변화는 더욱 경직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다. 이 작품은 북한에서의 삶을 버리고 남한으로 이주해 온 탈북자들의 불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펼쳐내면서, 그들이 우리 사회에 한 구성원으로서 편입되지 못하고 이방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아픈 단면을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어, 분단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지 않나 싶다. 더불어 작품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추리적인 요소와, 가상적인 사이버의 세계를 끌어 들여 기존의 분단 문학과는 다른 차별성을 보이고 있어, 독자의 입장에서 한편 신선하게 여겨지면서도 흥미를 돋우었던 작품으로 여겨진다.

작품은 어느 신문 기사의 엽기적인 사건 보도에서부터 시작 한다. 보도내용은 서울 강북에 위치한 백석 공원에서 인체의 일부분에서 적출한 것으로 보이는 안구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이 발생하고 얼마 되지 않아 같은 시체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두 개의 손목이 발견된다. 경찰의 조사 결과 시체의 신원은 이북에서 탈북 하여 공원 근처에 살았던 회령아저씨라는 인물로 밝혀지는데, 소설 속 주인공인 ‘나’는 그와 함께 살았다는 이유로 주요 용의자로 지목되어 경찰의 조사를 받지만 정확한 알리바이가 증명되면서 풀려난다. 그러나 경찰은 나의 정상적이지 못한 생활모습과 행동을 수상히 여기면서, 나의 주변을 맴돌며 범인을 잡기 위한 암암리의 수사를 펼친다. 작품에서 ‘나’라는 인물은 오래 전에 이북에서의 삶을 버리고 남한에 정착하여 살아가지만, 목숨을 건 탈북 과정과 남한에서의 정착생활에서 적응하지 못해, 극도의 심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우연하게 리니지라는 온라인 게임을 알게 되면서, 그곳에 새로운 세상이 전개되어 가고 있음을 발견하고 현실과 괴리된 비정상적인 삶을 영위 하는 이방인이다. 나의 주변에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남한에서의 생활에 정착하지 못하고 소외되어 비참하고 고달픈 인생을 살아가는 많은 탈북자들이 함께한다. 그들은 저마다의 다양한 아픈 사연과 기억을 소유하면서도, 자유와 기회가 보장된 남한에서의 희망적인 인생을 품고 살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그들의 이런 마음을 그대로 받아주는 곳은 없다. 그런 이유로 그들은 냉혹한 현실에 좌절하며, 또 다른 고통의 신음 속에 고단한 하루하루의 삶을 이어간다. 그로부터 어느 날 나는 월세를 들어 살던 주인집 여자로부터 한통이 편지를 건네받으면서, 미궁에 빠졌던 살인사건의 범인을 알게 된다. 그러나 나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다시 게임의 세계로 와있는 내 자신을 문득 발견하게 된다.

소설 속 내용은 탈북자들의 비참하고 비루한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사회의 어두운 곳에 그들이 침잠해 있음을 부각시켜 이들을 외면하는 오늘 우리의 이기적인 현실을 고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고, 또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소외 된 채, 이방인으로 전락한 사람들의 암울한 단면을 통해 비극적인 삶을 고찰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작품으로 여겨진다. 주인공은 자구적인 노력에도 결코 넘을 수 없는 높은 장벽에 가로막힌 현실의 세계에, 이를 대신해 리니지라는 사이버 게임에 몰두하며 피폐한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나 작품의 내용처럼 굳이 탈북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의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열심히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긴 해도, 이런 저런 이유로 패배의 굴레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의외로 적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는 결국 작품을 통해 현실에 살고 있으면서도, 정작 현실에서는 거부되거나 인정받지 못하는, 탈북자를 중심으로 우리의 사회의 이면에 가려진 그런 부류에 있는 애달픈 삶들을 집중 조명해보고 싶었던 듯하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에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사는 것만큼 비참한 일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그런 관점에서 실존의 의미와 그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중요성을 갖는지를 깊이 일깨워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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