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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캐피탈리즘 - 장막 뒤에 숨겨진 중국 금융의 현실
칼 E. 월터 & 프레이저 J.T. 하위 지음, 서정아 옮김 / 시그마북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경제성장이라는 기치 아래 시작된 중국의 경제가 해마다 고공 행진을 벌이면서, 급기야는 올해 중국 자국 내 총생산의 규모가 일본을 앞지르는 등의 호조를 보이며, G2 위상에 걸 맞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지금 중국은 그러한 경제동력을 바탕으로 세계경제 시스템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주도권을 잡기 위해, 큰 목소리를 내는 것에도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앞으로 펼쳐질 국제경제의 양상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함부로 예측할 수는 없다고는 해도, 지난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글로벌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누려온 달러화의 신뢰도가 최근 미국경제의 위기로 인해 급격하게 추락하는 오늘 국제경제의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이를 대신해 일부의 시각에서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동반한 중국의 위안화가 점차 부상하지 않겠는가 하는, 다소 성급하기는 해도 이런 의견들이 서서히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결국 중국경제가 지닌 그 힘의 무게가 가히 작지 않음을 반증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중국의 금융경제가 겉으로 들어난 것과는 달리 상당히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를 가볍게 간과할 수만 없는 것은, 1990년대에 있었던 부실 대출의 문제로 여러 금융기관과 기타 관련한 회사들이 무더기로 파산하면서, 당시 드러났던 부실채권의 문제가 아직까지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기인하며, 이것이 언젠가는 하나의 단초가 되어 커다란 금융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가 배제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되는 문제이기에 그렇다.
중국은 기본체제가 우리와는 다른 공산주의 체제다. 따라서 어떤 일을 추진하든 간에 그들의 사회체제가 유지되는 부분이 항상 우선시되고 중요하게 다루어짐에 따라 민간적인 부분은 당연 뒷전 일 수밖에 없다. 결국 중국의 모든 금융기관들은 공산당 부속기관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이 지금까지의 상황이며, 이러한 현상들은 그들이 추구하는 이념이 완전히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도 변함없이 그렇게 계속 진행될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우선 그러한 인식의 전제가 있어야 할 듯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금 중국금융의 핵심이 되는 거의 모든 은행의 조직은 모두 정부 행정체계에 따라 구성되어 있으며, 자본시장의 자율적인 흐름에 따라 금융이 움직이는 것이 아닌 중국 정부의 판단과 목적에 맞는 경직된 상태로 운영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중국정부의 최우선 목표가 오로지 경제성장에 맞춰져 있고, 그렇다보니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국유 대기업에 대한 정책 금융의 편중대출이 심해질 수밖에 없었으며, 이는 결국 부실대출이 증가하게 되는 원인이 되고 있음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은행들은 중국정부의 보호아래 국유 기업들의 요청으로 과다대출이나 중복적인 대출을 늘렸고, 이 자금들은 해외에서 유입되어 온 투기성 자금과 복합적으로 연관되면서 주식과 부동산 광풍을 몰고 왔으며, 이는 결국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여러 차례 상당한 손실을 초래해왔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중국정부가 이러한 부실 채권을 자체적으로 깨끗하게 정리하여 국유 부실기업들을 파산시키는 것이 아닌, 자산관리공사와 같은 기관들을 새로이 만들어 출자금의 형식으로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부의 재정적자를 국유기업이 떠안고 있는 이상한 형태로 만들어 지금까지 질질 끌어왔다는 점이다. 따라서 저자는 중국 은행 시스템을 통해 국내 정치 갈등에 휘말려 은행이 자체적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는 현실을 두고, 많은 부실의 내용들이 겉포장에 의해 교묘히 가려져 있음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중국의 채권의 문제에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는데, 거래되는 채권들이 시장에 의해 자율적으로 그 수익과 리스크가 결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에 의해 의도적이고 인위적인 방향으로 강제되고 있음으로 해서, 상당부분 왜곡되어 가고 있는 현상들도 언젠가 중국 금융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시하고 있기도 하다.
한때 몸체를 불린 엄청난 거대 기업들도 그렇고 수출호조로 막대한 경상수지와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들은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리먼 사태에서 보듯 부실이 커지면 결국 넘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아왔으며, 최근 심각한 부채로 하강국면으로 급속히 치닫고 있는 미국 경제의 현실을 생각해보면 이는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하겠다. 따라서 지금 우리의 눈에 비치는 중국경제가 지닌 강력한 힘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 침잠되어 있는 중국의 부실채권의 문제는 언제든 반드시 한번은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보며, 아직까지도 불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는 중국금융의 내부의 문제점도 객관적인 시각으로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책은 중국이 1970년대 후반부터 개혁개방화 정책을 펼치면서, 오늘날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온 경제성장의 이면에 가려진 중국금융의 현실을, 여러 가지 경제자료를 토대로 그동안 우리가 간과해왔던 그들의 취약한 금융시스템을 낱낱이 파헤쳐 그 실체를 정확하게 인식하고자 했으며, 더불어 중국금융경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안목을 한층 확대하고자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중국이 오늘날 안고 있는 금융의 문제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러한 사실들이 때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와 우리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깊이 인식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