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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생각해
이은조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삶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이 조금은 더 행복해 질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를 원하고 또한 이를 바라며 산다. 사랑이나 우정과 같은 서로가 교감할 수 있는 감정이란 도구를 가지고서 말이다. 그러나 삶이라는 것이 생각만큼 우리에게 녹녹치 않다. 완벽한 삶이 없듯이 어떻게 사는 것이 자신에게 더 행복하고 바람직한 삶인지 그 정답은 없을 것이다. 현실적인 면을 고려해 감정에 치우치기보다 이성적으로 산다고 해서 그것이 곧 최선은 아닐 것이며, 이상을 꿈꾸며 마음이 가는대로 그렇게 산다고 해서 자신이 원했던 삶이 보장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어떤 방식의 삶을 선택하였던 간에,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자신의 존재를 분명히 의식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한 모습에서 스스로가 삶의 의미와 가치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20대에 생각하고 고민했던 사랑에 대한 관점이 30대가 되면서 그것과 똑같지 않은 것처럼, 시간이 흐름에 따라 누구나 저마다 그 가치관은 변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한때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어느새 자신에게는 무의미한 것으로 바뀌기도 하고, 별거 아닌 것이라고 여겨졌던 것이 뒤늦은 깨달음에 의해 스스로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을 회피하고 이를 어느 한순간에 갑자기 바꾼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이 소설은 20대 희곡작가이자 연극 기획자인 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여러 갈래의 다양한 인생이 존재함을 보여줌으로서 우리의 삶이 어떤 일정한 틀에 얽매여 희생되어야 하는 것이기 보다, 자신이 주체가 되는 더 나은 삶을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 ‘유안’은 연극계에서 한때 유명세를 치루며 잘 나갔던, 그러나 몇 년 전 부터 경영난 허덕이며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극단 명우의 홍보 직원이자 작가다. 그녀는 조만간 자신의 첫 작품을 무대에 올릴 생각에 하루하루 흥분과 긴장이 교차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동안 극단을 맡아 오던 실장이 갑자기 행방불명되면서 뜻하지 않은 실장자리에 앉게 된다. 그리고는 실장으로서 맡은바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일인 다역의 역할을 하며 바쁘게 뛰지만, 그녀의 주변 상황들은 복잡하게 얽혀져 심란하기만 하다. 5년째 열애중인 남자친구와의 사이는 남인지 연인인지 모를 만큼 점점 무덤덤해져가면서, 급기야는 결혼에 대한 생각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이별을 맞게 되고, 그녀의 언니는 엄마와 서로 잘 맞지 않는 성격문제로 집을 나와 동호회에서 알게 된 이혼녀인 미연의 집에 함께 거주한다. 한편 사업실패로 빚더미에 앉게 된 아버지는 어머니와 잠시 위장이혼의 형식을 취했지만, 그 사이 아버지에게 새 여자가 생기면서 완전히 갈라섰고, 드라마 조연배우로 지내는 어머니는 그러한 상처의 허전한 마음을 오랜 친구와 수다를 통해 채우곤 한다.
이 작품 주인공 유안의 가족들은 저마다 개개인의 삶을 통해, 가정이라는 한 테두리 안에서도 그들이 원하고 바라는 사랑방식이 모두 다름을 보여준다. 이들은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저마다 평범하지 않은 조금은 특별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개인적인 면에서 보면 모두들 만족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때로 상황에 따라 반목을 보이면서 다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가족이라는 커다란 틀에서 서로를 다독거리며 벌어진 틈을 다시 메워 간다. 작가는 소설 속 미연의 말처럼 가족이라는 것은 애초 우리가 선택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에,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함에 있어서, 이를 어떤 특정한 방식의 삶으로 살아갈 것을 강요하거나 강제해서는 안 되며, 따라서 구성원 개인이 선택한 삶은 그 나름대로 존중받아야 하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이 소설은 현대인의 다양한 삶을 간결한 문체로 깔끔하고 심미적인 표현으로 경쾌하게 그려나가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이야기의 전개가 너무 중구난방 식인데다가, 여러 이야기를 단지 나열해 놓고 이도저도 아닌 결말을 맺고 있어서, 다소 어정쩡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또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들의 펼쳐가는 역시도 공감이 가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도 독자의 입장에서 상당히 아쉬움이 남는 작품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