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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 3 - 아! 고구려
김성한 지음 / 나남출판 / 2011년 7월
평점 :
오늘날 중국이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내용을 두고 자신의 역사라고 주장하는 요즈음, 아직까지도 우리의 고대역사에 대해 일반인들의 관심이 많지 않은 현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삼국 중 발전이 가장 더뎠던 신라가 자신의 자그마한 이득을 위해 중국과 합세하여, 삼국통일이라는 미명아래 고구려가 지배하고 있던 광활한 만주 땅을 중국에 통째 넘겨주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상당히 아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의에 의해 우리의 역사가 왜곡되고 축소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주인공 능소를 내세워 고구려의 흥망성쇠 이야기를 다룬 요하의 제 3권의 이야기는, 당태종 이세민이 30만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침략하여 요동성을 함락하고 그 기세를 몰아 백암성, 오골성을 손에 넣는 등의 승리를 목전에 두고 있다가, 안시성 전투에서 크게 패하고 보급로를 차단당한 채, 계속되는 연개소문의 공격을 받고 결국 후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고구려 정벌에 실패한 이세민은 중국으로 돌아와 재침을 노리지만 등창과 풍질로 인한 건강약화로 죽음을 맞이한다. 이와 관련하여 여기서 잠깐 중국의 고대국가 인구 변화 현황을 살펴보자면, 당시 수나라와 당나라 시대에 인구 변화폭이 상당히 심했고, 또한 정치, 경제적으로도 발전이 더디었던 것으로 보아, 개인적으로 이러한 원인은 아마도 고구려와의 무리한 전쟁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요하 3권의 주요내용을 보면 능소 개인의 이야기에 치중해있기 보다는, 중국의 당나라 그리고 국내의 고구려, 백제, 신라에서 긴박하게 벌어지는 내부적인 일들과, 이들 나라들과의 외교적인 관계가 상세하게 조명되어 있어 당시의 국제관계를 독자들이 한층 가까이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중국의 당나라는 이세민이 죽고 난 뒤에, 그의 9남인 이치가 황제에 오르면서 황후로 측천무후가 새로이 전면에 등장하고, 백제는 한때 용맹과 지혜를 겸비했던 의자왕이 새로 맞이한 왕후 은고에게 깊이 빠지면서, 정사를 멀리하게 되고 외척세력이 난립하는 등의 불안한 정국으로 변해간다. 또한 신라의 무열왕 김춘추는 백제를 치기 위해 자신의 아들 김인문을 당나라에 보내 청병을 요청한다. 그런데 당시의 이러한 신라의 요청은 당나라 측천무후의 입장으로 볼 때, 여러 가지 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측천무후는 권력을 향한 자신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허수아비 같은 황제를 좌지우지하면서 자신의 정적들을 하나둘씩 제거하기 시작했는데, 이런 이유로 자신에게 쏟아지는 안팎의 비난을 외부로 돌릴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결국 황제를 부추키어 신라와 동맹을 맺고 백제를 치기로 결정한다. 이 결과로 백제는 나당 연합군이 공격을 받고 황산성에서 계백장군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수도였던 소부리성(사비성)이 함락하자 의자왕은 대신들을 이끌고 당나라에 투항한다. 백제를 정복한 측천무후는 기세를 몰아 661년 소정방을 대장으로 무려 30만의 대군을 보내 고구려 침공을 개시한다.
한편 당나라의 침공 소식을 들은 고구려의 실제적인 권력을 쥐고 있던 연개소문은, 자신의 아들 남생과 함께 휘하 장수들을 거느리고 압록 강변을 수비하는 등의 당나라 침략을 저지하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펼친다. 그러나 연개소문의 병이 깊어지고 그의 아들 삼형제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암투를 벌이면서 남생이 당에 투항하는 것을 계기로, 백만 대군 앞세운 당나라의 재침공을 맞아 700년 동안 만주 땅을 다스렸던 고구려 제국의 역사는 그 끝을 향해 달려간다. 소설 요하는 평생 동안 전장에 몸을 바친 능소라는 허구적인 인물을 내세워 고구려의 흥망성쇠를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최대한 가깝게 기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는 작품이다. 저자는 만주벌판을 누비며 대륙의 기상을 펼쳤던 고구려의 멸망을 아쉬워하면서도, 역사란 승자에 의해 윤색되고 패자는 오욕 속에 잊히게 마련이지만, 역사에 영원한 패자는 있어도 영원한 승자는 없음을 말하면서, 이 작품을 통해 승자에 의해 덮어진 그러한 역사의 단편들이 더 이상 퇴색되지 않기를 바랐던 것은 아닐까 싶다. 이 소설은 저자가 1968년 신문에 연재되었던 것을, 다시 자료를 보충하여 10년간의 시간을 거쳐 완성한 작품이다. 따라서 고구려인들의 기상과 비운이 엄숙하고도 장엄하게 펼쳐진 이 작품에 많은 독자들의 관심이 있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