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상 1 : 사라진 도시 다른 세상 1
막심 샤탕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국내에 출간되어 한때 독자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았던 <악의 유희>,<약탈자>를 쓴 프랑스의 주목받는 젊은 작가 막심샤탕이, 기존의 매력적이고 흡입력 있는 추리소설의 형식에서 잠시 탈피하여, 최근 새로운 형태의 모험 판타지 소설로 여겨지는 <다른 세상> 이라는 책을 출간하여 우리 곁을 다시 찾아왔다. 이전 그의 추리 작품들만으로도 스릴과 공포의 자극을 주기에 충분해 보였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러한 요소들의 바탕에 환상적인 모험의 부분을 새롭게 추가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는듯해서 개인적으로 먼저 반가운 생각이 앞선다. 이 소설은 우리가 한번쯤 상상해볼 수 있는 자연재앙을 모티브로 하여, 도시의 멸망으로 인한 혼돈의 세상을 맞아 가상적인 또 다른 세계를 재건해가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고 있어, 독자들의 호기심을 한층 자극하면서도 신비로운 모험의 재미를 주기에 충분해 보이는 작품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그의 작품을 읽어본 독자라면 이 작품을 통해 그의 또 다른 새로운 면을 발견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미국의 대도시 뉴욕은 성탄절을 맞아 흥분에 젖어 들떠 있고, 방학을 맞은 주인공 맷은 그의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다가 평상시에는 접하지 못했던 자신의 주변에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들을 목격하면서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며칠 뒤 도시의 저녁은 갑자기 들이닥친 거대한 폭풍설에 뒤덮이면서 전기와 가스가 차단되고 캄캄한 암흑으로 변해버린다. 그리고 잠시 후 커다란 굉음과 함께 땅 속에서 솟아오른 기괴한 파란 섬광들이 온 도시를 휘젓고 다니면서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맷은 정신을 잃고 다시 깨어나지만 그의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이전의 그것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엄청난 폭설로 인해 거리는 온통 눈으로 덮여 있고, 묘하게도 거리에 있던 자동차는 모두 뜨거운 열에 의해 녹아버렸으며, 주위에 살아있는 생명체를 발견할 수 없는 이상한 도시가 된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용케 살아남은 맷과 그의 친구 토비아스는 갑작스런 혼란과 무서운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서둘러 도시를 떠나게 되고 새로운 모험에 나선다.

이 작품은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눈을 동반한 거대한 폭풍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배경으로, 이 과정에서 어렵게 살아남은 일부 아이들이 모여 공동체를 조직하고, 자신들을 해하려는 외부세력에 대항하여 새로운 환경을 개척해나간다는 모험의 과정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따라서 글의 흐름으로만 본다면 이전에 등장했던 소년 소녀들의 표류기와 같은 모험소설과 비슷해 보이지만, 여기에 초자연적인 것과 초과학적인 부분이 가미되고, 현대적인 색채의 공포와 스릴을 동반한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어, 기존의 이야기와는 별도의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게다가 이 소설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내용이 단순한 흥밋거리에 그치지 않고, 과도한 인간의 탐욕에 의한 지구의 환경파괴 문제를 아이들의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게 함으로서, 일종의 사회비판적인 시각이 은연 중 담겨있어서, 작품을 통해 이러한 면을 드러내기 위한 작가의 개인적인 의도가 담겨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책의 내용이 가상적인 현실을 묘사한 이야기인 관계로, 일부의 내용은 독자의 공감을 얻기 힘든,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는 면이 없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가 스릴 넘치는 추리소설을 주로 써왔던 이유에서일까 몰라도,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전체적인 느낌을 생각해보면, 탄탄한 스토리와 치밀한 구성, 그리고 간결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문체로 인해 독자들로 하여금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용에 깊이 빠져 들게 하는 강한 흡인력을 가진 작품이 아닐까 싶다. 사실 그동안 해리포터의 이야기, 나니아 연대기와 같은 현실 세계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마법과 관련한 많은 판타지 소설의 등장함으로서, 일부 독자의 입장에서 이런 장르의 소설이 조금 식상해 보일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것과는 또 다른 재미와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해 보이는 소설로 생각된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책의 중간 이후 스릴 넘치는 본격적인 모험의 과정에서부터 등장하는 아찔한 공포, 그리고 숨겨진 음모들이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면서 엎치락뒤치락 펼쳐지는 반전의 내용에 이르기까지, 이야기의 결말을 쉽게 예측하기 힘든 이 작품을 통해서 판타지의 새로운 모습을 감상해 보는 것도 괜찮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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