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 1 - 영웅의 탄생
김성한 지음 / 나남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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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국가의 관한 역사적 기록들은 대부분 중국의 역사 기록에 근거한 것이 많아, 오늘 우리에게 전해지는 고구려의 역사내용들이 상당부분 왜곡, 축소되어 있다고 한다. 사실 고대문화의 역사의 내용에서 고구려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때 만주를 호령하고 대륙국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그들의 역사가 오늘날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근래 들어 점점 노골화 되어가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의한 역사왜곡의 과정을 생각해 볼 때, 다른 어느 때보다 우리의 역사 인식이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시기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갖는 의미는 더욱 크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모두 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소설은 중국의 수나라가 통일을 이룬 후, 거대한 운하를 건설하고 엄청난 대군을 이끌고 당시 경제, 군사, 문화적으로 우수했던 고구려를 정벌하고자 했던 시기에서부터, 나당 연합군에 의해 고구려제국이 몰락하기까지의 과정이 역동적이고 장엄하게 그려져 있으며, 자주적인 힘으로 이에 맞서 외세에 대항한 고구려인들에 불굴의 의지와 혼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역사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일부의 인물들의 경우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긴 해도, 저자가 이 책을 발간하기 위해 각종 역사사료 등을 통해 철저한 조사를 거쳤던 만큼, 그동안 우리들이 모르고 있었던 역사사실을 새롭게 이해하고, 당시 한반도 주변의 국제정세나 고구려의 생활풍습을 사실적이고 생동감 있게 감상할 수 있다는 면에서,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많은 볼거리는 물론이고 좀 더 확대된 고대 역사의 시각을 제공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1권의 대략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이 작품의 중심인물이 되는 능소는 옥저에서 나고 자라면서 자신의 일생을 그저 평범한 농부로 마치기보다 사내대장부로서 의미 있는 삶을 살기를 원하는 야망 있는 청년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전쟁터에서 아버지를 잃고 편모슬하에서 자라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상아라는 연인이 언제나 그의 곁에서 함께 한다. 이들은 마음속으로 서로를 흠모하고 의지하면서 어렵고 가난한 환경을 이겨내 왔지만, 1년에 한번 있는 평양성 사냥대회에 능소가 출전하여 군부로부터 그의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아 군인으로 발탁하면서부터, 이들은 어쩔 수 없는 생이별을 겪게 된다. 한편 능소의 친구이자 그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지루는 상아를 짝사랑 하며 이들의 사랑에 끼어들어 방해를 일삼다가, 능소가 군인으로서 제 역할을 다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이에 질투를 느껴 대장장이 생활을 버리고 군인의 길로 들어선다.

당시 수나라의 황제였던 양제는 중국을 통일하고 호시탐탐 고구려를 정벌을 위한 기회를 엿보며, 암암리에 수군을 양성하고 무기를 제조 양산하는 일에 힘쓰고 있었는데, 고구려는 접경지역에서 이런 수나라의 수상한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혹시 모를 전쟁에 대비하기위해 성을 축조하고 군량을 확보하는 등의 만전을 기하게 된다. 결국 전운이 조짐이 심상치 않아보이던 상황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수나라는 마침내 모든 전쟁준비를 끝마치고 막강한 무기와 엄청난 군사력을 동원해 고구려의 영토를 침범하기에 이른다. 능소는 전쟁이 일어나기 전 중국과 고구려의 접경지대를 오가며 수나라 병사들을 포로로 잡거나 군수물자를 뺏는 등의 혁혁한 공을 세우면서 한 단계 높은 직위로 진급을 한 뒤, 무여라 성에서 벌어진 수나라와의 직접적인 싸움에 투입되어 놀라운 전투력을 보이지만, 중과부적에 몰리면서 심각한 부상을 입고 후방으로 이동되고, 그 기간 동안 그는 자신의 어머니와 그리고 사랑하는 상아와의 극적인 만남을 통해 잠깐의 회포를 풀게 된다.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 능소는 다시 전쟁터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이 작품의 1권에서는 고구려와 수나라 사이에서 앞으로 벌어질 전쟁의 과정에, 능소와 상아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그들의 성장과정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어서,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결말이 결코 쉽게 끝나지 않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작품을 읽으면서 다소 생소했던 것은 글의 내용에 이북의 사투리가 자주 등장한다는 것인데, 작가의 입장에서 보면 작품의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 필요로 했던 선택으로 보이지만,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을 위해 편집의 과정에서 사투리의 뜻을 표준어로 설명하여 각주로 따로 두었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이 소설은 평범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능소가 고구려의 장군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내면서, 그 안에 담긴 고구려의 흥망성쇠를 통해 고구려인들의 웅장한 기상과 그들의 삶의 의지를 극적으로 잘 표현해낸 작품으로 보인다. 마치 한편의 사극을 보는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고구려가 수나라에 이어 당나라에 이르는 30년간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펼쳐가는 속에, 능소와 상아와의 애틋한 사랑이 동시에 전개되는 이 소설이 내용을 보면서, 앞으로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진행 될 것이며 또한 고구려의 국운은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 자못 기대감이 크게 느껴진다. 따라서 역사 소설을 좋아 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중국의 침략에 맞서 결코 굴하지 않는 고구려인들의 파란만장한 항쟁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담아낸 이 작품에 많은 관심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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