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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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아무런 이유 없이 오로지 자신의 쾌락만을 위해 어떤 방어의 여력도 갖고 있지 않은 여아 아동을 유괴하여, 잔인하게 성폭행 한 후 사지로 내몰아버린 범죄를 저질렀다면, 이는 마땅히 법에 의해 그에 맞는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일반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범죄자가 죄의 대가를 치루고 난 뒤에도 동일한 범행을 할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고 또한 그 가능성이 현저해 보인다면 과연 이를 어떻게 판단하고 이해해야 할까. 이 작품은 파렴치한 유아아동 성폭행을 일삼는 어느 범죄자의 이야기를 통해, 단순한 범죄의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고, 법에 근거한 범죄사실에 대한 단죄를 행함에 있어 우리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사회적 가치관에 근원적인 질문까지를 던지는, 이전의 추리소설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마지막 페이지를 덮기 전까지 작품의 결말을 쉽게 예측하거나 단정할 수 없기도 하지만, 전개되는 내용이 치밀한 구성아래 사실적인 묘사가 주를 이루고 있어, 독자들의 입장에서 책 속으로의 몰입이 쉽고 중간에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 작품으로 생각된다. 게다가 사건이 진행됨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부가적으로 연결된, 또 다른 사건과 등장인물들이 예고되어 있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상상력을 동원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한번 관심을 갖고 읽어봐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주인공 프레드리크는 어린 시절 아무런 이유 없이 자신의 형과 함께 아버지로부터 수없는 폭행을 당해왔고, 그의 형은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해 자살을 선택했으며, 그는 그런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심한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40대 중년 이혼남이다. 또한 그는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신의 목숨보다 더 지극히 사랑하는 마리라는 5살 여아를 키우고 있기도 하다. 한편 어린 여아들을 상대로 잔인한 성폭행을 일삼으며 살인을 즐기는 희대의 살인마 룬드는 한동안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뒤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지만,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교도소에서 정신병원으로 이송되는 도중 탈출을 감행하여 성공한다. 룬드는 탈출하자마자 이전부터 미리 물색해둔 성폭행 대상을 찾아 나서는데, 그 대상은 다름 아닌 프레드리크의 딸 마리였으며, 그녀의 싸늘한 시체는 다음날 어느 노부부에 의해 한적한 산책길에서 발견된다. 아무런 단서도 남기지 않은 채 유유히 사라진 룬드는 다음 범행대상을 찾아 나서고 경찰은 그의 행방을 찾아 추적에 나서지만 실패하고 만다. 며칠 뒤 딸의 장례식을 마친 후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프레드리크는 우연하게 경찰로부터 범인에 의해 조만간 또 다른 피해자가 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그동안 가지고 있던 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버리고 룬드를 잡기위해 스스로 직접 찾아 나서게 되는데, 문제는 그가 단순하게 범인을 잡는 것과는 별개로 교묘하게 숨겨진 또 다른 진실이 그를 향해 엄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것은 우선 하나의 사건을 통해 모든 이야기를 쏟아내어 결말을 짓지 않고, 이와 관련한 또 다른 내용을 연결시킴으로서 그 결말이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도록 치밀한 이중 장치를 설정해 놓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쉽게 결론을 낼 수 없을 만큼 궁금증과 의혹 그리고 알듯 말듯 묘한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아내게 한다. 또 하나는 사건의 전개를 통해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결부시킴으로서 범죄에 대한 단죄의 방법을 놓고 이를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했다는 것도 이 소설만이 갖는 특징이 아닐까 싶다. 다시 말해 어두운 우리 사회의 일면을 부각시켜 작품을 통해 만약에 당신의 입장이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은연 중 독자들에게 진지하게 묻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기존의 추리소설들이 대개 선과 악을 구분한 형사와 범인 간의 치열한 대결다툼을 통한 한정적인 부분에 머물렀던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러한 구도에서 벗어나 내용과 구성면에서 상당한 차이점을 나타내고 있으면서도 스릴과 흥미의 요소가 전혀 떨어지지 않는 이야기로 꾸며져 있어서 독자의 입장에서 상당히 반갑게 느껴지는 소설로 여겨진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으레 그렇듯 간담을 서늘케 하는 서스펜스와 공포와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추리소설들을 많이 출간되는듯하다. 이 작품은 두 명의 작가에 의해 만들어졌다. 한사람은 과거 범죄자였다가 작가로 변신했고, 또 한사람은 국영방송 기자다. 두 작가의 콤비로 만들어져서인지 몰라도, 이 작품의 구성과 완성도면을 본다면 뛰어난 평가를 받기에 충분해보이지 않나 싶다. 따라서 어떤 소설을 읽을까 고민되는 독자들이 있다면 한번 선택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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