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학의 배신 -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윤리적 판단을 실험하다
콰메 앤터니 애피아 지음, 이은주 옮김 / 바이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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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던 것처럼 인간은 홀로 존재하며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그래서 인간은 스스로가 바람직한 공동체를 이루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며, 또한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과연 자신과 타인을 위한 최선적인 행동일지를 판단하여 살아가게 마련이다. 인간은 자신보다 우선하여 타인의 이목을 의식하면서 사회가 원하는 합목적성에 맞게 자신을 조절해가거나 길들여지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최선적인 행위란 어떤 것을 말하는가 하는 점인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도덕이나 윤리학은 바로 이런 의문에서부터 출발한다. 우리는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살아가면서 아무 생각 없이 뱉어 버린 말이나 행동에 의해 때로 누군가의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종종 남기곤 한다. 그러나 우리들 대부분은 이를 스스로 자각 하지 못한다. 그런 이유로 인간은 오래전부터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사회적으로 올바른 행동이 무엇인지를 규정짓고, 그 기준이 되는 것을 도덕으로 삼았던 것이며, 그러한 것을 바탕으로 철학적 사고라는 큰 틀을 이루어 낸 것이 바로 윤리학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현대사회로 들어서면서부터 민주화와 산업화에 힘입어 우리의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다양화되기 시작했고, 심리학을 비롯한 여러 사회과학 분야의 학자들은 인간 행동에 관한 실증적이고 다양한 연구를 통해 기존의 도덕철학이론으로 충분한 해결해주지 못하는 윤리적 한계가 있음을 지적한다. 따라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전통도덕철학이 차츰 축소되고 있는 오늘의 현상과 관련하여 앞으로의 철학적 윤리학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의 일상생활은 사회과학과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고, 보통 우리가 일반적으로 취하게 되는 행동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어서, 행위에 대한 윤리적 근거를 명확하게 추론하는데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점이 있음을 토로한다. 그런 이유로 윤리학이 추구하는 것이 결국에는 인간에게 바람직하고 좋은 삶의 지침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지금과 같이 개별적인 학문 분야의 연구에서 치중 할 것이 아닌, 이를 한데 모아 복합적인 방향에서 다루어져야 함을 강조한다. 그동안 많은 윤리학자들은 인간의 성격은 특정한 가치관에 따라 지속적인 행동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많은 심리학자들은 여러 실험들을 통해 인간은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르게 행동을 표현한다며 그 견해를 달리한다. 저자는 그 예로 다양한 실험 결과의 내용을 보여주면서, 어느 누군가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을 도와주는 행동을 보였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반드시 윤리적인 가치관에 의한 당연한 행동의 발로였기에 도와주었을 것이라고 단정해버리거나 혹은 확신할 수만은 없다는 심리학자들의 의견에 적극 동조하는 입장을 보인다. 그러면서 여러 실증적인 사실들을 근거로 인간의 모든 행위의 밑바탕에는 성격과 직관, 심리적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우리들 대부분은 좋은 행동을 하는 사람은 성격이 좋을 것이고,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은 나쁜 성격을 가졌을 것이라는 오류적인 사고를 범할 가능성이 많음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그는 바람직한 사회를 위해 전통적인 도덕의 이론을 중시하는 윤리학자들이 대개 인성교육을 통해 같은 내향적인 것을 강조하는 것에 비해, 그보다는 사회제도를 정비하여 인간이 나쁜 환경에 빠지지 않도록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길버트 하먼의 주장이 더욱 실현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보고 있기도 하다.

윤리학은 도덕적인 판단과 선택 그리고 그 기준에 관하여 탐구하고 분석하는 철학의 한 분야다. 우리가 윤리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사회생활을 통하여 지속적이고 원활한 인간관계를 맺고 이를 유지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 전통적인 도덕철학은, 오늘날 다양하게 표출되는 인간의 행동에 대해 완벽하게 설명되지 않는 윤리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애매모호함을 주기도 해서 우리의 철학적 사고에 혼란을 주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이러한 원인에는 시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예전과 달리 오늘 우리의 사회가 점점 세분화되고 다양화 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에 따라 우리의 도덕적 가치관 역시도 조금은 바뀌어가는 이유에서가 아닐까 싶다. 따라서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한바와 같이 인간의 행동 패턴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각기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어떤 특정 분야의 학문만으로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기에는 다소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 하겠다. 철학을 포함한 우리의 정치, 문화, 사회의 어떤 분야의 것이든 그것의 궁극적인 최종의 목표는 인간의 좋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것이어야 하고, 하나의 도구로서 작용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윤리학이 여러 학문들과 연계한 새로운 관점에서 재정립되어야 한다는 이 책 저자의 생각과 이를 위한 그의 노력들은, 독자의 입장에서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일로 받아 들여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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