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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의 태양 아래서
프랜시스 메이어스 지음, 강수정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높다란 고층 건물들이 겹겹이 늘어서 있으며 수많은 차들로 인해 도로는 언제나 매연과 소음으로 가득 차 있음에도, 아침이면 그 속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수많은 사람들, 밤이면 현란한 네온사인에 외형적인 화려함으로 그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그 어디에도 인간적인 면을 찾아보기 힘들고 정감을 함께 나누기가 쉽지 않은 그곳이 바로 우리가 사는 도시의 일상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한번쯤은 이 복잡하고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평화롭고 한적한 전원생활을 꿈꾸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입장에서 만사를 제치고 선뜻 그러한 선택을 쉽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도시가 우리에게 주는 편리함이 적지 않다고는 하지만 그 만큼의 여러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도시 생활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단지 생활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긴 하지만, 그럼에도 일부의 사람들은 숨 막히고 갑갑한 도시를 떠나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풍경과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 남은여생을 시골에서 보내려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조용한 시간 잠깐 눈을 감고 우리의 어렸을 적 시절을 생각해보면, 비록 그 당시가 지금과 같은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도시가 주는 화사함이 조금은 적었다 할지라도, 오늘날 도시생활에서 접하기 힘든 맑고 푸르른 하늘과 소박하리만큼 자연의 생생함을 피부가까이 느낄 수 있었던 풋풋한 싱그러움이 우리에게는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나 자연다큐멘터리에 간혹 등장하게 되는 평화롭고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전원생활의 한 장면을 보게 될 때, 우리는 더러 기억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을 만큼의 강렬한 인상을 받게 마련이다. 그리고는 문득 그곳으로 먼 여행을 떠나고 싶다거나 언제 기회가 되면 그러한 비슷한 배경을 가진 지역에서 단 며칠간만이라도 거주하고 싶다는 유혹을 느끼곤 한다. 이 책은 중년나이에 접어든 저자가 그동안 미국에서의 갑갑한 도시생활을 피해 이탈리아의 남부 시골지방에 자리한 토스카나라는 지역에 오래된 저택을 구입하게 되면서, 자신이 구상했던 방향으로 집을 수리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그곳 지방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하고 이웃들과 따뜻한 정감을 나누어 가는, 로맨틱한 시골의 생활의 즐거움을 담아낸 에세이다. 영상으로 보지 않아도 될 만큼 이탈리아 남부지방의 아름다운 풍경과 자연과 조화를 이룬 집 주변의 모습들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듯 사실적으로 잘 묘사되어 나타나 있는데다가, 집을 매입하고 수리하는 과정에서 웃지 못 할 해프닝은 물론이고, 저자가 실제 생활에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이탈리아 특유의 전통요리인 레시피 까지를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어, 독자의 입장에서 이국에서의 넉넉한 시골 생활의 여유로움과 유유자적함을 가슴 가득 느낄 수 있을듯하다.
이 책의 저자 프랜시스는 대학 교편을 잡으면서 미국의 도시 생활에 이미 익숙해져있었지만, 한때 네 번의 이탈리아 토스카나 여행의 추억을 잊지 못하면서, 이후 휴가시간이 날 때마다 토스카나 지방에 들러 잠깐 동안이 아닌 마음편안하게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집을 구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녀가 집을 구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 중 하나는 중년의 나이에 이혼을 한 후 이전의 삶이 빠져나간 심리적인 공백을 메워줄만 한 물리적인 그 무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는데, 그래서 그녀가 선택한 집이 바로 브라마솔레 라고 명명된 낡고 오래된 거대한 저택이다. 미국인으로 이탈리아의 낮선 지방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일이 그녀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이 저택의 3층에서 창문을 열면 맑은 햇살이 주인이라도 되는 듯이 거실 한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멀리 녹음이 물결치는 언덕과 계곡의 아름다운 풍경을 물론, 몬테 아미타의 전망을 한눈에 찾아 볼 수 있으며, 저택주위로 높게 솟아 오른 올리브나무와 무화과나무 그리고 넓게 조성된 집 뜰의 정원은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교수라는 직업 때문에 학기 중에는 오래 동안 집을 비워야 했지만, 학기를 끝마친 후 팍팍한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이곳에서 그녀는 마당에 허브나 갖가지 채소를 키우고, 인근마을에서 싱싱한 먹을거리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며, 언제라도 작은 카페에 들러 좋아하는 에스프레소 커피와 와인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이곳이 어느새 그녀에게는 포근하고 행복한 자신만의 보금자리로 변하게 된다.
집이란 우리에게 있어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그러면서도 충분한 정신적 육체적 휴식의 공간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의 여유로움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여러 혜택들, 즉 적당한 햇살과 맑은 공기가 곁들여져 아름다운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탁 트인 배경과 같은 시각의 즐거움을 주는 조건은 아마 필수적인 요소 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조건을 갖춘 곳을 찾았다고 해도 도시 속에 오래 묶여 살다보면 이를 탈피하는 것이 우리에겐 결코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기회는 있는 것이다. 다만 이 책에서 보듯 자신이 그려왔던 이상적인 집을 선택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은 그냥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행복이란 것이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 자신 스스로가 만들어 가야 하는 것처럼, 집도 그와 같이 특별히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자신의 손길이 집안과 그 주변의 곳곳에 오롯이 배어 있을 만큼 정성과 노력을 다해야 하고 관심을 가져다 줄때 비로소 행복이 깃든 보금자리가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녀의 집이 있는 이탈리아 코르토나 지방은 오랜 역사와 함께 지중해 해안을 끼고 비교적 현대적인 도시화가 덜 진행된 탓에, 아직도 고풍스런 건축물과 고전 예술의 향기를 향유할 수 있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이 만끽할 수 있는 아담하고 소박한 도시라고 한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영화 투스카니의 태양에서처럼 사시사철 아름다운 경치와 조용함 속에서도 상큼함이 묻어나는 이국적 낭만의 체취를 여행을 통해 직접 느낄 수 없다면, 이 책의 이야기를 통해서 잠깐만이라도 흠뻑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