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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을 샀어요
벤저민 미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자신이 정녕 하고 싶었던 일을 선택하여 꿈과 이상을 실현해가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막상 스스로 눈앞의 현실에 직면해있는 여러 상황들을 고려하다 보면, 이를 실제로 이행하는 것이 생각보다 그리 만만치 않음을 직감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다음에 하면 되겠지 하거나 혹은 언젠간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차일피일 미루게 마련이고 나중에는 결국 자신의 상상 속으로만 존재하게 되는, 현실과는 괴리된 꿈으로 남고 말아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하고 난 뒤에, 그에 상응할만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때 겪어야 하는 고통의 순간들을 어느 누가 쉽게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는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최선을 다해보자 하는 말의 의미에는, 사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노력하겠다는 의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우리가 어떤 일이든 실패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어쩌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걸만큼 최선을 다하지 않았거나, 또는 용기를 내지 못한 자신감의 결여에서 오는 결과는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저자가 영국 가디언지의 신문칼럼니스트로 있으면서 복잡한 도시 생활을 접고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 가족과 함께 자신의 남은여생을 위해 전원생활의 삶을 즐기던 도중, 동물원이 딸린 시골저택을 매각한다는 한때 자신의 누이가 보냈던 우편물을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되었다가, 이것이야 말로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행복한 일이 아닐까 싶어, 3만평이 넘는 거대한 동물원의 매입을 직접 실행에 옮겼던 험난하고 힘들었던 그 모든 과정의 순간들을 담아낸 감동 넘치는 에세이다. 영국 사우스햄스 지역에 위치한 기존의 다트무어 동물원은 주변에 조성된 푸른 삼림과 아름다운 해안을 끼고 있지만, 그동안 여러 시설의 결함과 관리문제로 심각한 재정난에 몰리면서 정부로부터 관리대상에 지정되었고, 주어진 기간 내에 지적받았던 문제점이 재심사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폐쇄될 수 있다는 난감한 상황에 처해있었다. 하지만 적자와 더불어 낡고 닳은 다트무어 동물원을 매입하여 새로운 동물원으로 만들어 운영하고 싶었던 밴저민의 가족들은, 그의 어머니에서부터 형제들까지 모두 한마음이 되어 동물원을 매입하는데 최선의 방법을 찾아보고 이에 직접 부딪쳐 보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이들 가족들은 동물의 동도 모르는 문외한들이었고, 이들이 직면한 문제점은 이것 외에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단 100만 파운드 이상의 돈이 들어가는 동물원 매입자금에서부터 책임감 있고 믿을만한 사육사의 모집하는 일, 그리고 정부로부터 지적받았던 건물들을 수리해야 하는 여러 부가적인 일들이나, 또한 200여 마리나 되는 각종 동물들의 건강상태까지를 체크하고 유지하는 일 등, 이들이 현실에서 맞이해야 하는 수많은 일들은 갈수록 첩첩산중이었고, 게다가 동물원의 매입하는 과정에서 이 책의 저자이자 지금은 동물원장이 된 벤저민의 경우는 암으로 부인을 떠나보내야 하는 가슴 아픈 일도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이들 가족은 결코 좌절하지 않았고 낙담하지 않았으며, 각자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방법을 모색하는데 모두 분주하게 움직였다. 결국 갖은 우여곡절 끝에 동물원 매입하는데 성공했지만 이후 문제들은 더욱 심각하게 다가왔다. 6개월 후 재개장 목표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주변 여건들이 이들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워낙 부실하게 운영된 동물원이라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했지만 수익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은행의 대출 도움도 얻지를 못했고, 재규어를 다른 장소로 옮기는 도중 탈출하는 사건이 벌어져 자칫하면 동물원을 운영하려던 계획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위기의 상황을 맞이하는 등의 하루하루가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가족들 모두는 자신들이 가진 전 재산을 쏟아 부으며 연로한 어머니까지 손수 팔을 걷어 부치는 열정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은 끝에, 이들은 마침내 2007년 7월 7일에 감격스런 재개장을 하며 동물원을 보기위해 찾아온 수많은 손님들을 맞이하기에 이른다.
이 책이 우리에게 가슴 벅찬 감동을 주는 이유는, 어느 평범한 가족이 동물원을 운영하려는 꿈 하나를 쫓아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 있어 불가피하게 벌어지는 온갖 난맥상들을 뚫고, 가족끼리 서로 화합하고 응원하면서 끈끈하고 따뜻한 가족애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단지 공허한 것이 아닌 누구든 노력여하에 따라 결코 불가능 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이 알게 되었던 것은 동물원을 운영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웬만한 열정과 노력을 가지고는 엄두를 낼 수 없을 만큼 어렵고 복잡한 일들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이다. 이들 가족은 애초 동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전무했고, 가족 구성원들 중 누구도 동물원 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경험도 없었다. 단지 자연을 보호하고 동물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면 못 이룰 것이 없다는, 언뜻 생각하면 무모한 도전으로 비칠 수 있는 열정적인 마음 하나뿐이었다. 또한 이들 가족들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많은 시선들은 이들이 성공하리라고 확신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어떤 어려운 순간에도 기족들은 결코 포기하겠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 결과 많은 사람들에게 보라는 듯이 재개장에 성공했으며 엄청난 수익은 아니더라도 은행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의 결실의 성과를 거두었다. 고통스럽고 험난한 과정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이를 실현해가는 이들 가족의 애틋한 노력들과 무엇보다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으면 싶고, 또한 할머니로부터 손자들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진정 따뜻한 가족애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이 작품을 바탕으로, 올 연말 미국 헐리웃에서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라니 영화로도 크게 흥행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