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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아래
야쿠마루 가쿠 지음, 양수현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여름의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요즈음 다양한 추리 소설들이 등장하는 듯하다. 아마도 많은 독자들이 여전히 추리 소설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는, 책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에서 시종일관 살얼음을 걷는 것 같은 아슬아슬한 스릴감이나, 사건 전개와 관련하여 범죄자들이 흔히 이용하는 교묘한 트릭들 그리고 스토리의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힘든 미스터리와 그러한 과정에서 의표를 찌르는 반전의 상황들이, 무더위를 한꺼번에 씻어 줄만큼 시원한 쾌감 내지는 흥미를 전달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출간된 이 작품은 어린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그곳에서 머물지 않고 이미 발생된 사건이 하나의 매개가 되어 또 다른 종류의 연쇄살인을 불러일으키는 극장형태의 추리소설로 되어있다는 점이 특이해 보인다. 즉 범죄자가 사건을 저지르고 난 뒤에 자신의 범죄 행각을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세상에 공개하고 알리면서 이를 무대화 시키고, 세간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켜 사태추이를 관망하면서 완전범죄를 꿈꾸는 것은 물론, 자신이 저지른 잔인한 범죄의 행각을 즐기며 다음 사건을 계획하는 식의 전개로 이어지고 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에서부터 작가가 과연 그 결과의 끝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될 수밖에 없으며, 대개 이런 추리물의 이야기의 경우 범죄자들은 자신의 감정에 좌우되지 않을 만큼 냉정하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고, 범죄의 내용도 상당히 치밀하고 고도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서 추리물을 좋아 하는 독자라면 책 속으로 쉽게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소설은 서두에서부터 심상치 않음을 예고하는 끔찍한 의문의 살인 사건이 등장한다. 그리고 곧바로 하나의 새로운 사건이 발생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건 현장은 인적이 드문 산길도로 옆의 풀숲이며, 경찰조사 결과 피해자는 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어린 소녀로 누군가에 의해 성폭행을 당한 후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지휘본부가 만들어졌고 수사 인원도 확대되었지만, 추후 진행된 경찰의 현장조사에서 범죄의 향방을 가려낼 주목할 만한 증거나 단서는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피해자의 사망시각 전후로 범행 현장 근처를 목격한 사람들도 없었다. 그런데 얼마 후 이 사건과 별개로 또 다른 지역에서 살인사건이 경찰에 신고 된다. 목격자는 공원관리원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러 왔다가 쓰레기통 속 봉지 안에 어른의 것으로 보이는 목이 잘린 사람머리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다른 사건과 달리 경찰의 주목을 받은 이유가 있었는데, 그것은 범죄자가 살해현장에 피해자의 신원을 알 수 있는 보험증을 일부러 놓아두고 갔다는 것이고, 피해사실을 알리기 위해 도착한 피해자의 집에서 살해된 피해자의 나머지 신체가 발견되었다는 것, 그리고 칼로 난자된 신체의 겉 부분에 표식처럼 보이는 알파벳 숫자가 선명하게 나타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사건이 경찰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사건조사 도중에 범죄자가 스스로 자신을 상송(사형집행자)이라 칭하면서, 범행의 현장을 담은 DVD와 왜 자신이 이런 끔찍한 범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사유를 적은 우편물을 지휘본부와 언론에 보내 경찰의 수사를 기만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언론을 통해 이 사건이 대대적으로 세간에 알려지면서 사회에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뚜렷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 경찰의 수사는 진척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이 두개의 사건이 어떤 연관성을 맺고 있을 것이라는 희미한 단서하나를 포착하기에 이른다.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사건의 전개에 따른 하나의 유사한 패턴이 보인다. 어떤 유아 살인사건이 터지면 이 사건을 계기로 이에 상응하는 또 하나의 보복성 살인사건이 터질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번갈아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는 식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범행의 흔적을 쫓는 경찰과 이를 농락하기라도 치밀한 범죄의 계획으로 맞서는 이름 모를 범죄자와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지속되고 있어서 독자들에게 충분한 흥미와 긴장감을 한층 더해준다 하겠다. 더불어 사건을 담당하는 나가세 카즈키 형사는 어린 시절 자신의 실수로 동생이 낮선 사람에게 유괴당해 살해당한 경험이 있어, 사건에 임하는 형사라는 신분과 자신도 그러한 범죄자로부터 한때 피해자였다는 트라우마가 있어 정신적 갈등을 겪게 되는 이런 심리적인 부분도, 이 소설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지 않나 싶다. 특히 무엇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아동을 대상으로 범죄를 일삼는 자들에게 그와 같은 반인륜적인 행위에 경각심을 독자들에게 불러 일으켜주고자 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 느껴져 이 부분은 높이 살만하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았던 것은, 사건 전개에 있어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개연성의 부족이 느껴져, 생각만큼 스릴과 감동이 작가의 의도한대로 충분히 배가되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추리소설을 대하는 독자들의 관점이 저마다 다른 만큼, 완전범죄를 꿈꾸며 사회악을 제거하려는 범죄자의 개인적 망상과 하루 빨리 범인을 잡아 사법제도의 심판을 받게 하려는 경찰의 숨 막히는 대결이 펼쳐지는 이 책의 내용을 통해서, 많은 독자들이 그 결과의 추이를 살펴보고 추리소설이 주는 색다를 재미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