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미트리스
앨런 글린 지음, 이은선 옮김 / 스크린셀러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많은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중 인간은 자기 뇌의 10%도 못쓰고 죽는다고 한다. 뇌를 연구하는 여러 과학자들에 의하면 이 말은 사실과는 다른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일축하지만, 그들의 말을 전적으로 빌린다 해도 뇌가 지닌 무한한 잠재적인 능력을 우리가 모두 발휘하고 있다고 쉽게 단정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문제는 지금까지 우리가 인간 두뇌의 연구에 있어 놀라운 진전을 보았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 두뇌의 실체에 대해 이렇다 할 정도의 획기적인 성과에 우리가 아직 도달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며, 현재까지도 뇌가 가진 신비로운 부분은 여전히 상당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사실에서 그렇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우리의 두뇌가 지닌 잠재적인 기능을 충분히 활용해 지금에 이르렀다면, 오늘날 우리가 이룬 모든 기술의 집약적 상태의 정도는 가히 상상 이상이 아닐까 싶고, 지금 현실의 상황과는 여러 가지 점에서 사뭇 다른 양상을 띠고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그런 맥락에서 우리가 획기적인 기술의 개발을 이루고 이를 응용하여 인간의 두뇌 활용능력을 최대치로 나타나게 하는 새로운 신약을 어느 날 만들었다고 가정했을 때, 이 약을 복용한 후 나타날 수 있는 현실의 일면을 스릴러적인 요소를 가미시켜 흥미롭게 다룬 SF소설이다. 소재의 유형으로 놓고 본다면 우리에게는 다소 독특하고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 소설의 이야기는, 원작을 바탕으로 현재 영화화 되어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어서 독자들의 관심과 눈길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간혹 현실과는 거리가 먼 슈퍼맨과 같은 초능력을 보유한 인간이 되고픈 욕망을 꿈꾸기도 한다. 어떤 이는 그런 꿈을 통해 악을 물리치고 영웅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었으면 할 것이고, 또한 일부 사람들은 자신이 바라고자 했지만 아직 이루지 못했던 개인적 소망을 실현시키고 싶을 것이다. 이 소설은 우리가 한번쯤 상상으로 접했을 법한 소재를 흥미롭게 다루어 독자들이 마치 주인공이 되어 대리만족감을 느끼게 함은 물론,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속에 현실과 괴리된 인간의 고뇌적인 모습을 다각도로 살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 읽어 볼만 책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 에디는 뉴욕의 한 모퉁이 초라한 아파트에 거주하며 어느 출판사의 이름 없는 작가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한마디로 돈 없고 능력도 별로인 친구다. 그는 어느 날 우연하게 자신의 전처의 오빠였던 버넌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의 처남은 한때 마약을 거래했었고 그런 이유로 그도 마약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던 결코 좋지 않은 쓰라린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10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우연한 만남을 하게 되어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그는 처남에게서 마약과는 전혀 성질이 다르다며 먹어보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문스런 이야기와 함께 생소한 알약하나를 건네받는다. 그는 지난 과거 시절 마약으로 인해 피폐된 자신을 생각하며 한사코 거부했지만, 미국 식약청으로부터 허가된 약이며 임상시험을 거쳐 곧 시중에 판매될 약이라는 말에 현혹돼 복용을 하고 만다. 불과 30분도 지나지 않아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한 이 약은, 자신이 출판사로부터 제의 받은 책의 내용을 정리하는데 예전 같으면 일주일 걸릴 정도의 분량임에도 불과 수 분만에 해결해주었으며, 이뿐만 아니라 아무리 어려운 책의 내용이라도 쉽게 이해하는 것은 물론 또렷하게 기억하게 해주는 놀라운 효능에 그는 황홀함을 금치 못한다. 엄청난 효과를 알게 된 그는 다음날 이 약을 더 구하기 위해 자신의 처남을 만나러 갔다가 그곳에서 자신의 처남이 누군가에게 피살당하고 이를 계기로 많은 양의 알약을 손에 쥐게 된다. 이후 자신의 정신적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해주는 이 약의 효능을 발판으로 그는 주식투자에서 성공을 거두기도 하고 거대기업의 인수 합병에도 관여하는 능력을 지니게 된다. 그러나 이 알약 속에는 그가 몰랐던 치명적인 부작용이 숨어 있었고, 주인공 에디가 이를 뒤늦게 깨닫게 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독자들이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급박하게 흐른다.
작품이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가 현실의 상황과는 사뭇 다르나, 누구라도 이런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비록 이야기의 끝이 허무하게 끝날망정 으레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한 약간의 상상적 여지를 남겨두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 책이 흥미롭게 여겨지는 것은 그런 일말의 희박한 가능성을 두고 마치 자신이 주인공이 된 것 인양 다양한 상상력을 동원함으로서 독자들로 하여금 일종의 묘한 카다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는 점이다. 사실 소재는 다를지언정 어느 날 남들이 할 수 없는 자신만의 놀라운 마법과 같은 능력을 얻음으로 해서 좌충우돌하는 소동을 벌이는 가운데, 대개 해피엔딩으로 종결되는 이와 같은 부류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여러 작품들이 예전에 더러 등장하긴 했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런 소재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우리에게 질리게만 보이지 않는 것은, 이야기 속 주인공의 행위를 통해 우리가 대리만족의 기분을 맘껏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이 소설의 이야기를 두고 일부에서 비과학적이고 비현실적이어서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사실 미래의 일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은 것은 것이어서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구도 함부로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 책 주인공의 발자취를 더듬어 독자의 입장에서라면 과연 작품 속 향방의 결과가 어디로 향해 질주했으면 하는지, 그리고 이런 희귀한 약이 존재하여 자신이 복용할 기회가 우연하게 주어진다면 과연 당신은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이며 어떤 일을 먼저 해보고 싶은지 상상으로나마 생각해보면서, 답답한 오늘의 현실에서 스트레스 해소의 방편으로 삼아 잠시나마 즐겨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