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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서툰 사람들
박광수 지음 / 갤리온 / 2009년 1월
평점 :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고들 말한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에게 저마다 주어진 인생의 그 길은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일련의 과정인 것이며, 그 안에서 우리는 수행자로서 인생의 그 깊고 참된 의미를 깨닫기 위해 서툰 몸부림으로 오늘도 애쓰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분위기는 이상하게도 언제부턴가 상식적인 것과 원칙적인 것을 지키며 이를 존중해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진, 그래서 목적을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기주의적인 경향을 띠고 있는 듯해 보인다. 우리가 디디고 있는 이 땅의 공간이 언뜻 생각하기에는 넓어 보일지는 몰라도, 높은 산위에서 이를 내려다보면 그곳은 좁디좁은 하나의 작은 공간에 불과할 뿐이다. 그럼에도 그 협소한 곳에서 우리는 네가 잘났느니 내가 잘났느니 하고 티격태격 서로 드잡이를 하고 핏대를 세우며 얼굴을 붉히고 살아간다. 또한 자신의 잘못되고 부끄러운 부분은 뒤로 숨기고 상대방의 약점을 잡아 그것이 마치 대단한 일인 양 확대하여 스스로의 우월감을 가지려하며, 겉으로 화려하게 꾸미고 치장해서 으스대고 잘난 척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 누구도 완벽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모든 것이 처음엔 서툴 수밖에 없고 그러한 이유로 우리는 때로 이별도 하고 아픔도 겪고 눈물지으며 고통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마련인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나이 40가까이의 삶을 살아가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서툰 자신의 과거들을 회상하며, 서툰 것이 결코 남들에게 비난받고 조롱 받아야 할 일은 아니며, 그런 엉성한 서투름이란 어느 특정인에게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오늘도 우리 모두는 그러한 서투름을 통해 조금씩 정신적으로 성장해가고 있음을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풀어가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향해 지금까지의 삶을 살아오면서 자신은 언제나 패배자였다고 말한다. 뚱뚱한 외모로 인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그는, 늦게 한글을 깨우치고 한때 불량스런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입시에 낙방하는 실패를 경험했고, 어른이 되어서는 자신이 그린 만화가 한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후, 불미스러운 개인적인 일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람들에게 따가운 눈총과 지적을 받아야 했으며, 결혼에서 실패하고 사업에서도 각각 회복하기 힘든 쓰라린 아픔의 시간을 겪었다고 겸허한 자세로 독자들에게 고백한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한 연속된 실패의 경험들이 앞으로 언제 또 어떤 형태로 자신을 괴롭힐지 불안해하면서도, 우리가 애초 어느 것에도 익숙해있지 않았던 것처럼 담담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한때 사람에 치이고 사랑으로 인해 아픈 상처의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의 글 속에는 여전히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갈구들이 짙게 배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상이 때로 살기 힘든 것은 그의 말대로 우리가 삶에 대처하는데 능숙하지 못해 서툴러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 서투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며, 내일은 또 어떠한 일이 우리 앞에 나타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설사 우리가 때로 세상사에 지쳐 고통스런 일을 겪었다 해도 결코 용기를 잃지 말고 살아갈 일이다.
희망이란 것은 우리가 스케치북에 명확하게 그려낼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많은 사람들은 막연히 희망을 기대하며 오늘을 살아간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의 인생의 길이란 것이 우리가 바라는 대로 그리 만만하게 펼쳐지지 만은 않는다는 점이다. 인생은 마치 정글의 숲과 같아서 우리는 더러 깊은 늪에 빠지기도 하고 사나운 맹수에 의해 목숨의 위협을 받기도 하며, 느닷없이 불어대는 거센 비바람과 폭풍우에도 시달려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희망이란 바로 그런 긍정적인 기대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며, 또한 그러한 고난의 역경을 이겨냄으로서 우리는 조금씩 강인해지고 세상에 능숙해질 수 있을 것은 아닐까 싶은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어떤 술수나 잔꾀는 그 순간을 잠깐 모면할 임기응변의 식의 방편일 뿐이다. 따라서 그것보다는 조금은 서툴더라도 진심을 담아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책 속 이야기에서처럼 우리가 일에 패배하고 사랑에 패배한 것은 어쩌면 서투르기 때문에 그것을 제어하지 못해 가져온 결과물 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서투른 과정이 없었다면 과연 지금의 우리가 존재했을까 싶다. 아기들은 일어서기 위해 수천 번의 넘어지는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 비록 오늘의 실패가 우리를 우울하고 힘들게 만들지라도 내일 일어서기 위한 작은 시도였노라고 여기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오늘의 태양은 언제 석양 속으로 사라지겠지만, 내일 또다시 태양은 우리의 머리를 뜨겁게 비추인다는 사실을 언제라도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서투름으로 인해 낙담한 우리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감싸주는 한편의 포근한 에세이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편한 마음으로 그의 따뜻하고 유쾌한 말 한마디에 귀를 한번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을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