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여기에 홍신 세계문학 4
미우라 아야코 지음, 정성국 옮김 / 홍신문화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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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힘들게 느껴지는 것 중 하나는 아마도 우리가 어떤 이유로 인해 자신에 삶의 목표를 잃고 중간에 방황하게 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이 문제는 자신이 그동안 염두 해두었던 인생의 의미자체를 송두리째 앗아가는 것과 같아서, 이를 대체할 다른 어떤 대상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을뿐더러, 더불어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인생이 마치 쓸모없는 허무한 감정만을 가져다주게 되어 심각한 우울증의 늪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인생의 길이 그렇게 외길로만 이어져 있지만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때로 망각 하고 사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가깝게는 자신을 사랑스런 눈으로 지켜다보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있어 위로와 함께 용기를 내는데 그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며, 설사 그런 환경이 주어져 있지 않다 하더라도 눈을 좀 더 넓게 뜨고 바라보면, 미처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또 다른 희망의 싹이 움틀 수 있다는 가능성의 일면이 있음을 모르고, 우리가 인생을 간혹 너무 비관적 혹은 부정적으로 단정 짓고 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겉으로만 보았을 때 다른 누군가의 인생의 길이 마치 지름길만을 거쳐 온 손쉬운 삶인 것처럼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떠한 인생도 그 나름대로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우여곡절이 있게 마련이고 호락호락 하리만큼 편안하게 이루어진 삶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인생이란 수많은 변곡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으로, 한때 자신의 인생 일부분이 세상의 험한 파도에 의해 휩쓸려나갈지라도 이에 굴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살아갈 일이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소설 <빙점>의 작가이며 현재 일본의 대표적인 기독 작가로 알려져 있는 미우라 아야코가 13년의 투병생활을 거치며 허무로 점철된 기구한 자신의 삶을 회고하면서, 어느 누구의 인생도 저마다의 주어진 길이 있는 것이며 어떤 경우에라도 희망을 잃지 말고 자신의 삶을 직시하여 살아갈 것을, 자서전의 형식으로 자신의 생각과 심정을 솔직하고도 담담하게 담아내어, 독자들에게 감동은 물론이고 종교의 긍정적인 부분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책이어서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한번 읽어 봐도 좋을듯하다.

그녀는 초등학교 교사로 7년 동안을 재직하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자신의 유일한 삶의 낙으로 알고 가장 순수하고 열정적인 마음으로 활동하던 중, 자신의 조국이었던 일본이 연합국과의 전쟁에서 패전함으로서 그 동안 아이들을 가르쳐왔던 자신의 교육방침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교사로서의 생활을 그만두게 된다. 그와 동시에 결혼할 생각으로 약혼 날짜를 받아 두었다가 약혼하기 며칠 전 돌연 폐결핵으로 쓰러지는 상황을 맞는다. 당시 폐결핵은 특별한 치료법이 없기도 했지만 전쟁에서 패한 일본의 상황이 암울했던 터라, 그렇지 않아도 교사 일을 그만두면서 자신을 조금씩 지배해왔던 허무적인 생각은 이런 일련의 사건과 더해지면서 그녀 자신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어 간다. 이후 그녀는 요양소에 들어가 한 번의 자살 실패를 경험하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자신의 인생을 두고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어 점점 자학적이고 방탕적인 형태로까지 번지게 된다. 그러던 중 그녀의 나이 27살이 되던 해에 우연하게 자신의 어렸을 무렵 소꿉친구였던 한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그녀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의학도이자 신실한 기독교 신자로 그녀가 삶의 의욕을 잃고 힘들어 할 때마다 따뜻한 마음으로 그녀를 위로하고 감싸게 되며, 그의 그러한 진실한 모습을 통해 그녀는 조금씩 자신의 변화된 삶을 모색하며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한 힘찬 재기의 날개를 펴는 동기부여의 기회를 얻게 된다.

이 작품은 작가가 지난 시절 자신에 조국의 패전과 교직을 그만두고 설상가상으로 심각한 병마에 시달리면서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던 당시 상황을 고백하면서, 한 남자와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사랑에 눈을 뜨고 기독교라는 종교적 신앙에 귀의하면서 새로운 삶을 개척해가는 과정을 비교적 생생하게 그리고 있어 독자들의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켜준다. 언제 나을지도 알 수없는 상태에서 그녀가 겪었던 13년간의 투병생활은 그야말로 크나큰 고통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척박한 땅에서도 꽃은 피고 새로운 삶이 잉태되듯이 그녀의 암담한 인생의 여정에도 희망의 돌파구는 있었다. 하지만 이전에 그녀가 한때 자살을 결행했고 그 결과로 죽음을 맞이했다면 지금의 그녀가 안고 있는 행복의 시간들은 아마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먹구름이 낀 하늘을 쳐다보면 밝게 빛나는 태양이 어느새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잠시 동안 가려져 있을 뿐 결코 사라진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스스로의 인생이 어떤 이유로 인해 비바람에 휘둘리고 흐려져 있을 때는, 그러한 점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희망이 영영 사라져버린 것처럼 우리는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말하기를 아무리 험한 상황에 있다하더라도 결코 희망을 버리지 말기를 말한다. 그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있을 때 비로소 우리가 원했던 삶에 목표도 되살아나는 것이고, 자신이 한때 바라던 사랑도 행복도 얻을 수 있는 것임을 우리에게 손수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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