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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시대 1 - 봄.여름
로버트 매캐먼 지음, 김지현 옮김 / 검은숲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누구나 어린 시절의 순수하고 해맑은 동심의 세계가 있었을 것이다. 어떤 인위적인 이해관계도 얽히지 않고 탐욕스런 본능의 모습도 드러나 있지 않은, 어떻게 보면 막연해 보이기는 해도 여림 감성으로 때 묻지 않은 꿈을 꾸던 그런 정겹고 아름다운 추억의 시간들이 가슴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그 당시에는 누구나 모두 그렇지 않았을까. 세상 속에 펼쳐져 눈앞에 보이는 일들이 마냥 신기하고 새롭게 느껴지고, 어느새 자신의 마음을 쉼 없이 설레게 만들었던 그래서 우리가 모르는 그 어디엔가 모험을 즐길만한 또 다른 세상이 분명 있을 것이고, 용기를 내어 마음만 먹으면 그 무엇도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런 호기로운 생각들도 한두 번쯤은 했었을 것 같은 그런 추억들 말이다. 그러면서 어느새 조금씩 나이를 먹고 세상이 영화나 책 속에서 보아온대로 언제나 선이 악을 물리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고, 우리를 가르치는 부모나 선생님들의 말씀 중에 더러는 이해하지 못할 이상한 이야기들이 있고, 그들이 언제나 항상 옳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면서 세상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면서 우리는 서서히 다들 그렇게 속물적이고 이기주의적인 어른의 모습으로 탈바꿈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한번 지나간 우리의 순수하고 티 없이 맑았던 어린 시절은 다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법이 없다. 그리고 인생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애초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고, 또한 그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똑같이 평등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어떤 인생도 자신의 어린 시절 만큼 무한한 꿈을 꾸어가는 행복한 동심의 시기를 견줄 만큼 가슴 벅찬 시간을 찾아보기는 힘들 거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기억 속에 아스라이 자리한 그 시절의 경험들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다른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으로 남게 마련인 듯하다.
이 작품은 한 소년의 눈을 통하여 세상에 대해 서서히 그 시각을 넓혀가는 성장의 과정이 사실적이면서도 섬세하고, 평범하면서도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폭 넓게 그려져 있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과 같은 생생함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특히 책을 통해 나타나는 여러 다양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맞춰 작가 특유의 유려한 문장의 흐름이 부드럽게 나타나 있어서, 아마도 그것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즐거움과 재미를 한층 더해주는 요소로 작용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누구나 그렇듯 마찬가지로 이 책 주인공 역시도 그의 성장 과정에 경이적인 놀람과 감동적인 일들이 있고, 혹은 가슴시린 아픔의 경험들이 서로 엉긴 채 가득 채워져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이야기를 그러한 관점에서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아기자기하면서도 편안하게 다루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제 열두 살이 된 코리는 제퍼라고 불리는 어느 지방 소도시에서 우유배달부로 일하면서 부지런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아버지와 매사 행여 무엇이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거리를 늘 가슴에 담아 두고 사는 소심한 어머니와 함께 지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낸다. 소년은 어쩌다가 한번 있는 아버지와의 새벽 우유 배달에서 자살인지 범죄인지 모를, 한 남자가 탄 자동차가 낭떠러지에서 추락하는 것을 목격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시내 영화관에 갔다가 영화에 등장하는 화성인 괴물의 이야기를 보고 꿈에 혹시 그 괴물이 나타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하며, 친구들과 1박 2일간의 캠핑을 나갔다가 험한 얼굴을 가진 무뢰배 어른들로부터 쫓기는 신세를 경험하기도 한다. 또한 홍수에 의해 호수가 마을을 덮치는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마을사람들과 제방을 쌓아 올리던 일에 참가하면서 물에 빠진 꼬마 아이를 구하던 일로 그에 대한 보답으로 새로운 자전거를 선물 받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던 일이나, 마을 교회에 들러 예배를 보는 과정에서 말벌에 의해 소동을 빚어지면서 소년이 바라보게 되는 어른들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과 거친 언어들을 보고 들으면서 소년은 조금씩 세상의 눈을 뜨게 된다. 그러면서 소년 코리가 겪는 세상일들은 그의 마음속 공간에는 때로 행복과 감동이 혹은 아픈 상처로 겹겹이 쌓이게 된다.
책 속의 내용대로 많은 사람들은 아이 때는 어른이 되고 싶어 하고 막상 어른이 되어서는 다시 어린이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세상은 그걸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의 인생에서 연습이라는 기간은 따로 주어지는 것이 없다. 그래서 가능한 뒤늦은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아이 시절에는 아이에 맞는 일에 충실해야 하며, 또 어른이 되어서는 그에 상응하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세상 속의 모든 일들은 마치 마법처럼 다가오는 것이며 우리는 마법 속의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단지 우리가 그걸 그렇게 인식하지 않으려 할 뿐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불현듯 느끼게 되는 것은 우리는 코리의 나이 때에 과연 무엇 했던 것일까 하는 과거의 추억을 한번 더듬어 보게 한다는 점이다. 그 당시에 우리와 마주 했던 자연의 모습과 친구들의 얼굴, 그리고 그들과 함께 했던 지나간 과거의 기억들이 얼마만큼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인지를 말이다. 혹시라도 추억할 만한 많은 기억의 내용들이 문득 떠오르지 않아 어느새 희미한 안개만이 그곳을 맴도는 독자들이 있다면, 책 속 주인공 코리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그곳 제퍼라는 조그만 마을의 수수한 풍경과 구수한 냄새를 맡으면서 코리의 다정한 친구가 되어 그가 경험하게 되는 아름다운 추억을 과정을 가까이에서 한번 엿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