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신부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44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즈음 뉴스나 영화 광고 등에 간혹 등장하는 내용 중에서 팜므파탈(팜파탈)이란 단어를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듯하다. 이 말은 19세기 유럽 낭만주의 문학에서 등장하기 시작하여 남성을 상대로 죽음이나 고통과 같은 상황으로 몰아 치명적인 가해를 입히는 악녀 또는 요부의 이미지로 확대되어 사용되어지다가 최근에는 상업적인 이미지가 더해져 고혹적이고 매력적인 여인의 모습으로 대변되어 사용되는 듯하다. 사실 팜파탈의 등장 배경은 지난 오랜 세월 동안 가부장적인 우리 사회의 모습 크게 반발하여 여권 신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여성의 심리 내면에 팜파탈적인 성향이 보이는 것은 아마도 지난 과거 시절의 억압되고 차별받는 과정에서 생겨난 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페미니즘적인 요소가 짙게 느껴지는 이 작품은 남자들의 삶을 파괴하는 전형적인 팜파탈의 모습을 하고 있는 지니아라는 한 인물을 통해 이와 관련한 세 여성의 복잡한 내면의 심리적 변화의 과정을 섬세하고도 심층적으로 표현하여, 여성의 입장에서 때로 심한 상처로 인해 자아를 잃고 심리적으로 위축된 불안한 삶을 어떻게 극복해 갈 것인가에 대한 것을 깊게 고민해보고자 했으며, 한편으로 책 속에 등장하는 세 여성이 경험하게 되는 현실을 통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두고 그것을 냉철하게 보려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방치하거나 혹은 과대 포장하게 될 때, 그것이 결과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옭아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음을 지적하고 있지 않나 싶다. 더구나 남녀 간에 이루어지는 사랑에 관한 감정의 문제에서는 특히 이러한 경향이 더욱더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어쩌면 이 작품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냉혹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이 문제는 자기 스스로가 아닌 그 누구도 해결해줄 수 없는 맥락이라고 생각해보면 그 나름대로의 충분히 공감을 표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책 속에는 모두 4명의 주인공 여성이 등장하는데, 대학교수를 지내면서 전쟁에 관한 역사의 내용에 흥미를 느껴 집과 학교에만 관심을 쏟는 토니와 사업가의 기질을 발휘하며 세상에 굴하지 않고 당당한 여성으로 살아가는 로즈, 여성스러운 면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몽상을 즐기는 캐리스, 그리고 아름다운 미모를 바탕으로 자신의 친구들의 남편을 유혹하여 그들의 삶을 파괴하고 악녀로 등장하는 지니아가 바로 그들이며, 책의 제목인 도둑신부는 평범한 남자의 가면을 쓰고 젊은 여자들을 잡아먹는 도둑신랑이라는 동화의 내용을 담은 제목에서 따온 것으로, 상황이 반대이긴 하지만 여기서는 팜파탈의 이미지를 가진 지니아의 모습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이야기는 그녀들의 성장과정에서부터 이후 그녀들이 겪게 되는 파란 만장한 인생의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져 있다. 각 캐릭터가 지닌 특징으로 볼 때 오늘날 대부분의 여성들은 대체적으로 이 범주 안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으며, 이러한 면에서 생각해보면 아마도 저자는 이 책에서 여성들이 남자들과의 관계에서 더러 생기게 되는 예기치 않은 혼란스러운 상황을 두고 전개되는 여자들의 복잡한 심리의 부분을 솔직하게 그려보고자 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다.

그녀들은 모두 메클렁 홀이라는 대학교 기숙사라는 공간에서 함께하는 동료로 지내지만 서로 마음을 터놓을 만큼 그리 친하게 지내지는 못하던 사이였다가, 졸업 후 각자 결혼의 시기를 거치면서 지니아가 그녀들의 남편들을 하나씩 농락하면서 가정을 파탄으로 몰아간 모두 비슷한 상처의 경험을 얻게 된 계기로, 이후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물어가며 그녀들의 기억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 지나간 과거의 동일한 상심의 후유증을 함께 치유해가면서, 앞으로 펼쳐질 그녀들의 인생 나머지 부분에 대해 각자의 생각과 의견을 주고받는 사이로 발전한다. 그런데 독자로서 책을 읽다보면 지니아를 제외한 나머지 그녀들의 성장과정에서 하나의 두렷한 공통점이 발견되는데, 이들은 하나 같이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신뢰의 구석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즉 이들의 아버지에게서 나타나는 모습들은 대개 한때 바람을 피우면서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심정을 고통스럽게 만들거나 혹은 부모와 자녀 간에 이루어지는 충분한 교감의 시간들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더불어 토니의 경우에는 신체적인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으며, 캐리스의 경우도 어려서 인척들에게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가지고 있어서, 이러한 과거의 기억들로 인해 그녀들은 어른이 되어서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남성들과 관계에 자신감을 잃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래서 그녀들은 결혼 이후 남편으로부터 일방적인 처사를 당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반항하기보다 스스로를 합리화 시켜 위안을 얻는 자기만족에 그치고 만다. 이후 그녀들은 지니아가 그녀들의 남편을 유혹하여 그녀들의 가정을 내팽개치고 도망가게 만든 결과를 두고, 지니아를 만나 그녀의 의도적이며 악의적인 행동에 분개하지만, 돌이켜 그녀들 스스로 남편을 그렇게 만들어버린 일부의 책임감에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식하게 되고, 따라서 그녀들은 지니아의 그런 행동은 분명 비난 받아야 된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마음의 한구석에는 지니아의 그런 팜파탈적인 면을 동경의 대상으로 삼아가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전개되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소설 속 다른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않는 것은, 상황만 조금 다르다 뿐이지 이와 유사한 일들이 오늘날에도 여전이 계속 되고 있고 이로 인해 심리적인 방황에 놓인 여성들이 오늘 우리의 사회 안에도 많이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생각해보면 지니아가 지닌 강렬하고 매혹적인 팜파탈적인 요소가 필요해 보이기도 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연인을 온전하게 소유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는데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여성의 입장에서 어느 누구로부터의 시선에도 예외가 되지 않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어 하는 마음 속 욕망을 부정하거나 이를 거부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 책 지니아라는 인물에서 보듯 우리가 한 가지 생각해 볼만한 것은 그렇게 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타인에게서 혹은 자신의 연인으로부터 당연히 인정하고 바라봐주길 기다리는 수동적인 입장이 되기보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능동적인 것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것이다. 결국 이 책 등장인물로부터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이 그저 단순한 감성적 호소만으로 되는 쟁취되는 것은 결코 아닌듯하며, 자신의 부족함이 무언지를 깨닫고 이를 조금씩 채워 나갈 때 비로소 그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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