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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털 같은 나날
류전윈 지음, 김영철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시대의 흐름에 따라 약간의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하루를 무사히 마친 것에 감사를 표하고 보일 듯 말듯 소박한 희망 하나 목전에 걸어놓고 내일을 바라고 살며, 작은 것에도 마음 아파하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상처 받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역사 속의 주체가 되면서도 그 누구 하나 기억해주지 않는 이들을 가리켜 우리는 소시민이라 부른다. 오늘도 무수히 많은 소시민들은 하루의 일상을 보내면서 일희일비하며 힘들고 고단한 삶을 영위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소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넓게 생각해보면 권력의 힘 앞에 더러 굴종된 삶을 강요받아야 하고 가진 자들에 의해 교묘히 이용당하면서도 이를 어쩌지 못해 스스로 감내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한편으로 그러한 가운데서도 현실적인 것을 부정하지 못해 때로 자신을 속이는 비굴함을 보이기도 하고, 팔이 안으로 굽는 것 마냥 이기주의 편에 당당하게 서서 속물적인 근성을 드러내고야 마는 것이 바로 이들의 삶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생각해 볼 것은 그 안에 또렷하게 보이는 이들의 모습 이 바로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라는 것을 우리는 분명 주시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 누구도 자신에게 소시민으로 살아가라고 주장하거나 권유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들 중 대부분은 이 부류에 속해 있고 또한 스스로를 소시민이라 자처하며 살아가면서, 우리가 이를 객관화시켜 보려고 하는 노력조차도 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심히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고 여겨진다.
이 작품은 때로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그래서 한 없이 나약해 보일수도 있는 소시민적인 여러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사실적이면서도 적나라하게 표현하여 마치 거울을 통해 우리의 자화상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게 하면서도, 그 내용의 전개에 있어 풍자와 해학을 적절하게 가미되어 상황에 따라 시시때때로 변하는 인간의 본성을 과감하게 들추어냄과 동시에 모순으로 점철된 우리의 모습을 제대로 지적해내고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옴니버스의 형태로 모두 3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소설은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소시민의 모습을 개인과 조직 그리고 역사라는 틀에서 그들의 모습이 어떻게 오늘 우리에게 비추어 지고 있는지를 재조명 하고자 했으며, 이와 관련하여 사회 부조리한 면을 은근히 비판하는 시각을 담고 있기도 하다.
책의 내용 중 닭털 같은 소제목을 달고 있는 첫 번째 단편은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하여 부인과 맞벌이를 하면서 구차한 삶을 살아가는 한남자의 일상생활이 그려져 있는데, 월급쟁이로 근근이 버티면서 매사 자신의 마음과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고민하는 나날을 보내게 되지만 스스로를 합리화하는데 점차 길들여지는 전형적인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두 번째 기관이라는 작품은 직장이라는 조직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그렸는데,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점이나 편리를 위해서라면 그것이 결코 옳지 않음에도 편을 가르고 상대방을 끄집어 내리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조직 문화의 불편한 인간관계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적나라하게 잘 드러나 있어서, 비록 공산주의라는 폐쇄적인 분위기를 그 바탕에 깔고 있긴 하지만 본질적인 부분만을 놓고 생각해본다면 여러모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끝으로 세 번째 1942년을 돌아보다 라는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보았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가뭄과 기근으로 수백 만 명이 목숨을 앗아간 끔찍한 사건을 두고 당시 이를 마주하고 있는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 그리고 제 3자의 시각 차이에서 오는 커다란 괴리감이랄까 같은 것을 다시금 새롭게 느끼게 하지 않았나 싶고, 더불어 과거 중국의 상황과 똑같지는 않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나간 과거에서부터 오늘 이르기까지 우리 정치사의 모습을 곰곰이 되새겨 볼 수 있었던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어느 사회에서든 소시민의 일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삶의 방향 면에서 본다면 그리 큰 차이점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은 함께 공존해가야 하는 사회 속에서 이러한 소시민의 삶의 모습이 이 책에서처럼 각 개인의 이기주의와 서로 상충하면서 계속 이전투구 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면 그만큼 그들의 삶은 더욱 힘들고 고달파 질 것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소시민의 여러 모습들을 통해 겉과 속이 다른 면을 부각시켜 자칫 자신을 모습을 되돌아보려 하지 않는 타성에 젖은 우리의 인습들을 지적함과 동시에 이를 부추기는 사회 제도의 불합리성과 또한 조직과 관료사회에서 자행되는 그릇된 행태들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듯하다. 또한 한편으로 오늘날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관계에 내몰려 불안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을 보면서, 이 책에 나타난 가난하고 연약한 그들의 모습이 단순히 허구적인 것이 아닌 우리의 모습과 너무 흡사한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해지기도 한다. 세편의 단편 작품임에도 그 내용을 생각한다면 개인적으로 적잖은 문학적 가치와 인간의 본성에 대한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다는 생각이어서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한번 눈여겨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