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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이는 자 1 ㅣ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시공사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범죄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태어나지는 않는다. 더구나 인간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제어할 수 있는 이성이라는 힘을 가진 존재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서 그런지 스스로를 생각할 때 범죄자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오늘 우리의 사회에 벌어지는 범죄들을 보면 차원 높은 과학적인 수사기법이 발달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한편으로 보면 범죄자들의 그 범죄의 구성내용이 이전보다 점점 치밀하고도 대범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서, 때로 우리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는듯하다. 그런데 우리주변에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단순하고 일시적인 충동으로 범하게 되는 범죄의 행위는 그렇다 하더라도 연쇄살인과 같은 끔찍한 범죄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이 작품은 현실에서는 좀처럼 생각하기 힘든 사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실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여아 어린이들을 납치하여 연쇄적인 살인을 저지르면서 그런 거북한 범죄행위를 두고 범죄자가 일종의 자신의 쾌락을 얻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간주하면서, 인간의 본성이 때로 얼마나 무섭고 얼마만큼 잔인해실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지 않나 싶고, 그것이 책을 대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단 한순간도 방심의 틈을 주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과 공포를 시종일관 유지시켜주는 것은 물론,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묘사와 사건의 전개나 구성면에서도 치밀하고 박진감 있게 그려져 있어서 이러한 장르를 좋아 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한번 눈여겨 관심을 두어도 좋을 만한 작품이라 여겨진다.
일반적인 사건과는 달리 사회적으로 커다란 문제가 되는 강력범죄를 주로 다루는 행동과학 특별 수사팀은 어느 도시에서 아이들이 하나둘씩 연속적으로 감쪽같이 사라져 행방불명되면서 급기야는 이것이 해당지역 내에 상당한 사회불안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받게 되면서 수사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 사라진 아이들의 신체일부가 발견되었다는 한 신고자에 제보에 의해 현장으로 급파된다. 조사 결과 그곳에서 발견된 것은 유괴되었던 다섯 아이들의 왼쪽 팔이었고 추후 조사에서 새로운 아이의 여섯 번째 팔을 발견한다. 즉 사건현장에는 시체는 어디로 온데간데없는 오로지 일정한 간격으로 아이들의 신체 일부분만 그곳에 매장되어져 있었으며 범죄자가 현장에 남긴 어떤 증거도 없었음을 확인 한다. 수사팀은 범죄학자인 게블러 박사를 필두로 전문 수사요원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들은 즉시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사건 현장에서 수거해간 아이들의 팔을 분석한 결과에서 유괴된 다섯 아이들은 유괴 후 곧 살해되었으며 여섯 번째 소녀의 팔에서는 출혈을 멈추게 하는 특별한 약품이 쓰였음을 알고 이 아이가 현재 살해되지 않고 생존해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범죄의 행방을 추적하게 된다. 그러던 중 수사팀은 고속도로 순찰대의 검문에 의해 체포된 사람의 차 트렁크에서 처음으로 유괴되었던 아이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지만 체포된 당사자는 즉시 자살하게 되고, 수사팀의 최종 조사 결과 그는 아이를 유괴한 범인이 아니며 범죄에 이용당한 자에 불과하며 실제 범인은 상당한 의학 지식을 겸비했으며 고도의 두뇌를 가진 소유자로 자신의 쾌락을 위해 살인을 즐기는 자로 판명됨에 따라 이에 직면한 수사팀은 다시 암울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이 작품에서 특징적으로 보이는 것은 실화를 통한 다소 쇼킹해 보이는 연쇄적인 유괴살해사건이 사실적이면서도 극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범죄심리학자인 게블러 박사와 납치전문 수사관으로 나오는 밀라라는 여형사, 그리고 연쇄살인 범죄자 간에 벌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심리적인 묘사 부분이 독자로 하여금 책 속으로 자연스럽게 몰입시키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프로파일러인 게블러의 박사가 범죄의 행위를 추적해가는 과정에서 보통 연쇄 살인범죄자들에게서 나타나는 행동적 특이성과 그들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성향들을 분석해가는 부분은 마치 수사과정을 현장에서 보는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할 만큼 생생하게 느껴진다. 공포가 우리를 솔깃하게 만드는 것은 외부적으로 보이는 단순한 잔인함을 전해주는 것보다는 그러한 현상이 일어나기까지 진행되는 숨 막히는 과정에 있다. 이 작품은 그러한 점을 잘 살려 독자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함과 동시에 한편에서는 범죄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기묘하게 펼쳐지는 미스터리의 부분도 상당해서 기존의 추리소설에 식상함을 느낀 독자들에게는 좋은 독서의 시간을 마련해주리라는 생각이다. 많은 추리 소설들이 출간되고 있지만 요즘 추리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눈높이가 상당히 높아져 있어 이에 상응한 작품이 의외로 그리 많지 않은듯하다. 따라서 실화를 바탕으로 공포와 추리 그리고 미스터리의 요소가 조화롭게 잘 어우러져 있으면서도 탄탄하고 치밀한 구성된 스토리의 전개 속에서 계속적으로 이어지는 스릴과 서스펜스가 돋보이는 이 작품을 통해서, 독자들이 추리소설이 주는 각별하고도 색다른 묘미를 마음껏 만끽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