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드 노트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누가보아도 아름답고 행복하게 느껴지는 그런 극적인 사랑의 과정을 꿈꾸어 보았던 사람들이 아마 많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그 어떤 외적인 요소들이 개입하지 않은, 사랑이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그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면 그러한 바램들은 극히 당연한 일일 것으로 생각 된다. 하지만 사랑이란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의도대로 움직여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언제나 달콤한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며 더러는 그로 인해 심한 마음의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사랑을 갈구하고 목말라 하는 이유는 그것만큼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고 포근하게 그리고 벅찬 희열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비교할 만한 다른 그 무엇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각 개인마다 사랑을 생각하는데 있어 그 차이가 조금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개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사랑이란 다른 어떤 조건도 결부시키지 않은 그야말로 순수하고 진정한 마음을 상대방에게 그대로 전해주고 또 그자체로 고스란히 받아질 때에 비로소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으며, 그러한 서로간의 신뢰할 수 있는 사랑의 힘은 설사 그 과정에 어떤 장애물이 걸쳐져있다 해도 이를 충분히 뛰어넘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게 마련이다.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나 영화 드라마들은 이전에도 많이 있어왔지만, 그것이 아직까지도 식상하지만은 않는 것은, 간혹 운명적인 사랑의 이야기 안에 담긴 진실한 내용들을 우리가 대하게 될 때에, 다른 어떤 것에서 느낄 수 없는 가슴 벅찬 감동과 같은 묘한 매력이 그 속에 알알이 박혀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은 애절하리만큼 아름답고 순수한 운명적인 첫사랑의 이야기가 사실적이고도 드라마틱하게 그려져 있는데, 그 안에 전개되고 있는 내용이 독자들로 하여금 레몬과 같은 상큼한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고 있고, 애틋하고도 소박한 우리의 감성들을 은연 중 유발시키고 있으며, 또 한편으로는 사랑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은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기도 해서 로맨스 소설을 좋아 하는 독자라면 한번 관심 있게 봐두어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책 속에는 각기 다른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지만, 이것이 어느 순간 의외의 극적인 반전을 일으키면서 종국에는 하나의 아름다운 사랑으로 그 연장선을 이루고 있어, 따라서 이 책을 읽은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마치 오월의 햇살을 보는 것과 같은 온화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그래서 잔잔한 그 감동의 여운을 더욱 깊게 맛볼 수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다.

주인공 가에는 대학교 2학년의 교육대학 재학 중이며, 친구들에게 조금은 특이해 보이는 4차원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는 친구로 인식되지만 소박하면서도 순수하고 맑은 심성을 지닌 숙녀다. 그녀는 학교 근처 새로운 맨션으로 이사를 하게 되는데, 그곳의 옷장 속에서 전 주인이 미쳐 챙겨가지 못한 한권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된다. 남의 일기장을 훔쳐본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 보관만 하고 있다가, 문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 된 한 남자에게서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를 것 같은 묘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이와 비슷한 시기에 자신의 친구 애인이었던 남자로부터 뜻하지 않은 사랑의 고백을 받게 되면서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러다가 우연하게 펼쳐보게 된 일기장에서 그녀는 초등학교 선생님인 이부키라는 인물을 만나게 된다. 일기장에는 이부키라는 선생이 자신이 맡은 학급과 학생들의 이야기와 또한 자신이 흠모하는 한 남자와의 밀고 당기는 순수한 사랑의 전개과정을 여과 없이 솔직하게 적어 놓았는데, 가에는 그 일기장의 내용에서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사랑의 형태와 어떤 비슷한 공통점이 있음을 알고, 혼자서는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풀어낼 수 없었던 자신 앞에 직면해있는 사랑에 대한 문제에 관하여, 이부키 선생이 자신의 사랑을 찾기 위해 고민했던 방식에 동감을 표하면서 이에 새로운 용기를 얻어 직접 자신의 현실에 대입하기에 이른다.

사랑이란 감정은 생각해보면 애초 우리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어느 특정한 상대방에게로 이끌려가는 것에서 시작 한다. 그리고는 스스로를 그 사랑 안에 가두어 놓고 아름다운 변신의 꿈을 시도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행동은 어떤 강제나 강압에 의한 것이 결코 아니며, 이후 언젠가부터 마치 무슨 의무를 진 것 마냥 서서히 어느새 자신의 의지로 굳어져 버리게 되고 이에 최선을 다하게 만들곤 한다. 그러나 그 사랑의 결과가 항상 우리가 생각했던 바람직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수많은 사랑의 이야기 중 하나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사랑의 여정을 시작하는 두 인물의 진솔하고 순수한 마음과 또한 사랑에 대해 그들이 갈등하고 고뇌하는 심리적인 부분에서 잔잔한 감동은 물론이고 독자들이 한두 번 쯤은 겪게 될 사랑에 관해 많은 조언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에서 보듯 사랑은 겉으로 화려하게 치장한다고 해서 그것이 결코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닌듯하다. 아무런 요구나 조건이 전제되지 않는 상태에서 어떻게 진지하게 다가서고 이를 유지할 것인가 하는 기본적인 마음의 자세가 우선되어 질 때 비로소 사랑은 그 파릇한 싹을 틔우는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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