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
노나미 아사 지음, 이춘신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우리가 함께 공유하며 살아가는 사회라는 곳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다양한 범죄들이 발생하곤 한다. 물론 그러한 사회일탈적인 행위들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기저에는 저마다의 나름대로의 충분한 사유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 할 수는 없는 일이며 이를 용인할 수도 없는 일이다. 생각해보면 어느 사회든 크고 작은 범죄의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회에 불안적인 요소가 많다는 증거일 것이며 도덕적인 부분에서 많은 문제들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전반적인 흐름이 계속되어지지 않도록 이에 제동을 걸고 건전한 사회를 유지하는데 있어 그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공권력의 핵심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다. 단 그 과정의 내용이 논리적 법치에 따른 그리고 사회보편적인 근거에 의한 정당적인 방법에 한해서 말이다.

이 책은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다루고 있는 그 내용이 범죄의 부분을 말하고 있기는 하나, 기존에 우리가 흔히 대하던 추리소설로 분류하기 조금은 애매모호한 점이 있는 작품이다. 다시 말해 대개 추리소설 하면 작가의 치밀한 구성과 전개를 통해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로 하여금 독자들이 쉽게 알 수 없는 정교한 트릭이나 상상치 못할 만큼의 반전을 담아 긴장감을 극대화 하는 것이 보통인데 반해, 그러한 부분을 전혀 다루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사뭇 다른 느낌이 들게 하는 책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본다면 스릴감이 넘치면서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내용을 기대한 일부 독자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겠으나, 이 책을 읽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러한 추리의 재미적인 요소들과는 별개로 우리 사회에 일상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여러 범죄의 내용을 통해 사건에 얽힌 범죄자와 피해자들의 인간적인 모습들, 그리고 왜 그러한 사건이 촉발될 수밖에 없었는지 하는 사건의 정황적인 부분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어, 일상생활에 쫓겨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때로 쉽게 잊어버리게 되는 우리 사회의 그늘진 부분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고 있고, 한편으로 범죄자라는 사람들도 애초 범죄와는 결부시켜 생각할 수 없었던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었음을 생각한다면, 이 한권의 책에서 독자들이 나름대로 많은 것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책 속에는 일본 경시청 소속 도몬이라는 형사의 주된 활동들이 그려져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일부 책에서 보는 것과 같은 저자에 의해 만들어진 명탐정의 모습이 아닌 일종의 우리 이웃집 아저씨의 평범한 스타일을 지닌 그런 인물이다. 그는 사건에 임하여서는 꼼꼼하면서도 치밀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범죄자에게서 자백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만큼의 의외의 인간적인 면도 함께 가지고 있다. 이 작품에는 그가 신참경찰에서 베테랑 형사로 거듭나기까지 모두 4편의 사건들이 다루어져 있으며, 첫 번째 단편에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어느 부인에 관한 이야기로 특별한 이유 없이 피해의식에 젖어 선량한 남편을 계획적으로 살해하게 되는 비극적 사건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두 번째는 보따리 무역을 하던 파키스탄의 출신의 외국인이 믿었던 자신의 친구의 배신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된 뒤, 일본에 불법체류하게 되면서 일본인을 상대로 저지르는 강도 살인의 문제를 다루고 있고, 세 번째는 어릴 때 부모를 잃고 어른이 되어 자신의 애인과 함께 전국을 돌며 습관적으로 빈집털이를 하는 어느 여인의 기구한 삶을, 끝으로 마지막 편에서는 남녀 간의 관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빗나간 치정에 관한 내용을 담담하게 그려가고 있다.

이 작품의 사건 배경을 보면 1970-80년대로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또한 어느 형사의 상세한 사건기록일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해서, 어찌 보면 독자로 하여금 우리가 예전에 보았던 TV 수사드라마를 한권의 책을 통해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게 한다. 따라서 책 속에 나와 있는 범죄의 그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죄는 밉지만 사람이 미운 것이 아닌 그래서 범죄자에 대한 어떤 연민의 감정이 은연 중 우러나기도 한다. 사실 대부분의 많은 사건들의 원인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하나의 작은 일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가 맺고 있는 다양한 인간관계에 더러 오해의 부분이 생길수도 있으며,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에 감정을 침해하게 되는 예기치 않은 실수를 우리는 때로 범하기도 한다. 또한 범죄를 부추기게 만드는 사회적인 분위기, 즉 극도의 이기주의와 같은 자본주의의 병폐들 역시 우리를 돌연 범죄자로 만드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떠한 경우라 하더라도 우리 스스로가 규정하고 약속하기로 했던 법이 정한 범위를 벗어난 범죄적인 자신의 그릇된 행위를 정당화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어느 평범한 형사의 눈에서 본 여러 사건의 내용들은 보통의 추리소설이 주는 현란한 매력이 비록 덜한지는 모르겠으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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