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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 24시 - YS에서 MB까지 외교 현장 리포트
이승철 지음 / 부키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오늘날의 세계는 그 어디든 일일생활권화에 들어갈 정도로 상당히 가까워져 있고 완전개방 형태의 장벽이 없는 무한한 글로벌 경쟁시대에 와있다고 해도 아마 과언은 아닐 것이다. 정글에서와 마찬가지로 약육강식의 법칙이 존재하는 국제사회에서 힘이 없는 국가는 강대국에 의해 자연스럽게 종속적인 관계에 놓이게 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각종 침해나 간섭을 직간접으로 받아야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의 상황임을 우리는 직시해야만 한다. 국제관계에서 말하는 공생이니 협력이니 하는 것도 솔직히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종의 그 속내를 숨기기 위한 공허한 말은 아닐까 싶고, 그 실상은 예전의 식민지시대와 비슷하다고 해도 결코 틀린 말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다. 소리 없는 총성이 오가는 전쟁터라 불리는 지금의 국제시대에 외교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한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일례로 최근 미국과의 FTA 협상을 두고 국내여론을 살펴보면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 이를 하루빨리 진행해야한다는 주장과 아직은 시기상조이며 불평등한 협약이 되지 않기 위해 시간을 두고 철저히 검토한 후 천천히 임해야 한다는 시각이 서로 맞물리며 지금까지도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을 볼 때, 만약에 강대국과 대등하게 맞설 정도의 우리의 외교력이 충분하고도 강력하게 갖추어졌다면 우리의 국론이 과연 이렇게 심각한 분열된 양상으로까지는 번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추측을 해본다. 그래서 이 기회에 이러한 책을 통하여 우리의 외교적 역량은 현재 어느 정도이며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의 외교 전망은 어떨지에 대해 우리가 한번 깊이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우리나라의 외형적인 부분을 생각해보면 가뜩이나 작은 땅덩어리에 그것도 남북이 나뉘어져 있는데다가 이렇다 할 자원 역시 많지 않아, 이런 이유로 당연히 해외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으리라 것은 누구나 수긍할만한 충분한 사유가 될 것으로 본다. 지금 세계는 1970년대부터 불기 시작한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정점에 와있으며 그만큼 치열한 경쟁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마도 우리에게 지금 절실하게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어느 나라와도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자주적인 외교의 힘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저자가 외무부 출입기자와 특파원으로 있으면서 그 동안 행해졌던 우리 외교의 실태를 통해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맞추어 다각적인 관점에서 외교의 그 실상을 두루 살펴보고 그 문제점을 분석해보면서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는 효과적이면서도 실질적인 향후 외교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데 중점을 둔 책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우리의 외교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 즉, 형식인면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실리적인 것을 잃어버린다거나 국내 여론이나 정치를 의식한 습관성의 이벤트적인 외교의 형태, 그리고 자주적이지 못하고 일부 편향적인 외교의 방향에 초점을 맞추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외교의 사례들을 통해서 우리 외교의 현주소가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와있는지를 깊이 반성하고 구태의연한 방식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이전 우리 외교의 부적절함과 실패를 거울삼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새롭고 혁신적인 외교적 역량을 키워 가는데 앞으로 노력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최근 외교부 장관의 딸에 대한 특채파문으로 한 동안 국내가 떠들썩한 논란에 휩싸이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상하이 주재 한국 외교관이 중국여성과 적절치 못한 관계를 통해 정부 핵심문서가 유출되었다는 어이없는 뉴스의 보도 소식은 마치 오늘 우리 외교의 현실에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든다. 사실 이런 외교적인 행태를 생각하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은 아닌가 싶고, 어려운 환경에도 자국의 국민과 재산에 보호하고 국가의 실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그들의 말을 과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국민의 입장에서 막막하기만 할 따름이다. 생각해보면 해방과 함께 전쟁으로 피폐되고 가난했던 우리가 오늘날 세계 10위권이라는 경제 강국을 이룰 수 있었던 건 자주국방의 강력한 힘이나 외교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대다수 근면하고 성실한 국민 개개인의 노력에 근거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다. 현재 이념과 체재가 다른 북한과 서로 맞대고 있는 상황에서 연평도 포격 사건이나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하여 대미, 대중 외교의 부분은 우리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현안임에 틀림없다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우리 외교의 행태로 우리가 바라는 원만한 관계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심히 걱정 되는 대목이다. 물론 일부 외교관들은 오늘도 불철주야 열심히 자신의 이익보다는 국가의 이익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다른 어느 때보다 외교력이 중시되어가고 있는 오늘의 국제사회를 생각하면 이 책에서 본바와 같이 지금과 같은 구태의연한 외교의 방식으로는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앞으로 외교부 스스로는 철저한 자기반성과 쇄신을 통해 변화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야 할 것이고, 이를 감시하는 국민들의 매서운 눈초리가 뒤따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