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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 스피치
마크 로그.피터 콘라디 지음, 유향란 옮김 / 스크린셀러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현실에서의 삶이 때로 힘들고 그 무게에 어깨를 짓눌릴 때에도 그래도 세상은 살아갈만한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은 사회 속 서로 간의 맺어진 여러 관계에서 따뜻하고 아름다운 감동의 순간들이 언제나 우리를 감싸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은 최근 2011년 여러 부문에서 미국 아카데미상 휩쓸어버린 킹스 스피치라는 영화의 원작 소설로, 당시 영국 근대사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신분을 뛰어넘은 아름답고 순수한 우정의 이야기를 담아내어, 우리에게 큰 감동의 순간을 느끼게 하는 것은 물론 오늘날 이기주의에 물들어 신뢰의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변절과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그리하여 우리의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진정으로 소통되지 못하는 불편한 현실을 일깨워주고 있어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한번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오늘 우리의 사회를 돌아보면 언제부턴가 모르게 진정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내적인면이 무시되고 외모와 학벌과 배경과 같은 외적인 부분이 중요시됨에 따라 우리의 인간관계가 점점 각박하고 건조한 분위기로 가득 채워져 가고 있는듯하며, 그 결과 무한 경쟁만을 부추겨 조화로운 인간적인 관계가 퇴색해져가면서 극히 사무적이고 작위적인 형태로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그러한 면에 비추어 볼 때 우리의 가슴에 내재되어 있는 따뜻한 휴머니즘을 불러일으키고 메마른 사회의 정서에 한줌 단비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작품은 중요한 두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 하나는 훗날 조지 6세라는 이름으로 영국의 왕이 되는 앨버트이고 또 다른 이는 호주 출신의 언어치료사인 로그라는 인물이다. 당시 상황으로 볼 때 여러 가지 면에서 이 두 사람이 평생 우정을 나눌 정도의 친분 관계를 유지 한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아 보일 만큼 의아스럽게 여겨지지만, 여기에는 앨버트의 말더듬이라는 개인적 콤플렉스가 이 둘의 관계를 맺게 하는 직접적인 동기로 작용한다. 당시 의학적으로 그 원인을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던 말더듬 증상은 일반적으로 심각한 장애 현상으로 받아들여져 왕실의 입장에서는 이 문제가 대외적으로 알려질까 상당히 조심스러웠고 수치스러운 일로 여겨졌던 듯하다. 한편 로그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영화라는 것이 없던 그 시기에 대중들 앞에서 멋지게 시를 암송하거나 웅변 혹은 연극공연 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목소리에 대한 지식을 응용하여 1차 세계대전 참전 후 포격의 충격이나 가스 사고로 인해 언어 사용에 혼란을 겪고 있는 병사들을 돕다가 돌연 언어치료사의 길에 들어서게 되고, 우연한 기회에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장기간 여행을 왔다가 마침내 그곳에서 의원까지 차리게 된다. 왕실에서는 앨버트 왕자의 말더듬을 고치기 위해 많은 의사들을 동원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다가 로그에게까지 그 치료를 의뢰를 하게 되는데 그는 앨버트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신뢰를 쌓게 되고 이를 계기로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넘어선 친밀한 우정을 키워가게 된다. 그 동안 말더듬으로 외부에 노출되기를 극히 꺼렸던 왕자는 서서히 로그의 도움으로 자신감을 얻어 대중 앞에서 연설을 시도하게 되고, 훗날 영국 국왕이 되어 이제는 단순한 연설이 아닌 왕으로서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국민들에게 용기와 힘을 불어 넣는 훌륭한 연설가로 남게 된다.
이 작품은 근대화의 과정에 영국 왕실에 감추어져 있던 실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영화에서 다루어진 것처럼 코믹하면서도 드라마틱하게 전개되어지는 것과는 달리 당시 서로 주고받던 편지나 상담내용 등 사실적인 자료를 토대로 한 일종의 전기 형태의 글로 나타나 있다. 그래서 영화와 달리 극적인 재미의 부분을 기대하기는 사실 무리가 있어 보이기는 하나 이 책에서 우리가 눈여겨 볼 것은 평생 동안 두 사람이 나누었던 긴밀한 우정의 부분이다. 다시 말해서 두 사람은 애초 의사나 환자라는 서로 필요에 의한 단순한 관계에서 출발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상대방에게 믿음과 신뢰를 토대로 최선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가면서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며 정신적 교감을 형성해 나감과 동시에 신분이 다른 두 사람이 어느새 그런 인위적인 것에 묶이지 않고 진정한 친구로서의 길을 만들어감으로서 훈훈한 감동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안겨주고 있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권력과 명예와 부를 가졌다 해도 어느 누구든 조금씩의 부족한 부분은 있게 마련이며 이를 숨기고 아닌 척 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결코 해결될 일은 아닐 것이다. 이 작품에서 보여주듯 우리의 인간관계란 서로가 솔직하게 자신을 상대방에게 드러냄으로서 자신에게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새로운 부분을 찾아가기도 하고 이끌어가기도 하며 하나의 완전한 인격체로서 성장하는데 상호 보완적인 바람직한 관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것은 아닐까 싶다. 따라서 두 사람의 우연한 관계에서 비롯된 인간적인 아름다운 우정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을 통해서 자신의 주위를 한번 들러보고 과연 나는 상대방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생각해 보는 좋은 계기로 삼았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