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외 세계문학의 숲 5
다자이 오사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인간실격이라는 책의 제목에서 보여주듯 굳이 도덕의 가치를 들먹이지 않아도 될 만큼 어제와 변함없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인간이란 탈을 쓰고 오늘을 살아가는 군상들에게, 당신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자격이 되고 있는가를 준엄하게 묻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에는 작가는 무슨 이유로 인간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의 그 의미와 가치를 근원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일까 라는 개인적인 호기심 내지는 궁금증이 컸던 동기로 아마도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던듯하다.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여러 독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던 이 작품은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후 낭만주의 문예 사조에서 기존의 사회도덕을 무시하고 퇴폐주의로 옮겨가면서 그 정점에 이른 최고의 소설로 우리에게 알려지고 있는데, 아마도 그것은 당시 작가가 살아온 파란만장한 삶의 모습이 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인간실격을 포함해 5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작품마다 각각 저마다의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 문학에 관심을 두고 있는 독자라면 절대 놓치지 말고 주목하여 읽어야 할 필독도서로 여겨진다.

소설의 형식을 빌려 연약하고 감성적인 한 인간이 자신의 지나온 삶의 회한을 고백하듯 동정과 연민을 깊이 느끼게 하는 인간실격이라는 이 작품은, 아무런 느낌 없고 불쾌하게 느껴지는 초년, 무언가 부족하면서도 불길함이 느껴지는 청년, 그리고 초라하고 괴기스럽게 느껴지면서 겉늙어버린 세장의 사진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시작하고 있는데, 주인공 요조는 남부럽지 않은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별 부족함을 모르고 성장하지만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극히 소극적인 성격과 자신감의 부족으로 점차 가식적인 행동을 취하면서 언제나 주변인과 같은 비주류적인 삶을 살아가게 된다. 피할 수 없는 현실에 자신이라는 존재의 본질을 밖으로 조금씩 드러내기 위해 세속적인 인간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나름대로 세상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기위해 몸부림치지며 노력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그는 더욱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고 자신의 인생이 무엇 하나 제대로 정립하고 있지 못한다는 허망함에 사로잡힌다. 마침내 필연적으로 비굴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인식하고 급기야는 자살까지를 시도하게 되고 결국 이마저도 그는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음에 슬퍼한다. 이후 그는 세상과 타인으로부터의 관계를 적절히 유지할만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술과 환각제에 자신을 맡기면서 인간으로서 살아갈 자격이 없는 존재로 스스로를 단정지어버리고 만다. 이 작품과 함께 수록되어 있는 그 외에 눈여겨 볼만한 작품으로는 포악성을 숨기고 평생을 주인에게 굴종된 삶으로 살아가는 개의 본성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자 했던 개의 이야기와, 화폐의 유통과정을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들과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화폐라는 작품이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인상 깊었다.

다자이오사무의 주요 단편을 모아놓은 이 책은 패전 후의 당시 일본의 암울한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순수한 인간의 위치에서 서서히 타락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냄으로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현실의 모습에 인위적인 것으로 덧칠해진 위선과 가식을 예리하고도 거침없이 비판한 것처럼 보이는 인간실격을 필두로 우리에게 그의 작품세계를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여러 작품을 통해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지 않나 싶을 만큼 문학의 진정한 깊이가 느껴지는 책이 아닌가 싶다.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문득 생각났던 것은 인간의 내면 안에 존재해 있던 순수함이 어느새 가깝게 직면해 있는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정의롭지 못한 추악함으로 점차 변모해가면서, 우리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모습을 잃어버리고 인위적인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감추기 위해 남의 부족한 점을 들추어내거나 이를 이용하기도 하며 때로는 허상적인 것으로 덧씌워 마치 이것이 사실인양 위세를 부리며 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며, 그것은 결국 탐욕스런 이기주의와 무자비한 여타의 폭력과 결합되어 어느 누군가를 순수함을 일방적으로 빼앗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겨지기도 한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평범한 한 인간의 모습이 세상과 부딪치면서 서서히 파괴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그의 작품을 통해 인간 존재의 목적이 과연 무엇인지를 한번 깊이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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