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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욘더 - Good-bye Yonder, 제4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김장환 지음 / 김영사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음이후의 세계는 사실 우리에게 있어 경험할 수 없는 불가능한 미지의 장소라는 점에서, 대개 종교적인 차원에서 천국이나 지옥 혹은 극락이니 저승이니 하는 그저 막연한 상상 속의 이야기로 인식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그러한 세계가 어떤 형태의 세상일지 하는 궁금함과 지금의 현실과는 또 다른 특별한 삶의 무대로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 누구나 한번쯤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과학의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해가면서 우리가 이전에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생활의 편리함을 맛보고 있고 여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향유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아직까지 인간의 탄생과 죽음과 같은 자연의 섭리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로 다가온다. 하지만 향후 언젠가는 그러한 구체적인 내용들이 과학적인 테두리 안에서 조금은 해결 가능한 시점이 분명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은 현재의 과학 속도로 보아 미래의 어느 순간에는 의학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한 차원 높은 최첨단의 기술로 인해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가상현실의 세계를 문학적인 상상력의 차원에서 독자들에게 큰 괴리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해주고 있고, 또한 우리가 흔히 느끼게 되는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애절하고도 순수한 시각에서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울리고 있다는 점에서 근래 보기 드문 신선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시대가 변하면서 요즈음 많은 독자들이 뉴웨이브의 문학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는듯하다. 그동안 우리의 문학 작품이 어떤 일정한 틀에 묶여있었다고 보면 앞으로는 문학성과 대중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창작성이 돋보이는 이러한 작품들이 계속적으로 나타나야 하지 않는가 싶고, 이를 계기로 새로운 독자층들이 앞으로 점점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이 소설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30년 후, 그러니까 사이버의 스페이스가 점차 우리의 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되면서 우리의 전반적인 모든 것들이 그 안에 기계적인 것과 결합되어 갖추어져 있는 어느 미래의 가상 세계다. 주인공은 자신이 사랑하던 아내가 암으로 생을 마감하게 되면서 그 인연의 끈이 허망하게 사라짐을 견디지 못하고 방황하는 삶을 살아가다가, 어느 날 문득 이미 죽은 그녀의 아내로부터 의문의 메일을 한통 받게 된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을 맞게 된 그는 어떻게 하여 자신의 아내가 자신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었는지를 생각하다가, 아내가 죽기 전 자신을 위해 어느 추모 사이트를 통해 모종의 일을 암암리에 추진했었다는 기억을 되살려, 실체는 없지만 자신의 아내와 아바타를 통해 어느 정도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간접적인 만남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만남이 현실과 너무 괴리되어 있고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무시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던 다른 사람으로부터 그것과는 다른 자신의 아내와 관련한 중요한 정보를 얻기에 이른다. 그 내용에는 죽은 자의 기억을 모두 살려내어 그 기억을 토대로 새로운 삶의 살아가는 또 다른 세상이 존재 한다는 것인데, 즉 욘더라고 말해지는 그 곳에는 누구나 자신이 바라고 원하는 행복을 꿈꾸며 영원한 삶을 구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주인공은 자신의 죽은 아내가 그곳에서 분명 자신을 기다릴 것이라는 생각으로 현실에서의 삶을 버리고 자신의 아내를 찾아 새로운 모험에 나서게 된다.
이 작품은 우리가 직관적으로 느끼는 오늘의 현실과 가까운 미래에 생길 수 있는 사이버스페이스의 세계를 교묘하게 연결시켜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는 한편, 잔잔한 감동은 물론이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사랑과 이별 그리고 죽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과연 이러한 것들이 오늘 우리들에게 있어 어떠한 의미로 받아들여져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해 보게 하는 묵직한 철학적 물음까지를 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불행을 피하여 행복한 순간을 영원이 손에 쥐고 이를 지속 할 수만 있다면, 아마도 이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추구하는 것 중 그 무엇보다 가장 원하고 소망하는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탈을 쓰고 사는 동안에는 결코 이룰 수 없는 불가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과학이 뒷받침되어 이러한 일이 미래의 어느 날 가능한 상황이라면, 그 세계 속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어떤 모습일 것이며 그러한 세상에서 우리가 느끼고 상상되는 것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에 생각이 미치게 마련인데, 이 책은 그럴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 독자들 스스로가 무한한 상상력을 마음껏 동원하여 함께 음미해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며, 또한 사이언스 판타지를 그린 작품이 국내에 거의 전무한 현실에서 볼 때 이 작품은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치밀한 구성에 따라 그 내용면이나 창작성에서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주고 있다고 여겨져 앞으로도 이러한 가상현실의 이야기를 다룬 많은 작품들이 자주 선보였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