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훔쳐! 1 - 갱스터 브레이크
이진영 지음 / 생각의나무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오래전 국내에 한 시대를 풍미 했던 영화 중 스팅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의 내용은 미국 시카고의 거대 범죄 조직집단을 상대로 그들의 허점을 교묘하게 역이용 하여 사기 행각을 벌여 관객들로 하여금 짜릿한 스릴감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치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고도의 두뇌 플레이가 돋보이는 보기 드문 수작으로 아직까지도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는듯하다. 물론 여러 가지 면에서 상당이 다르고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영화 스팅의 이야기 생각날 만큼 사기극 플롯을 전제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범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일반 추리 스릴러물과 비슷한 점이 있으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어 신선하고도 새로운 묘미를 느끼게 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재미는 물론 즐거운 독서의 시간을 제공하여 주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또한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책에서 머물기보다는 시각적인 효과가 큰 영화에서 그려진다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특히 이 작품은 철저하고도 치밀하게 구성 속에 스릴과 반전의 내용이 극적으로 펼쳐져 있기도 하지만, 폭력이나 자극적인 묘사가 배제되어 있고 우리 사회의 은연 중 배어있는 부조리한 면을 깊이 파헤치고 있어서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한번 읽어 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어느 부부의 석연치 않은 교통사고의 죽음에서부터 시작 된다. 경찰의 사고 조사 결과를 보면 사고 현장에 뚜렷한 타살의 증거가 없는데다가, 이들 시체의 몸속에서 알코올과 더불어 다량의 필로폰 성분이 검출되었고, 또한 그들은 평소 대부업체로부터 과다한 채무를 지고 있었으며 최근 부부싸움도 잦았던 것으로 보아 운전자 스스로의 과실이나 삶을 비관한 동반 자살로 종결된 상태다. 이들 부부의 딸인 승희는 사체의 가족 확인을 위해 형사의 급한 연락을 받고 도착한 경찰서에서 재조사 해줄 것을 요청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으로 보아 특별한 점이 없다며 거부당한다. 한편 승희의 첫사랑이며 이 책의 주요 인물인 강산은 그녀와의 재회에서 사건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듣고 은밀한 조사에 착수하게 되는데, 이 사건이 ‘아세사’라고 알려진 국내 거대 폭력조직과 연관이 되어 있음을 알고 이들의 조직을 철저하게 파괴 하는 복수의 칼날을 세우게 된다. 그러나 강산은 이들을 상대하기에는 여러 부족함이 있음을 알고 자신이 한때 몸담았던 밀수의 경험을 바탕으로 치밀한 계획을 통해 그들의 허점을 노리지만 생각대로 일은 쉽게 풀리지 않고 생사를 넘나드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책 속에는 서로가 서로를 속이는 치열한 두뇌싸움과 잔잔한 로맨스가 함께 어울려져 있으면서도 중간 중간 스릴과 반전의 묘미를 잘 살려낸 작품이어서 독자의 입장에서는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더구나 이런 희대의 사기극을 다룬 책이 많지 않은데다가 독자가 책을 읽으면서 마치 영상을 그릴 수 있을 만큼 극적인 요소들이 많아 요즘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감상을 할 수 있다는 것과, 그리고 작품 완성도를 위한 저자의 세심한 노력이 보인다는 점에서 한번 읽어 볼만 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사건의 배경이나 인물에 대한 섬세한 묘사 부분을 너무 가볍게 처리한 것은 아닌가 싶고, 급박하게 이야기가 전개 되는 상황에서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부분도 독자들의 동감을 얻기에는 약간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져야 했던 것은 지능적인 사기극 속에 대비되는 중심인물들의 내면의 갈등 문제라든지 명확하게 규정되어지는 사건의 앞뒤 관계를 통해 독자들 그 긴장감을 늦추지 않도록 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데, 그런 점은 기대와는 달리 그런 점을 크게 찾아 볼 수 없는듯해 상당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저자는 서두에서 장르 소설 중 지능형 사기극에 관한 소설을 쓰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노력했고 이 작품은 그런 의도에서 출간된 것이기에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한 작품으로 보인다. 더구나 작품의 내용이 오늘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한번쯤 다루어져야 할 것이어서 그 선택의 부분에 있어서도 적절했다고 본다. 오늘 우리의 사회는 어느새 도덕불감증에 빠져 있는듯하다. 천민자본주의와 극도의 이기주의가 팽배해져있고 사회 정의는 이미 바닥에 떨어져 있어 이제는 인간성회복이 시급히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재미와 더불어 많은 것을 시사해주는 작품이어서 장르소설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번 읽어보는 것도 나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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