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숨은 왕 - 문제적 인물 송익필로 읽는 당쟁의 역사
이한우 지음 / 해냄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우리의 정치사를 보면 그것의 최종 목적이 앞으로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에서 진지한 고민으로부터 비롯되는 행위인 것인지 한번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솔직히 아직까지는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인 기대를 하기에는 약간의 무리가 있다고 본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에 있는 정치인 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성숙한 정치적인 의식과 관심이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다양화 된 사회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이를 반영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한 일이며, 적어도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을 추구하는 사회라면 이는 누구에게든 분명 가치 있는 일로 받아 들여져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조선시대 사림들이 재야에 있다가 정치제도권 하에 들어오기 시작한 이래, 일부 척신세력들에 의해 정권이 좌지우지 되면서 그 폐단이 극에 달하자 4대 사화를 거쳐 조선 13대 국왕이었던 명종이 후사 없이 급작스럽게 죽은 후 펼쳐지게 되는 붕당정치의 역사를 오늘의 시각으로 재조명해보고, 그 진행과정에서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한 인물을 통해 오늘 우리 정치의 모습을 한번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당시 정치세력들이 추구하고자 했던 내용들을 토대로 정치라는 것이 우리 사회에 실현되는 그 이면의 내용이 과연 누구를 위하고 진정 무엇을 이루고자 함인지를 생각해 보는, 또한 기본적으로 많은 독자들이 정당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화합의 근간을 알아 가는데 있어 도움을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다.

조선 시대의 군주제가 무너지고 주권을 가진 국민들에 의해 그 대표성이 인정되는 공화국이 수립된 이후 지금까지 우리 정치사의 과정에는 군부 독재정치나 지역 파벌주의와 같은 좋지 않은 모습들을 계속 보여 왔다. 특히 현재까지도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지역감정의 문제인데, 이는 우리가 정치 선진국으로 가는데 있어 우리 스스로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가장 큰 핵심 사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더욱이 받아들이기 힘든 건 이러한 내용을 조장하여 자신의 정치 입신을 위한 도구로 삼는 일부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는듯해서 앞으로 나타나게 될 우리의 정치 미래가 때로는 암울하게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와 비슷한 맥을 같이 하는 조선시대 붕당의 파벌을 어떠했으며 무슨 문제점을 안고 있었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오늘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깨달을지 또한 이를 바탕으로 향후 어떤 정치적 교훈으로 삼아갈 것인가에 한번 알아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내용을 보면 명종이 죽고 선조가 등극한 뒤 왕권과 신권이 모호해진 상황에서 붕당이 진행되던 당시 주요 인물 중 그 중심에 송익필 이라는 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의 행적을 보면 그 시대의 사림들의 배후에 있으면서 당시 많은 여러 학자들과 학문은 물론이고 사상적 교류를 하면서 당대에 정치적 흐름에 직간접으로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와 상당한 친분을 가지고 있던 사림들 중에는 이이와 정철, 성혼 등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있었는데 그는 이들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했으며 당시 동인과 서인의 대립하게 되는 정점에 그를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로 당쟁 심화의 주역이기도 했던듯하다. 또한 그는 개인적으로 정치적인 야심은 많았지만 자신의 아버지와 관련한 문제로 태생적인 제약 때문에 정치 전면에는 나설 수 없었으나, 당시 정권의 실세였던 여러 인물 등을 통해 자신의 뜻을 관철 시키고 권력을 왕권위주의 통치 이념에서 신권 중심으로 옮아가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가 결과적으로 옳은 것이었는지 아니면 그릇된 일이었는지는 제쳐두고라도 그러한 과정에서 과연 정치적인 도의에 어긋남은 없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진정 나라를 위하고 백성을 안위를 걱정한 것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한번 되짚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더불어 유교이념을 바탕으로 한 당시 시대적 상황에서 볼 때 사실 붕당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음에도 그는 당쟁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자행했고, 결국 이것이 훗날 당쟁이 심화되는 충분한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역사적으로 객관적인 평가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책 속에는 송익필을 중심으로 그와 관련한 붕당 역사의 이면의 내용이 생생하게 나타나 있어 정권을 둘러싸고 그 시대의 여러 상황을 들여다보면 물론 차이는 있겠으나 오늘날 우리의 정치 모습과는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인다. 지금처럼 다양화 된 사회에서 각계각층에서 내는 목소리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한 곳으로 모아 가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고, 그런 면에서 본다면 본질적으로 붕당이란 것은 당연한 형태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생각해 볼 것은 이러한 행위가 얼마나 민주적인 방법으로 정당하게 실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국민에 의해 선택된 만큼 권력에 대한 사심을 가급적 배제하고 학맥과 인맥과 지역을 떠나 인본주의에 입각한 대의를 따라야 할 것이며 이에 소외된 사람들이 없도록 하는 것으로 말이다. 또한 정치란 모든 국민의 뜻에서 국가가 옳은 방향으로 나가가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어서 무엇보다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냉소적인 차원에서 이를 바라보기보다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방향에서 관심을 두어야 할 듯싶고, 이러한 책을 통해 당쟁의 역사에 대한 부분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오늘의 정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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