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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의 신 택리지 : 북한 - 두 발로 쓴 대한민국 국토 교과서 ㅣ 신정일의 신 택리지 6
신정일 지음 / 타임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런지는 몰라도 정권이 바뀌면 이에 따라 시행 되는 정책들도 상당 부분 변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정부가 시행하는 여러 가지 정책 중에서 아직까지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고 국론 분열로까지 비춰지는 것 중 하나는 바로 4대강에 관한 부분일 것이다.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 가운데, 환경을 고려하여 가급적 자연 그대로 놔두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유사시를 재해에 대비하고 실용적인 방향에서 인위적인 개발이 필요한 것인지 어떤 것이 더 명확한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깊이 생각하게 된 것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면서까지 굳이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우리 국토에 상처를 내가며 그렇게 무자비하게 파헤칠 필요가 있을까 하는 내게는 다소 부정적이고 의문적인 물음을 결코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조선의 실학자였던 이중환이 사화에 휘말려 유배된 이후 여러 지방을 다니면서 이를 바탕으로 책을 썼던 조선 후기 지리학을 대표하는 실학적 지리서인 택리지를 기본 틀로 하여, 저자가 오늘의 시각에서 우리의 땅을 재조명 해보고자, 우리의 아름다운 국토에 대하여 깊은 애정을 가지고 많은 시간을 들여 직접 답사하여, 거친 역사의 과정에도 의연하게 그 숨결을 유지해왔던 우리 땅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 놓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이 책의 내용에서 다루어 진 것은 우리가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쉽게 찾아가 볼 수 없는 북한의 모든 지역을 상세히 다루고 있는데, 남북 분단을 이유로 지금까지도 우리가 접근하지 못해 다소 낮 설게 여겨질 수밖에 없는 북녘의 땅을, 이 한권의 책에서 저자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생생하게 둘러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의 한사람으로 매우 반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에 나오는 북한의 국토는 아직 개발이 덜된 것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자연 그대로의 보존에 노력을 기울이기 위해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책 속의 삽화를 통해 보이는 그곳의 땅은 마치 우리의 옛 고향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함은 물론 아늑함이 가슴에 짙게 배어 오는듯하기도 하다. 북한의 지역은 알다시피 모두 4개의 권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권역별로 나누어 각 지역에 대한 역사적 사료를 근거로 독자들을 향해 전문 여행가이드 인양 지방마다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구수하게 엮어나가고 있는데, 독자의 관점에서 눈여겨 볼 점은 이데올로기를 배제한 저자의 객관적인 해설과 우리 선조들이 남긴 발자취를 오늘의 시각에서 다시 감상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북 지역에 대한 자료들이 그리 흔치 않음에도 우리가 관심 있게 봐두어야 할 많은 문화유적지를 포함해 역사의 흐름에 따른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르는 지역의 변화 과정과 무엇하나도 단순하게 넘어가는 것 없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설명해 놓은 각 지방의 고유의 특색들이 잘 나타나 있어 저자의 이 책에 대한 숨은 노력들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일례로 이 책에 나오는 영변 약산의 이야기를 보면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김소월의 시로 유명한 영변 약산은 구룡강 기슭에 자리하여 산에 약초가 많고 약수가 난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하였다고 하며 관서8경의 한 곳이다. 약산을 약산동대라고라고도 부르는 것은 옛날에 영변이 무주, 위주, 연주로 나뉘어 있을 때 무주에서 보면 약산이 동쪽에 우뚝 솟은 대 같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저자는 이 책에서 북한의 12대 길지(명당)를 지도와 함께 표시해 놓았는데, 풍수지리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도 한번 눈여겨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단순한 지리내용에 의한 텍스트적인 설명에 그치지 않고 역사와 인문지리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이 책을 읽는 독자가 마치 역사책과 지리책을 동시에 보게 되는 매우 유익한 책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민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우리의 남과 북은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한 동안 그 관계가 냉랭하게 얼어붙어 있었지만, 이제는 경제협력의 일원으로 개성공단이 만들어졌고 금강산 관광도 할 수 있을 만큼 조금은 유연한 관계가 되어 있다. 그렇다 해도 여전이 북한의 많은 지역들은 우리에겐 금단의 땅이며, 언제 한번 그곳에 갈 수 있을지 앞으로도 이를 기대하기란 지극히 어려워 보이는듯하다. 그러나 저자의 각별한 노력과 수고로 이러한 책을 통해 우리가 최대한 가까이 북한의 많은 지역을 두루 살펴보면서 우리 조상들의 숨결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그나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다. 수많은 외세의 칩임에도 우리의 산하는 유연하게 지금까지 자리하여 왔고 앞으로도 잘 보존하여 우리의 후세에게 그대로 물려주어야 하는 것이 바로 오늘 우리의 임무 일 것이다. 따라서 성장과 발전이라는 모토에만 의존한 채 무분별한 개발만을 능사로 생각하기보다 이 책에 나와 있는 것처럼 우리 땅의 소중한 역사를 위해서라도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혜로운 삶을 강구 했으면 싶고, 저자가 이야기 하고 있는 북한의 여러 지역을 언젠가 직접 우리 눈으로 확인하는 날이 빨리 다가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