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 벅을 좋아하나요?
안치 민 지음, 정윤희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중국 가난한 소작농의 분투적인 삶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대지라는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펄벅은 그녀의 작품에 비해 그녀의 생애를 상세히 알고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우리들이 그녀의 작품 속에서 문득 느끼게 되는 것 중 하나는 동양적인 이미지와 정서를 쉽게 연상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이 책이 읽고 싶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그녀의 문학적인 삶이 어떻게 비롯되었는지 그리고 문학을 통해서 그녀가 추구하고자 했던 것을 조금은 엿볼 수 있을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과 펄벅재단과 같은 인본주의 사상에 입각한 사회사업에 심혈을 기울이며 일생을 마무리한 그녀의 거룩한 발자취를 한층 가까이 느껴보고 싶어서였다. 이 책은 비록 픽션의 형태로 저자의 의도적인 각색이 드러나 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순수하고 정열적인 삶을 살았던 펄벅의 생애가 사실적으로 잘 나타나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한 사람의 전기를 보는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할 만큼 치밀한 구성과 생생한 묘사에서 펄벅의 다각적인 면모를 둘러 볼 수 있을듯하며, 더불어 그녀가 살았던 그 당시 격동의 시기에 처해있던 중국의 정치, 사회적인 모습을 상세하게 살펴봄으로서 그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큰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선교사인 아버지의 뜻에 의해 중국으로 이주해 오면서 보냈던 초년시절부터 결혼이후 중년의 시절까지의 그녀의 생생한 삶이 잘 나타나 있는 이 책의 내용을 보면 가정을 돌보기보다 선교활동에만 힘썼던 아버지와 낮선 이국땅에서 불안하고 초라한 삶에 환멸을 느끼는 어머니와의 갈등에서 그녀는 그리 순탄하지 못한 길을 걸어왔던 것으로 보여 진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녀가 자신의 조국인 미국보다 오히려 중국을 더 사랑했던 것은, 아마도 당시 가난하고 헐벗으며 굶주림이 반복되는 농촌생활의 피폐한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중국소작농들에 대한 인간적인 면을 보았고 그 안에서 그들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느꼈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이 책에서 나로 지칭되는 윌로우는 가난한 소작농의 딸이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남의 음식을 훔쳐 먹게 되는 나날을 보내다가, 펄벅의 아버지가 운영하고 있던 교회에서 똑같은 행위를 저지르다 우연하게 그녀와 마주하게 된다. 자라온 환경에서부터 처해있는 현실 등 여러 가지에서 전혀 맞지 않을 것 같았던 그녀와 나는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면서 우정을 키워가게 된다. 그러나 당시 중국 정부는 범람하는 서구세력을 탄압하게 되면서 두 사람은 잠시 이별의 시간을 보낸 후에 다시 재회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고, 그러던 중 펄벅은 결혼을 하게 되지만 남편과의 갈등으로 힘든 시련의 나날을 겪는다. 더구나 어렵게 낳은 아이가 정신지체를 앓게 되면서 고통스런 현실을 잊기 위해 그녀는 글을 쓰는 것에 집착하며 스스로의 위안을 얻으며 홀로 고독한 삶을 살아간다. 한편 나는 조금씩 세상을 보는 눈을 뜨게 되면서 그녀와의 지속적인 유대를 통해 그 동안 쌓아왔던 우정을 그 이상의 것으로 만들어 가기에 이른다. 하지만 당시 중국의 사정은 국공내전이라는 참혹한 현실을 맞이해야 했고, 마침내 모택동의 문화대혁명이라는 암흑의 시기를 거치면서 그녀와 나는 결국 피할 수 없는 영원한 이별을 맞게 된다.  

이 책의 내용은 나와 펄벅이라는 두 사람 간의 우정의 이야기가 근간이 되지만,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두 여인 겪게 되는 각자의 고통스런 삶의 과정이 유감없이 잘 표현되어 있으며, 또한 펄벅의 경우 정신지체를 앓는 아이의 엄마로서, 그리고 이국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고달픈 현실적인 상황이 결국 그녀로 하여금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큰 이유가 되고 있다는 것과, 당시 중국 민중의 고달픈 삶이 얼마나 혹독했는지를 간접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의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저자는 이 책의 사실적 내용을 담보하기 위해 당시 펄벅과 함께 했던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가급적 여과 없이 담아내는데 노력 했으며, 무엇보다 중국인의 시각에서 그녀의 삶을 객관적으로 기술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펄벅 그녀는 중국의 소박한 민중들의 삶을 사랑 했고 그곳에서 힘을 얻었으며 겉과 속이 달랐던 중국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의 문학에 담아 세상에 알리고 싶었던듯하다. 그녀는 문학으로 부와 명예는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커다란 사랑을 받았지만, 다시는 중국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으며 남은여생은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능동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힘을 쏟은듯하다. 이 작품은 펄벅이라는 한 여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한층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 느낌이다. 따라서 그녀의 작품을 읽었던 독자라면 한번 관심을 가지고 일독해 보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