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 세계문학의 숲 3
토머스 드 퀸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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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지나간 과거의 일들 중에서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타인에게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닐진대, 이를 고백하는 회고록의 형태를 취하면서도 화려한 문체로 자신의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를 함께 담아내고 있는 작가의 거룩한 용기는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어 생성되는 것일까. 아편의 역사가 오래되긴 했어도 개인적으로 아편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데다가 심각한 환각증상을 동반한다는 의학적 경고를 알고 있는 터라, 아편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썼고, 동시대의 문인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그들에게 있어 문학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에서 이 작품은 나에게 여러 가지로 호기심을 주기에 충분했던 책이다. 물론 이 책을 읽지 않은 독자들이라면 나와 같은 생각으로 접근하는 이도 있는지 모르겠으나,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문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경험을 다룬 회고록에 관한 책이 우리 주위에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기에 이런 장르의 분야도 한번 읽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고, 이런 작품을 통해서 그 당시 유행했던 문학의 흐름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는 것도 하나의 작은 소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모두 2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는 작가 자신의 기억될만한 젊은 시절 학교를 등지고 가출하여 방황 기아와 굶주림에 허덕이면서도 자신 스스로에게 결코 비굴하지 않으려 하는 삶의 모습과 한 여인과의 애틋한 사랑의 이야기 등 아편을 하기 전까지의 다양한 과거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으며, 2부는 자신이 아편을 왜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자신이 아편에 서서히 중독되어가면서 느끼게 되는 두 가지 상반되는 쾌락과 고통이 진행되는 약물의 양면성을 솔직하게 고백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영국인이면서도 15세 때 그리스어를 유창하게 사용 할 정도로 어학에 뛰어난 소질을 보였고 문학에 많은 관심을 가졌지만, 어려서 부모를 잃고 후견인의 품안에서 자라오다가 이에 회의를 품고 가출하여 런던의 거리에서 배회하며 비참한 삶을 살아간다. 이후 후견인과 화해하고 대학에 다니다가 치통에 대한 고통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아편을 섭취하게 되면서 점점 중독되어간다. 그리고 아편이 자신에게 주는 쾌락과 아편을 복용함으로서 신체적으로 점점 피폐해져가는 고통을 동시에 겪게 된다.

그는 이 책 안에서도 밝혔듯이 자신의 고백서가 사람들의 감동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사소한 글로 나열되어 문장의 효과까지를 망쳐버리는 일에 상당한 경계를 했던 것으로 보이며 자신의 글로 인하여 누군가가 아편에 대환 특별한 환상을 갖거나 그런 인식을 심어준다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로 글을 써내려 간듯하다. 또한 저자가 살았던 그 당시 아편의 복용에 관해 죄악시 하지 않았던, 그리하여 그를 포함한 많은 동시대의 사람들이 어떤 편견도 갖지 않고 사용하다가 이후 약물에 대한 법이 새로 제정 되면서 이 책에 관한 여러 가지의 논란이 계속 되어 왔지만, 그의 주장대로 영원히 철학에 근거한 삶을 살기 위한 그의 본심이 이 책 속에 잘 드러나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작가는 아편을 복용하면서 자신이 느꼈던 쾌락의 순간과 고통의 과정을 상세하게 이 책에서 그려내고 있는데, 우리가 눈여겨 볼 것은 아편으로 인해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육체적 고통의 과정, 즉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몽환적 환상에 빠져들어 그로 인해 심지어 손 하나 움직일 수 없을 만큼의 극심한 체력저하인 상태가 되는 상황을 상당히 미학적인 시각에서 담담하게 표현해가고 있다는 것이며, 그의 글 곳곳에서 철학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과 문학과 예술을 바라보는 그만의 해석이랄까 같은 독특한 관점들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를 통해 그 당시 영국의 여러 가지 사회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었고, 그가 문학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아편으로 인해 인생의 대부분을 초라한 삶으로 영위해야만 했던 안타까움과, 내면적으로는 확고한 철학적 사상으로 바탕으로 자신의 품위를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노력했던 순수한 가치관을 지닌 소유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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