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 대유행으로 가는 어떤 계산법
배영익 지음 / 스크린셀러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고 인간들이 편리나 혹은 어떤 사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저질러놓은 일들, 물론 그것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의도적일 수도 있고 의도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해 우리의 생명이 위협받게 되는 자연의 은밀한 변화들은 아마도 지금 당장에는 우리 눈앞에 보이지 않을 뿐, 인류의 큰 재앙이 될지도 모를 극히 위험한 요소를 내포한 채 우리 주변에 곳곳의 자리 잡고 있으면서 언제 어디에서 그 마각을 드러낼지, 우리로서는 쉽게 가늠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사실 무슨 일이든 극단적인 것을 가정하여 생각하는 것은 그리 권장할 만한 것이 못되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이 책에서의 내용과 같이 이를 중요하게 받아 들여야 할 때도 분명 있다고 본다. 인류에게는 마치 재앙처럼 간주 될 수 있는 주제들을 다룬 영화들, 주로 급작스런 자연의 기후 변화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이 책처럼 인간에게는 극히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존재 유무를 놓고,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적이면서 스릴이 넘치는 내용을 접하기는 영화로도 그리고 책으로도 처음이어서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생소한 느낌이 들게 했던 책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여러 면에서 이 책은 매우 신선하면서도 서스펜스적인 내용을 유감없이 만끽하게 해주었던, 그리고 흥분과 재미가 잘 조합된 나름대로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보며, 가능하다면 앞으로 이 책을 토대로 다큐멘터리와 같은 형태의 영화로 재구성 되어 만들어진다고 할 때 더욱 사실적인 생동감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흥미를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던 책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심각한 병원체가 빌미가 되어 인간에게 커다란 재앙을 겪게 하는 사실들이 이전부터 계속 존재해왔고 이는 지금도 여전이 유효하게 진행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스페인 독감이 한때 맹위를 떨치며 유행했던 시절 전 세계적으로 1억 명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근래에는 중국에서 발생된 사스 바이러스가 한동안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었으며, 그리고 현재 발병되어 있는 에이즈(AIDS)의 경우에도 아직까지 완벽한 치료제가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우리의 인명을 앗아 갈지 알 수 없는 일인데, 이 책은 그러한 공포를 우리에게 다시 환기시켜 주기라도 하듯 사실적인 묘사와 치밀한 구성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이 책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숨 막히는 아슬아슬한 서스펜스적인 요소들을 아낌없이 제공해주고 있어서 책을 읽는 즐거움을 한층 더해준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명태를 잡기 위해 북극 근처에서 원양 어업을 하던 선박이 국내로의 귀항 도중 바다 속으로 침몰하는 우연한 사고가 발생 한다. 침몰의 원인이 베일에 가려진 채 이 배에 타고 있던 항해사와 선원 하나가 구명보트를 타고 극적으로 탈출하여 표류하다 구조되었는데, 이후 며칠이 지나 서울 근교에서 이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람이 죽는 사고가 발생 한다. 정부 산하기관인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부의 조사 결과,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초기 증상은 본인도 모를 정도로 아무 이상이 없는 잠복기를 거치다가, 일주일정도 경과하면 우울증이나 타인을 공격하는 이상적인 행동을 보이다가 인체 면역계의 파괴를 일으키며 과다출혈로 곧바로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바이러스임을 알게 된다. 사회 혼란을 야기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비밀리에 정부는 이를 밝히기 위해 역학 조사에 들어가지만, 바이러스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전파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묘한 상황에 빠져버린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이후 계속해서 같은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속출하면서 전국적인 확산은 물론 급기야는 각 나라로 급속히 퍼져나가면서 신종 전염병에 대한 공포에 전 세계가 돌연 휩싸이게 된다.

이 책을 읽지 않은 독자들이라면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조금은 황당한 이야기라고 치부 할지 모르겠지만, 실제 책을 읽다 보면 급박하게 돌아가는 이야기의 전개 속에 쉴 새 없는 터지는 사건들, 그리고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를 찾기 위해 의료진과 경찰 그리고 보균자와의 쫓고 쫓기는 과정이 매우 사실적이고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상당이 흥미로운 경험을 안겨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더불어 아무런 치료 대책도 없는 상태에서 바이러스 전염의 확산으로 인해 우리의 사회가 죽음이 난무하는 아비귀환으로 변해가자 불현듯 나타나는 생존을 위한 인간들의 추악한 모습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다만 아쉬웠던 건 중간 중간 의학의 전문적인 용어에 대한 간단한 주석이 없기에 일부 독자들에게는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불편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과 이야기가 마무리 되어가는 과정에서 너무 석연치 않게 끝나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탄탄한 스토리에서 공포와 미스터리의 내용을 모두 느껴 볼 수 있게 하는 이 책은, 작가의 입장에서 그리 다루기 쉬운 소재가 아님에도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스케일이 큰 블록버스터 영화 한편을 본 것과 같은 감상에 젖어들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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