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평점 :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의 큰 줄기를 이루며 이를 지탱해오던 원칙과 상식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정의를 이야기 하면 오히려 바보로 인식되거나 왕따가 되어버리는 묘한 사회에 내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문득 깨닫게 될 때가 있다. 먹고 사는 것이 매달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노라고 애써 나 자신에게도 변명해보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은연 중 그러한 부도덕적이고 통속적인 사회의 흐름에 우리 모두가 각자 한 몫을 하여 온당치 못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깊이 한번 생각해 볼일이다. 사랑이 언제나 달콤하고 행복한 시간만을 제공해주는 것이 아니듯, 성장과 발전이라는 모토아래 자본의 위력에 힘입은 우리의 생활이 그 편리성이나 수준에 있어 예전보다 조금은 높아졌는지 모르지만 화려한 도시의 불빛에 가려진나머지 수면아래 침잠되어 잘 보이지 않는 우리의 어두운 그늘이 존재 하고 있음을 우리는 때로 망각하고 사는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문학이 존재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해 주는듯한 이 작품은, 오늘 우리의 눈에 그저 호화스럽게만 비춰지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습 이면에 비참하고 처절한 또 다른 상황이 존재하고 있음을 작가의 예리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이 작품에서 찾아 볼 수 있을듯하며, 또한 작가는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더 이상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게 파괴되어버린 우리의 순수한 인간성을 앞으로 어떻게 회복시켜 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물음을 던져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주인공인 나는 한때 순수한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픈 청순한 여자라고 자부하며 살았지만, 결혼이후 무능한 남편이 벌인 사업 실패로 인해 대도시의 비정한 삶에 환멸을 느끼고 지방 어느 소도시에 정착하여 자식에게만은 더 이상 자신과 똑같은 가난한 삶을 물려주기 싫어 은밀한 성매매로 자식의 성공만을 위해 살아가는 타락해버린 연약한 존재이며, 나와 우연히 마주하고 있는 그는 한때 정직한 경찰로서의 삶을 살았고 이후 타의에 의해 사표를 쓰고나와 성공적인 인생의 길을 걷다가 부의 유혹에 물든 나머지 과욕을 부리다 아내를 잃고 자폐를 앓고 있는 아들과 살면서 지금은 부유한 집만을 골라 절도를 일삼는 도둑에 불과하다. 우리는 서로 필요에 의해 비정상적인 비즈니스의 관계로 뜻하지 않게 만났지만, 나는 그와 만나면서 그의 순수하고 인간적인 모습에 감동했고, 세상을 등지고 애정결핍에 목말라 있는 그의 아이에게서 내가 한때 잃어 버렸던 티 없이 맑은 심성이 있음을 다시 보게 되면서, 이전에 내가 가지고 있던 소박한 꿈을 다시 이어가기 위한, 자본주의 병폐에 물든 내 현재의 삶에서 발버둥 치며 벗어나려는 내면에 깊이 잠들어 있던 나의 자아가 비로소 조금씩 깨어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책속에서 나와 그를 표현함에 있어 자본주의 권력에 힘없이 굴복하는 나약한 하나의 존재이면서도 인간 본연의 모습만은 결코 잃고 싶지 않으려는 우유부단한 인물로 묘사하고 있지만, 두 인물을 통해 독자의 입장에서라면 과연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정말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인지를 스스로 자문하게 만들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고, 또 하나 우리가 이 작품에서 생각해 볼 것은 이 책의 공간적인 배경이 되는 도시의 변화과정의 모습을 보면, 이곳은 한때 지방의 자그마한 소도시였다가 시류에 따른 개발붐에 의해 대도시로 탈바꿈되면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구역이 인위적으로 나누어지는 과정에서,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가 자연스럽게 구별되어 형성되어가는 모습을 그려가고 있는데, 이는 작가가 오늘날 오로지 자본에 의해 주종관계를 성립해 가는 마치 퇴폐적인 자본주의로 대변되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불편한 현실과 우리사회에서 은연 중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부조리와 병폐의 내용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 같아, 이제라도 건전한 사회 형성을 위한 우리의 인식의 전환이 시급히 전개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날 자본의 위력에 힘입어 우리들의 겉모습은 과거와 달리 눈부실 정도로 화려해졌고 먹고 사는 것이 풍족해 졌음을 우리는 결코 부인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자본주의로 인해 우리가 상실해버렸던 인간성회복과 같은 여러 문제점들에 대한 인식이나 그 해결책에 관한 고찰의 방식들은 진보되어 앞으로 한발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되거나 오히려 후퇴하는듯해 보인다. 게다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세상에 없다고 할 정도로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금전만능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의 가슴을 갉아 먹어왔고 급기야 이제는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너무 비대해져 그것이 지금은 우리를 압제하고 구속하는 괴물이 되어 우리 중 일부를 고통스런 사지로 내몰고 있음을 본다. 맑고 깨끗한 순수함을 지녔기에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고 했던 사랑도, 인륜은 곧 천륜이어서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겨왔지만 지금 우리의 자본 사회가 과연 이런 도덕의 관념까지를 지켜준다고 믿는 이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작가가 이 책의 이야기를 전개함에 있어 1인칭의 시점으로 이끌어 간 것은 아마도 이 작품을 통해 심각하게 굳어가는 우리의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하면서 독자와 함께 생각해보고 이야기해보고자 한 것은 아닐까 싶다. 타락한 천민자본주의가 진행되면 될수록 우리의 모습은 점점 시들어 갈 것이고 결국 모든 것이 파괴되고 망가져 기계적인 삶만이 존재하는 허망한 현실이 존재한다고 보면,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이제는 이쯤에서 잘못된 우리의 모습을 되찾고 함께 더불어 사는 방법을 모색해보자는 권장할만한 이성적 권유 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