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편지 - 제2회 네오픽션상 수상작
유현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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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추리물의 경우 주로 외국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들을 읽어 오다가 오랜만에 국내작가의 새로운 추리소설을 읽게 되어 무엇보다 우선하여 개인적으로 반갑고 환영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작품인데다가 국내 추리물들이 독자들에게 크게 환영 받는 분위기는 아닌듯해서 이 작품에 대한 기대는 솔직히 그리 크지 않았었다. 그나마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랄까 관심의 부분을 갖게 했던 건, 출판사에서 실시한 수상작이었기도 했고 이런 장르에 대한 국내작품에 많은 경험들이 없었기에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어떨까 하는 의구심 같은 것이 나름 많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작품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기대이상의 정말 좋은 작품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이야기의 전개에서부터 스릴러의 중요한 요소인 흥분과 긴장감 그리고 의외의 반전에 관한 내용들까지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잘 다루어져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과, 또한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려 했던 여러 의미 있는 메시지들을 줄거리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혹시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던 여러 독자들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 보기를 권해보고 싶은 책이다.

작가의 세심하고 다각적인 노력들이 엿보이는 이 작품은 우리 사회에서 심심찮게 벌어지는 폭력의 그 잔학성과 세상 속에서 부딪히며 살아가는 동안 그 안에서 우리들 스스로가 타인들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입게 되는 마음의 작은 생채기들이 때로 온전하게 아물지 못하고 가슴 깊숙이 침잠하여 쌓이다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반사회적인 행위로 표출하고 마는 인간의 나약한 내면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그려내어, 작가가 우리 사회에 끊이지 않고 생성되는 폭력에 의한 범죄의 본질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며 이를 어떤 방식으로 극복해 갈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독자에게 던져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의 이야기는 한때 부동산개발에 힘입은 서울 근교 어느 소도시에서 마치 자살처럼 보이는 앳된 여학생의 죽음이 발견되면서부터 시작한다. 수사결과 경찰은 범행의 수법으로 보아 이 사건이 이전에 발생했던 두건의 살인사건과의 유사한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하고 동일범에 의한 연쇄살인이라는데 그 초점을 맞추게 되고 비밀리에 수사본부를 설치하는 한편 범죄자의 행방을 찾는데 주력한다. 그러나 이후 범인은 사건 현장에 증거 하나 남겨 놓지 않는 치밀한 범죄 행각을 벌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사건의 단서하나도 찾지 못하는 경찰을 비웃기라도 또 다른 대상을 찾아 잔인한 살인사건을 일으킨다. 그리고 범인은 지금껏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대상들이 사회를 좀먹는 심각한 존재임을 부각시키며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하는 편지를 남기면서 언론을 통해 이를 즉각 공개 할 것을 주장한다. 마침내 경찰은 이와 같은 더 이상의 억울한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위한 궁여지책의 일환으로 이 사건에 대한 공개수사를 천명하게 되고, 결국 연쇄살인에 대한 잔인한 범죄의 행각이 외부사회에 알려지게 되면서, 이 사건이 건전한 사회를 지탱하는데 결코 완벽할 수만은 없는 법과 도덕의 맹점을 건드리며 또 다른 사회혼란을 야기 시키기에 이른다.

실제 자료를 근거로 범죄자의 심리와 범죄행위에 대한 일정한 패턴 등을 토대로 경찰 수사에 도움을 주는 프로파일러들의 범죄분석에 대한 내용과, 말 없는 희생자의 죽음에서 하나의 실낱같은 단서라도 어떻게든 찾아내려는 법의학자들의 모습들이 독자들에게는 마치 영상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표현한 점이나, 자라면서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아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되면서 이에 대한 표출을 사회에 일방적으로 퍼붓게 되는 범죄자 내면의 심리적인 묘사의 부분, 그리고 우리 사회에 은연 중 퍼져있는 갖가지 부조리에 대한 고발의 내용에 이르기까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충분한 재미를 주면서도 폭력에 대한 의미를 사회적으로 어떠한 시각에서 인식 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이 작품의 속을 한층 가까이 들여다보면, 같은 장르의 다른 어떤 외국 작품에 견주어도 결코 손색없을 만큼 작가의 역량이 최대한 잘 발휘된 작품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다. 물론 간혹 이야기 전개 중에 나타나는 과도한 성적인 부분과 범죄와 관련한 잔혹하리만큼 끔찍한 내용들이 일부 독자들에게 있어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다소 불필요한 것이 아닌가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전체적인 맥락상에서 볼 때 이런 점은 어느 정도 수긍 가능하리라 본다.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한 어느 인터뷰에서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악이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기 마련인데, 이러한 악의 근원을 법이나 여론에 의해 강제적으로 처단하고 단죄하기 이전에, 우리 스스로 왜 이런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먼저 악을 이해하려는 우리의 노력들이 선행 되어야만 악의반복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밝히고 있는데, 이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건전한 사회를 구성하는데 있어 무조건 법과 도덕에만 의존하려는 안일한 우리의 자세를 질타하는 것 같아 무척 동감이 가는 대목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오랜만에 국내 작품의 미스터리 추리물을 읽으면서 앞으로도 이런 탄탄하고 치밀한 이야기의 구성과 더불어 재미를 더해주는 많은 작품들이 국내 작가들에 의해 많이 발표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보며, 이 작품을 기점으로 작가의 또 다른 신선하고 새로운 작품들이 계속해서 출간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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