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다데비 - 눈물의 원정
존 로스켈리 지음, 조성민 옮김 / 토파즈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의 목숨까지도 아깝지 않게 내던질 만큼 자연을 향한 인간의 도전 욕망은 과연 어디까지일까를 생각해보며, 이 책은 산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래서 험한 여정 속에 극심한 고통을 맛보면서도 산을 향한 행보의 발길을 결코 멈추지 않는 산악인들의 강인한 의지와 그리고 영속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자연의 위대함과 거룩함을 한층 가까이서 엿볼 수 있었다는 것과, 우리는 지구상의 나약한 하나의 존재에 불과하지만 자신의 내부 깊숙하게 불굴의 의지와 신념을 담아 놓고 겸허한 자세로 노력을 한다면 언제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갈 수 있는 의미 있는 존재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개인적으로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책이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용기와 만용은 엄격히 구별되어야 하며 자신의 사소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주어진 자신의 환경을 극복하려는 노력 없이 합리화에만 의존하려 한다거나, 냉철한 사고가 전제되어 있지 않은 일시적인 생각과 판단은 언젠가 자신을 위험 속에 몰아넣는 행위임을 우리는 때로 잊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또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의 모든 것은 인간이 저지르는 그 어떤 자그마한 실수도 결코 용납하지 않으며 그리하여 단 한조각의 영역도 우리에게 허용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독자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지 않을까 싶으며, 스스로의 위치에서 정체성에 빠지지 않기 위해 앞으로 한 발자국 전진 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한 순간의 잘못된 생각과 판단이 자신의 모든 것을 그르칠 수 있다는 점과 그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인식하게 해주는 책인 듯하다.

인도의 힌두신화에서 이름을 빌려온 이른바 축복의 여신이라 명명된 난다데비는 해발 7817m의 높이를 자랑하는 인도 가르왈 히말라야 지역의 최고봉이다. 한때 미국의 유명한 등반가였던 윌리 언솔드가 1949년 인도 북부지역을 등반 하다가 우연하게 만년설로 뒤덮여 우뚝 솟아 있는 난다데비를 보고 그 아름다움에 반하여 훗날 자신의 첫째 딸에게 봉우리와 이름과 똑같게 짓게 되는데, 그는 그로부터 26년 후 자신의 딸에게 난다데비라는 이 신비로운 산에 대한 등정의 기쁨을 주기위해 미국-인도 연합 난다데비 원정대를 만들게 되는데서 이 책의 이야기는 시작 된다. 1936년 난다데비의 초등에 성공한 애드 카터와 언솔드를 중심으로 새롭게 결성된 이 원정대는 그 당시 미국의 기라성 같은 많은 등반 대원들이 참여를 하게 되는데 이 책의 저자 존 로스켈리 역시 그 일원 중 한 사람이었으며, 그는 나중에 이 원정대의 핵심이 되는 짐 스테이츠, 루 라이차트와 함께 폭설과 눈사태가 난무하는 변화무쌍한 기후와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 험한 등반길의 어려움을 뚫고 1차 정상 공격조로 나서서 마침내 미국에서는 두 번째로 난다데비의 등정에 성공하는 쾌거를 남기게 된다. 정상에 서는 것이 도저히 가능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졌지만 우여곡절 끝에 1차 공격조의 등반 성공으로 고무되어 있던 그들은, 그러나 이후 계속 진행된 2차 공격에서 고산병과 극심한 체력 저하로 등반에 모두 실패하게 되고, 원정팀의 마스코트이며 가장 활발한 의욕을 보이며 정상 정복을 꿈꾸었던 데비 언솔드는 그 동안 누적되었던 신체의 핸디캡을 극복하지 못한 채 결국 26살의 나이로 정상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그곳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게 되는 비극을 맞으며 원정대는 슬픈 귀국의 길에 오르게 된다.

당시 등반에 성공을 했던 저자는 원정대의 결성에서부터 다시 미국으로 귀국하기까지 사실적인 자료와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세한 내용을 이 책에서는 다루고 있는데, 원정 과정에서 탄탄하게 뭉쳐져야 할 팀워크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소한 문제에 부딪치며 서서히 틈이 벌어지고 일부 대원들의 냉철하지 못한 판단과 이기적인 욕심으로 정상에 대한 등반의 기쁨보다는 애초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여러 모습들에 대한 깊은 회한과 아쉬움, 그리고 혹독한 환경에서도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어려운 난관을 헤치고 앞으로 한걸음 나아가려 했던 자신들의 힘들었던 고난에 관한 이야기들을, 대자연 앞에 서있는 인간의 불편하고 나약한 갖가지 모습을 허심탄회 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내게 있어서는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의 등반과정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분과 스릴을 느끼게 해주었으면서도 마음 한편으로 씁쓸한 생각의 파편들이 내 가슴을 때로 아프게 쿡 찌르기도 했던 듯싶다. 목표를 두고 도전하는 힘든 과정들은 누구나 있게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우리 모두 성공의 길에 들어서는 것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순간순간 다가오는 어떤 유혹이나 예기치 않은 상황의 발생에도 의연하게 대처하고 스스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자만이 정상에 서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인 만큼, 정상에 서기 위해 이 책속의 주인공들이 펼쳤던 역경의 과정들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오늘에 매진하고 다가오는 내일에 임했으면 어떨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