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
멜라니아 마추코 지음, 이현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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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인생을 두고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 아름답고 의미가 있으며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그리하여 관점의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생각하거나 또한 삶을 통한 치열한 투쟁의 과정에서 그 무엇을 위해 그토록 수많은 번민 속에 갈등을 겪으며 힘들어하고 고통스런 나날들을 보내야 했는지를 제 3자의 시각이 되어 객관적인 입장에서 들여다본다면 그 누구의 삶도 함부로 옳고 그르다는 이분법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이 책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인생이라는 의미의 제목을 가진 이 작품은, 20세기 초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이탈리아 사람들의 이민사의 이야기와 맞물려 두 남녀의 엇갈린 사랑의 이야기가 매우 의미심장하게 그려져 있는 가슴 아프고 애절하면서도 우리의 인생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라는 생각이다. 가난이라는 틀에 얽매여 속박되고 비굴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그런 이유로 손을 뻗으면 쉽게 잡힐 것 같은 한 가닥 희망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이국의 땅에서 처절한 인생의 밑바닥을 전전하면서도 희망을 결코 버리지 않았던, 작품 속 인물들의 여러 이야기들은 우리들에게 감동은 물론 삶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져주고 있는 듯해서 나에게 있어서는 나름대로 각별 했던 작품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고 주인공들의 비극적인 사랑과 엇갈린 운명의 행로를 읽으면서 많은 아쉬움과 여운이 남았던 책이었던 것 같다.

주인공 비타와 디아만테의 우울하지만 초연하면서도 그들의 애달픈 삶과 가슴 저미는 사랑의 이야기가 주축을 이루는 이 작품은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게 된 미국이 유럽의 이민자들을 받아들임으로서, 이 당시 가난을 탈피하여 새로운 희망을 꿈꾸며 미국으로 대거 이주해갔던 이탈리아인들이 주로 모여 살았던 미국 뉴욕의 어느 한 허름하고 초라한 뒷거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가난을 대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아버지의 초청으로 우연하게 기회의 땅이자 굴종의 삶을 강요하게 될 미국으로 첫발을 내딛는 12살의 디아만테와 9살의 비타는 도착하자마자 그들의 생각과 기대와는 달리 차별과 학대 그리고 범죄가 난무하는 그곳에서 혹독한 밑바닥 생활을 시작한다. 매일매일 겪어야 하는 힘들고 고달픈 나날이지만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사랑의 감정을 키워 간다. 그러나 세심하고 이성적인 면을 중시하고 앞세우는 디아만테와는 달리 감성적인데다가 다혈질인 비타는 중요한 순간마다 서로 엇갈리면서 불안한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 결국 디아만테는 자신이 바라던 미국에서의 성공도 거두지 못하고 아름다운 사랑도 유지하지 못한 채 귀향길에 나서게 되고, 비타는 여리지만 강한 근성으로 현실과 타협하면서 마침내 아버지의 식당을 크게 일으켜 미국에서 성공하여 뿌리를 내리게 된다.

작가 자신의 실제 가족사를 다룬 이야기면서도 허구적인 부분이 가미된 이 작품은 맨발로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가야 하는 초창기 이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 생생하게 잘 표현해 낸듯하며, 초라하고 고통스런 환경 속에서도 희망과 미소를 잃지 않고 악착 같이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많은 물음들을 던져주는 것 같기도 하다. 또한 현실과 과거를 오가며 생존에 위한 인간의 소리 없는 몸부림들을 적절하게 잘 묘사한 이 소설은 때로 우리의 가슴을 안타깝게 만들기도 하고 동정의 눈길을 끌게 하지만, 결코 그들의 삶이 우리의 그것과 크게 동떨어져 보이지만은 않는 것은 작품 속에 녹아 있는 작가의 역량이 그만큼 잘 발휘되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쉽고도 혼란스러웠던 것은 이야기가 전개됨에 있어 불현듯 새로운 내용의 이야기들이 어느새 불쑥 튀어 나오는데다가 원인과 결과의 내용을 상세히 다루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독자의 입장에서는 때로 이야기의 흐름을 찾아가기가 가끔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은 한 가족의 지나간 역사를 거꾸로 추적해가는 과정에서 여러 캐릭터를 통해 다양한 삶을 엿보면서 비극적인 운명과 사랑 그리고 희망 속에 함께 걸쳐져 있는 고독과 슬픔이 복합적으로 그려져 있는 이 책의 내용을 통해서 과연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거기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것인지 그래서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삶의 근원적 의미는 무엇인지를 깊이 한번 자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고, 세상 속에 외면된 이방인으로 살면서도 그걸 미처 깨닫지 못하고 착각하며 오늘을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자신의 모습을 넌지시 뒤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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