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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 ㅣ 세계문학의 숲 1
알프레트 되블린 지음, 안인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우리가 사회 구성원의 한사람이 되어 그 존재의 가치를 부여 받으려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동등한 유기체들과 적절한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이런 조화가 자의에서든 타의에서든 어떤 불균형을 이루게 된다면, 그것은 어느새 서서히 인간성 상실이라는 근본적 문제에 부딪쳐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을 다 읽고 난후 주인공 프란츠 비버코프의 허무하고 초라한 인생을 보고 느끼게 된 나의 감회랄까 문득 그의 안타까운 인생을 생각하니 나의 마음 한구석에 동정과 같은 어쭙잖은 감정이 불시에 떠오르는 듯하다. 사실 이 책은 고전문학에 처음 접근하려는 이에게는 조금은 적응하기 힘든, 글의 내용은 물론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에 대한 그 의도를 잡아내기가 쉽지 않은 어찌 보면 상당히 난해하고 복잡한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고전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단 한 번의 독서로 모든 걸 해결되는 것이 아닌 만큼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음미 하다보면 이 책이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며 명성을 얻고 있는지 조금은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영화로도 이미 만들어져 있으며, 1920년대 독일 베를린이라는 대도시의 황량함을 배경으로 선량하지만 인간 내면의 다양성을 인식하지 못해 철저하게 파괴되어 가는, 한 인간의 고지식한 나약함을 적나라하게 잘 표현한 작품이어서 독서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얻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시간을 내어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다.
자신의 연인을 폭행하여 살인을 저지른 죄로 4년간의 세월을 교도소에 보낸 주인공 프란츠 비버코프는 이제 막 출소를 하여 앞으로 착실하고 바르게 살아가겠다는 소망으로 베를린 한복판으로 향해 간다. 하지만 비정하고 냉정한 현실은 그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는 베를린 알렉산더의 광장주변에서 한때 신문팔이와 행상을 하다가 그의 동업자인 뤼더스로부터 배신을 당하고, 이후 진실한 친구로 생각한 라인홀트의 꼬임에 빠져 자신도 모르게 범죄의 길에 접어들었다가 그것이 결코 옳은 일이 아님을 알고 협조를 거부해 자신의 오른쪽 팔을 잃게 되는 사고를 당한다. 하지만 그는 친구의 잘못을 탓하기보다는 바르게 살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체감 하며 한동안 실의에 빠져 있다가 자신을 도와주려고 하는 옛 여자 친구였던 에바의 도움으로 창녀인 미체라는 여자를 새로이 만나게 된다. 그녀의 순수하고 헌신적인 사랑을 받으며 그는 생활의 안정을 찾게 되지만, 또다시 라인홀트를 찾아가게 되면서 그와 의도하지 않았던 심한 감정적인 대립을 겪게 되고 결국 그의 연인 미체는 라인홀트의 손에 죽임을 그리고 자신은 연인을 죽인 누명까지 쓴 채로 정신병원 신세를 지는 초라한 인간으로 전락하고 만다.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그는 더 이상의 삶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죽을 것을 결심하지만, 죽음 앞에 맞닥트린 그는 자신의 내면세계에서 그 동안 잘 알지 못했던 삶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게 되면서 조그만 공장의 수위로 재직하며 다시 새로운 생활을 영위하게 된다.
누구의 삶이든 우리는 세상 속에 던져진 순간부터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부여하는 스스로의 약속과는 별개로 여러 다양한 삶이 내 주위에 존재 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살아야 한다. 내가 남이 될 수없는 것처럼 남이 나를 인정치 않는다고 해서 오로지 자의식에만 갇혀 산다면 이는 결코 불행한 삶을 초래 하는 단초를 제공하여 우울한 인생으로 점철된 고단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 책 주인공 프란츠의 내면적인 삶, 즉 바르게 살아야 하고 남에게 해를 주지 않으려는 모습만을 생각해 본다면 이처럼 비극적인 인생을 살아야 할 정도의 비참한 삶이 계속 진행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세상의 다양한 면과 여러 형태의 삶이 자신과 공존하고 있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함에 따라 불행한 현실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찌 보면 그에게 있어 당연한 현상은 아닐까 싶다. 정직하고 소시민적인 삶의 자세를 견지한다고 해서 세상이 이를 있는 그대로 보아주는 것도 아니며 우리 이웃과 동료들 모두에게 똑같이 통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결국 자신의 내부에만 눈을 돌릴 것이 아닌 타인의 여러 모습에서 무엇인 보고 인식할 것인지를 스스로 깨닫지 않는다면 냉정한 현실에서 고립되고 괴리된 삶을 살아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한번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언젠가부터 고전 문학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후 많은 시간을 흘려보내다가 조심스럽게 첫 선택의 책으로 접하게 된 것이 바로 알프레드 되블린의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이다. 사실 고전문학에 친근하게 다가가기란 그리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시작부터 그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그리고 전개되는 줄거리의 연결고리를 의외로 찾기가 힘들어 몇 번이고 멈칫 했던 기억이 많았던 듯싶다. 이 책은 화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문득 화자는 사라지고 낮이 설고 새로운 텍스트가 불쑥 끼어들고 있어서 이 책을 접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럽게 느껴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따라서 이러한 표현에 조금 서툴다면 이 책의 내용을 다룬 영화나 작품해석에 관한 전문가의 이야기를 먼저 둘러보고 난후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고전문학은 누구에게나 있어 삶의 보편적인 통찰을 일깨워주는 것이어서 독서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책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독자들이 있다면, 고전문학으로의 입문은 필수 불가결한 중요한 요소처럼 여겨지기에 언제라도 조금씩 친근하게 다가가기를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