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성, 사라진 미래도시 - EBS 역사복원 대기획 다큐멘터리
이동주.김민태 지음 / 지식채널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우리의 고대 삼국역사를 살펴보면 백제는 삼국 중 가장 먼저 패망한 나라라는 역사적 사실과 나당 연합군에 의해 멸망할 당시 백제의 마지막 왕이었던 의자왕의 사치와 방탕적인 모습이 선뜻 먼저 떠올려져서 그런지 삼국 중 외교와 문화 강국으로의 긍정적인 이미지 보다는 부정적인 인식들이 깊게 고착화 되어 있는듯하다. 그러나 이제껏 우리에게 알려진 역사의 내용이 모두 변함없는 사실이며 더구나 그것이 거짓 없는 진실이라고는 누구도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학교 시절 배웠던 한정된 역사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거나 일부 왜곡되거나 편향적인 역사의 시선에 사로잡혀 올바른 역사의 사실을 외면한다면 그것은 스스로의 퇴보를 가져오는 어리석은 일이 될 수 있음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배경에 당시 사관들의 옳지 못한 서술이나 이후 역사 사실을 정당하게 평가하지 않는 자들에게 따져 물어야 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자신의 폐쇄적인 사고를 열지 못하고 고수하는 자세도 극히 바람직한 일은 아닌 듯하다. 따라서 이제라도 이러한 책을 통해 역사의 눈을 제대로 뜨고 바른 역사관을 갖는데 조금의 노력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백제의 700년 역사 중에서도 가장 번성기였던 사비시대의 시작에서부터 멸망하기까지 그 당시 정치 사회는 물론 각종 문화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많은 부분들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하여 희미한 역사의 흔적을 다시 복원해보면서 그 동안 우리의 시야에서 다소 벗어나 있었던 백제 역사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사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EBS 다큐프라임 사비성 사라지 미래도시라는 3부작 프로그램을 토대로 한 것이며, 방송에서 상세하게 다루지 못한 여러 내용을 두루 담아 많은 독자들에게 백제역사를 이해하는데 있어 충분한 도움을 주고 누구나 역사 교양서로 참고하기에 유용한 책이 되는데 주안점을 두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다. 백제는 알다시피 원래 수도는 한강 유역의 위례성이었다가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패배하여 문주왕 때 지금의 공주지역인 웅진으로 옮겼다가 내부분열과 민심이반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성왕 때 이르러 왕권의 확립과 경제와 대외적인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위해 현재의 부여지역인 사비로 천도를 결행한다. 사비천도 후 무령왕의 아들인 성왕은 습지가 많아 도시 건설에 애로가 많았던 문제점과 수습이 쉽지 않았던 귀족들의 분열 등 여러 제반 문제를 극복하는 한편 백성들로부터 두터운 민심을 얻어 건국 이래 최대 공사를 단행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러한 내부적인 해결에도 불구하고 백제는 고구려의 계속되는 침공과 홍수나 태풍 같은 자연 재해의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한때 위기의 순간을 맞이하지만 16년간 이라는 길고 긴 공사 끝에 마침내 사비로의 천도에 성공하게 된다. 이후 백제는 고구려에 빼앗겼던 한강 이북의 영토를 수복하고 대내적으로는 왕권강화를 통한 문화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대외적으로는 동북아시아의 여러 나라와 교류를 활발하게 펼침으로서 멀리 인도까지 그 범위를 확장하기에 이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내가 알아왔던 백제의 역사가 얼마나 단편적이었으며 편협 되어 있었는지를 새롭게 인식시켜준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백제 유적은 다른 고대국가 비해 그 흔적이 별로 남아 있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그 당시 백제의 사회나 문화는 우리에게 극히 일부만 알려져 왔을 뿐이었는데, 새로운 유적지의 발굴과 철저한 고증으로 인해 그나마 백제의 본 모습을 이 책으로나마 우리가 한걸음 근접하여 상세하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백제의 유적 자료들이 국내에 별로 남아 있는 것이 없다보니 주변국들에 의해 상당히 왜곡되어 그 진실이 많이 가려져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역사를 복원하려는 여러 노력이 없었다면 아마도 영원히 역사의 그늘 속에 놓여 문화 강국이었고 진취적이었던 백제의 찬란한 자취를 우리는 잃어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일본 아스카 문화에 큰 영향을 주었고 실용적인 학문과 기술 그리고 건축과 미술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우수성을 드러낸 백제의 역사는 이제 새로이 우리에게 다시 인식되어져야 함은 마땅한 일이 아닐까 싶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그 동안 감추어져 빛을 발하지 못했던 한때 동북아시아의 주역인 백제의 역사를 사실적으로 생생하게 재현해낸 이 책에서 새롭고 풍부한 역사 지식을 한껏 얻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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