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소년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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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가장 떠오르는 기억들은 무엇이 있을까. 사람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아마도 첫사랑, 첫 키스, 친구들과의 우정 등 그나마 세상의 때가 조금은 덜 묻은 순수함이 잔득 배어 있는 추억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10대 후반의 시기는 육체적으로는 이미 성인이 되어있지만 사회에서는 이를 인정해주지 않는, 또한 자신이 그 동안 지향해왔던 꿈과 이상에 비하여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현실과의 괴리감을 좁히지 못하고 관습적인 사회제도나 기성세대와의 마찰을 통하여 어느새 훌쩍 커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바로 그 시기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누구나 세월이 지나 그때를 돌이켜보면 그 시절은 무엇이든 다 가능 하리라 여겨지기도 하지만 생각대로 무언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는 그만큼 다가오는 아픔도 크고 오래 기억되는 시기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누구나 예외 없이 꼭 한번쯤은 성장 통을 겪게 되는 10대 시절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학창 시절의 여러 추억의 이야기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데다가 이야기 전개과정에 미스터리적 추리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서 독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독서의 재미가 한층 배가 된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이 작품은 시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이에 따른 기성세대들의 청소년들에 대한 인식들도 이제는 조금 달라져야 하지 않는가에 대한 부분도 일부 내포하고 있어서 독자들에게는 조금은 신선하면서도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서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작품은 오렌지족이라는 유행의 본원지인 강남 압구정을 중심으로 1990년대 시대적 배경을 주축으로 하여 그 당시 신흥 명문고로 불려 졌던 구정 고등학교 동창생들의 우정과 사랑이 시간의 전개에 따라 매우 극적으로 다루어져 있는 책이다. 사건의 발단은 어느 날 유명연예인이 한강에서 투신자살하면서부터다. 주인공인 우주는 그날 죽은 여인이 자신의 고교시절 한때 절친한 친구였으며 마음속 흠모의 대상이었던 서연희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그녀가 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여러 가지의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죽은 서연희의 남편은 우주의 학교 동창이었고 라이벌이기도 했던 박대웅 이었는데, 그는 조문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의 여러 이야기와 기자라는 신분에서 얻을 수 있는 추가적인 정보에서 이 사건이 자살이 아닌 누군가에 의한 의도적인 타살일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고 급기야는 타살에 초점을 맞추어 사건의 내막을 추적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사건에 접근 하면 할수록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죽음에 대한 진실의 접근은 점점 알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된다. 이 작품은 단순한 하나의 성장 소설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다양한 장르 즉,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미스터리가 가미된 추리적 요소는 말할 것도 없고, 교육이나 사회에 대한 부조리의 고발적인 내용까지 담겨 있어서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고 감상 할 수 있는 소설로 보여 진다. 특히 이 작품은 이야기의 전개가 현재와 과거를 오고가면서도 독자의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긴장감이 전체적으로 흐르고 있는데다가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극적인 부분과 각 장에 알맞은 음악에 관련한 이야기도 있어서 여타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신선감이 느껴진다 하겠다. 물론 작품 하나에 너무 많은 것을 넣으려다 보니 약간의 억지스럽거나 불필요한 부분이 더러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독자들에게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작가의 자전적 내용을 다룬 이야기라고 보아도 될 만큼 이 책에 나타나있는 1990년대 당시의 이야기는 어떤 면에서 보면 사실 매우 솔직하고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7명의 고등학교 청춘들이 벌이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사회 진출로의 과정에서 그들의 엇갈리는 인생관의 이야기를 보며 오늘날 이 시기에 놓인 청소년들의 일부는 또 이와 비슷한 과정을 겪어 가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 우리 사회발전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것이 사실이지만 과도한 욕망으로 인해 자신의 삶 전체가 한순간에 파괴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을 보면 현재 우리들 일부 모습들이 그대로 또렷하게 떠올려지는 것 같기도 해서 솔직히 그리 달갑게 받아들여지지 만은 않는다. 또한 책의 재미와는 별개로 1등만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고 강조되는 오늘의 현실에서 어찌 보면 부모들의 배경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우리의 일그러진 모습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대로 반복되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감이 들기도 해서 마음 한편으론 씁쓸하기까지 하다. 여하튼 오랜만에 국내 소설 치고는 재미있는 책이 출간된 것만은 사실처럼 보인다. 따라서 여러 장르가 혼합된 이 작품을 통해서 많은 독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자못 궁금해지며 앞으로도 이런 작품들이 계속해서 출간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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