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틸다
빅토르 로다토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아프면서 커간다는 것, 그래서 당당한 사회인으로 그리고 어엿한 어른이 되어가는 일련의 과정에는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사춘기라는 시험대를 거치게 마련이다. 자그마한 상처에도 쉽게 흔들리고 현실의 상황을 인식하고 이를 대처할만한 힘이 아직은 미약하기에 이 시기에 그들에게 가해지는 그 어떤 사소한 물리적인 압력의 것들도 그리 가볍게 넘겨짚어 생각 할 일만은 아닌 듯싶다. 인생을 구분 지어 생각 하는 것이 어찌 보면 무의미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10대 시절에 느끼는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 그리고 수없이 부딪쳐야 하는 현실과의 경험에서 오는 괴리감은 다른 어느 시기보다도 크다 할 것이다. 그러나 그 폭을 무리 없이 메워갈 특별한 어떤 정답도 없지 않을까 싶다. 결국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스스로 거기서 새로운 하나를 배우고 깨우쳐야 하는 것이 바로 그들의 몫인지도 모른다. 다만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에게서 보여 지는 특별한 행동들 중 대개 공통적인 행태들이 있긴 하지만 우리가 쉽게 예측 하지 못하는 극단적인 부분들이 있음을 결코 배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책은 10대 소녀의 불안한 정서적인 감정의 상태를 예리하게 끄집어내어 다소 직설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이전에 우리가 알아왔던 그들에 대한 사고의 틀이 조금은 다각적으로 변해져야 함을 알려주는 책으로 보인다.

누구나 10대 시절에는 직면해 있는 현실을 부정하고 대안 없는 무작정의 행동들을 취함으로서 자기합리화란 논리로 무장하여 세상을 대했던 경험들이 더러 있었을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도 될 상황에서도 급작스런 마음의 변화를 다스리지 못하여 중심을 잃고 휘청거려야만 했던 그 당시의 위기들을 생각하면 아찔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사춘기 시절의 좌충우돌하는 여러 과정에서 경험과 실수를 반복해가며 어느새 어른으로 성큼 한걸음 나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주인공 13살 소녀 마틸다는 집안에서는 물론 주위에서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언니의 우연한 사고로 인한 죽음으로 그 동안 평온했던 모든 자신의 일상생활에 거부감을 갖게 된다. 그녀의 부모는 언니가 애초 없었던 것처럼 평소와 다름없는 행위에 마틸다는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누가 언니 헬렌을 죽음으로 몰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스런 부분을 풀기 위해 그 동안 언니가 사생활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또한 스스로는 사춘기에 나타나는 여러 호기심어린 행동들을 서슴없이 보이기도 하며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변해버린 현실의 커다란 벽 앞에서 자신을 철저하게 내동댕이치기도 한다. 언니의 죽음 1주년이 되는 날 마틸다는 언니가 죽기 전까지 연인관계를 유지했던 루이스와의 만남에서 언니에게 있었던 새로운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마침내 그녀는 기나긴 자신의 방황을 마치고 잘못된 자신을 문득 되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주인공의 독백체로 다소 독특한 서술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언니의 죽음이후 감수성이 예민할 수밖에 없는 불안한 10대 시절을 걷고 있는 한 소녀가 불가피하게 겪게 되는 현실과의 괴리, 그리고 불안한 정신 상태를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어 우리의 마음을 뭉클 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이 책에 그려진 이러한 상황이 그 누구의 잘못으로 생성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어쩔 수 없이 맞닥트려야 하는 가냘픈 한 소녀의 눈물겨운 극복 과정은 우리에게 그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특히 작가의 인물들에 대한 섬세한 심리묘사나 사춘기 시절 그들은 죽음, 우정, 사랑, 이별과 같은 대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 하는 것일까에 대한 진지한 철학적 질문을 이야기의 내용에 담고 있어서 다른 여타의 성장 소설과는 사뭇 그 느낌이 다르게 여겨진다. 그러나 글 내용으로 볼 때 대체적으로 아이들이 성장과정에 있어 그들의 정서적인 부분은 사실 가족의 역할이 무엇보다 크게 마련인데,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조금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고 더불어 정신적으로 불안한 과정에 놓인 자녀에 대한 부모와의 갈등적인 면도 너무 안일 하게 다루어져 있어 독자의 입장에서는 약간 불편스런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사춘기에 놓인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일반적으로 흔히 범하기 쉬운 어른의 시각에서 아이들을 보는 것이 아닌 그들의 생각과 마음을 한껏 깊게 들여다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혹시 모를 우리의 그릇된 인식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의미 있는 작품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누구도 격한 감정 앞에서 자유로울 순 없으며 급작스런 환경의 변화나 정신적인 고통이 뒤따르는 의도하지 않은 경험들이 때로 자신의 목을 죄어올 때 이를 회피하거나 막을 순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한 소녀의 아찔한 성장기를 다룬 이 한권의 책 내용에서와 같이 어디에선가 혼자 고통을 짊어지고 있는 우리의 작은 영혼이 있다면, 인내를 가지고 그들을 끝까지 책임감 있게 지켜보아야 하고 감싸 안아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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