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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자, 아얀 히르시 알리
아얀 히르시 알리 지음, 추선영 옮김 / 알마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 전통에 따른 관습에 의하거나 혹은 법률이나 규칙으로 정한 것이 극히 불합리 하여 일반 대다수의 인권을 억압하거나 불이익을 초래하고 있다면 그리하여 이런 근거로 비윤리적이고 반인권적인 행태가 아무런 제재 없이 버젓이 자행되는 현실에 당신이 살고 있다면 이를 인정하고 감수하며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아마도 이러한 질문에 그 누구라도 이를 기꺼이 수긍하며 자신을 맡기려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 생각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더라도 조선 왕조가 몰락하고 전제정치의 막을 내리기 전까지는 엄연한 계급제도가 존재하여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여하나 의지에 상관없이 인권의 침해는 물론 신분제한이라는 어두운 굴레가 존재해있어 인간은 어떤 특별한 근거나 사유 없이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오늘날의 인권의 시각에 비추어 크게 벗어난 때가 있었다. 그러나 사회 정의와 개개인의 인권 평등이 우선시 되는 오늘날의 시대에 아직까지도 일부 나라에서는 종교적 신념이라는 이유로 혹은 오랜 관습에서 이어져 온 하나의 암묵적 약속이라는 것으로 평생 굴욕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구태의연한 행태를 유지하는 나라들이 있음을 볼 때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겠다. 국가든 단체든 그것이 공공적인 이익이나 보편적 타당성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면 그것을 어느 특정한 개인에게 강제하거나 강요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한번 쯤 깊이 생각해봐야 하는 일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억지로 강요된 종교적 가르침과 부모나 남편에 의해 일생의 모든 것을 맡기고 구속된 삶을 살아야 하는 현실을 거부하고 불의에 맞서 과감하게 떨쳐 일어선 한 여성의 회고록을 담은 것으로, 아직까지도 어두운 그늘에 가려 모진 멸시와 인권을 유린당하는 많은 여성들이 존재 하고 있다는 불합리한 현실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는 책은 아닌가 싶어 많은 사람들에게 한번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얀 히르시 알리는 어려서부터 가정폭력과 가부장적이고도 남녀 차별적인 전통적 악습에 억눌려 살아오다가, 어느 날 낮선 사촌과의 강제적인 결혼을 피하기 위해 네덜란드에 난민 자격으로 홀로 정착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의 나라에서는 알 수 없었던 서구의 합리화된 여러 방식과 종교의 자유 그리고 무엇보다 이전까지의 삶이 잘못 되어 왔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면서 여권 신장가로서 정치적인 행로를 걷게 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의 나라를 부정하고 이슬람의 정신을 훼손시킨다는 일부 이슬람권 사람들의 그릇된 인식에 휘말리면서 자신의 목숨을 보장 받지 못하는 불안한 하루하루를 살게 되지만, 결코 이에 굴하지 않고 할례를 통한 육체적 고통과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남녀 간의 불평등 그리고 전통적 악습에 핍박 받는 수많은 이슬람 여성들의 여권 신장을 위해 오늘도 험난한 길을 홀로 걸어가며 외로운 투쟁 하고 있다. 사실 이슬람 여성들의 차별적인 불평등 문제와 그리고 비윤리적인 종교적 관행들은 오래전부터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어 왔었다. 하지만 많은 문제점이 있음을 알고도 국가적 간섭 또는 종교 탄압이라는 논리에 맞물려 현재까지 UN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 마저 시원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은 심히 우려 할 일이라 하겠다. 이러한 시점에서 자신의 과거 생활에 비추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많은 여성들을 위해 그녀의 굳은 신념에 의한 그녀의 외로운 투쟁이 결코 허물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문화적 특수성에 의한 것이 단지 자신들의 문화와는 다르다는 이유로 나쁘다 혹은 잘못 되었다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것이 객관적 논리에 어긋나거나 이를 넘어서 한 개인의 미래까지를 심히 구속하게 된다면 이는 분명 시정 되어야 하고 바람직한 일로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종교라는 것도 자신의 신념에 따른 자발적인 것이어야지 국가나 가족에 의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강요되거나 강제되어지는 것이라면 이는 분명 잘못 된 것이며 다시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으로 본다. 또한 생각해 볼 것은 자신과 관여된 일이 아니라 해서 불의를 보고도 침묵하는 것도 어찌 보면 도덕적 양심을 거스르는 일종의 죄악과도 같은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에는 일반인들이 상상 할 수 없는 가족들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폭력은 물론 목숨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실상들이 낱낱이 고발 되어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제껏 지켜왔던 관습과 종교의 이름이라는 명목 하에 자행 되어온 그러한 행위에 대해 묵인 한다는 것은 이를 인정해도 좋다는 잠재적 동의와도 같은 것이기에 어떤 형태든 올바른 해법을 찾는데 앞으로도 많은 노력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슬람 여성들의 삶을 다시 한 번 생각 하는 이 책에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이 있기를 바라며 그녀가 바라는 작은 소망이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 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