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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9월
평점 :
좋은 글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다른 그 무엇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크다 할 것이다. 다만 전제 되어야 할 것은 글이라는 것이 어떠한 가식과도 비슷한 형태의 인위적 목적이나 갖지 않아야 하며 혹은 이념이나 사상에 종속되거나 결부되어 있지 않고 작가 스스로의 냉철한 통찰력에 근거한, 있는 그대로를 정확하게 관찰하고 이를 한층 깊게 이해하는데서 오는 객관적 표현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가 보통 조지 오웰에 대해 생각할 때 1945년도에 발표된 동물농장이나 이후 1984라는 작품을 으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는 이 작품들에서 소비에트 연방의 전체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우화적 풍자를 통해 모순 속에 살고 있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획일적이고도 통제된 사회 속에서 한 인간이 어떻게 파멸해 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사실 나는 그가 이렇게도 많은 에세이와 또 다른 여러 작품이 있었다는 걸 미처 몰랐었으며, 또한 이전에 잠깐 읽었던 그의 작품에서 작가로서 그의 본모습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지 않았나 싶다. 따라서 이 책은 나에게 그가 작가로서 그리고 하나의 온전한 인간으로서 그의 삶을 일부나마 근접해서 들여다봄으로서 일부나마 그를 새롭게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조금은 각별하게 느껴진 책은 아닌가 한다.
이 책은 그가 평생 살아오면서 그가 왜 글을 쓰고 글을 쓰기 위해 자신과의 치열하고도 처절했던 몸부림의 모든 과정을 우리가 한층 근접해서 그의 삶을 엿볼 수 있음은 물론 그의 글을 통해 우리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그래서 문학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 하고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근본적 물음과 오랜 시간의 흐름에 상관없이 그의 글이 왜 그리고 우리에게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지를 잘 나타내게 해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에는 조지오웰의 주옥같은 29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대부분의 내용은 자신의 경험적 사실을 통해 그가 생각하고 느꼈던 소회가 아주 상세하게 나타나 있으며, 그의 정치적 이념과 사상에서부터 사물을 바라보는 그의 독특한 시각에 이르기 까지 그의 작가적 삶이 이 책 한권에 모두 담겨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스파이크라는 글을 통해서 그는 부랑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이야기 하며, 식민지 통치시절 경찰로 근무하면서 느꼈던 자신의 양심에 대한 가책, 스페인 내전의 이야기에서 전체주의에 대한 이념을 뒤로하고 결국 나는 왜 쓰는가 라는 글을 통해 “어떤 책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으며,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인 것이다”라고 작가로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는 등 다양한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감을 독자들은 직접 체감 할 수 있으리라 본다.
개인적으로 보면 그가 살아 왔던 시절은 어수선 했으며 그는 어수선한 환경을 회피하려 하기 보다는 적극적인 행동을 보임으로서 이를 직시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갈구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결국 그는 실제 체험을 통한 여러 과정에서 그는 우리를 억압하는 그 실체에 대해 깊은 분노의 감정을 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현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글을 쓰게 하는 동기는 순전한 이기심이며 미학적 열정이고, 역사적 충동이며 정치적 목적이라고 말하며 누구든 글을 쓴 사람은 이 범위를 피해 갈수 없을 것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책을 쓴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병을 오래 앓는 것처럼 끔찍하고 힘겨운 싸움이었음을 고백하기도 한다. 그의 자전적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책은 그 동안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여러 에세이와 더불어 그의 특별하고도 경이로운 인생의 굴곡을 물론 글로서 한 생을 마감한 한 유명 작가의 다채로운 글을 감상하는데 있어 나름 괜찮은 것 같아 누구나 한번 쯤 시간을 내어 읽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