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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착점 ㅣ 밥 리 스왜거 시리즈 1
스티븐 헌터 지음, 하현길 옮김, 최진태 감수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탄착점 이 책은 국내에서 더블 타켓이라는 제목으로 개봉 된 영화의 원작 소설로 우리에게는 책 보다는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영화 나름대로 소설에서 찾기 힘든 영상에서 풍기는 강렬한 이미지와 같은 시각적인 감상의 즐거움을 주고 있어서 원작 보다는 영화를 선호하는 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영화보다는 원작에 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생각이다. 수많은 전장에서 훌륭한 자기 몫을 해왔던 천재 스나이퍼가 퇴역 후 왜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게 되었는지 그리고 죽음의 문턱에 이르는 극한적인 고통을 감수하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무언의 자기 소명을 결정하기까지 한 인간의 슬픈 고뇌에 찬 회한의 모습과 이에 따른 작가의 섬세한 심리적 묘사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들을 통한 여러 인간 군상들의 실체가 이 한권의 책에 잘 드러나 있기에 그렇다. 도저히 빠져 나올 수없는 깊은 올가미를 만들어 언론과 공권력을 이용해 한 인간을 잔인하게 파멸시켜 자기의 이익과 이상을 실현 시키고자 하는 타락한 무리들에 대해 죽음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자신에게 씌워진 누명을 같은 방법으로 철저하게 되갚아 버리려 하는 한 연약한 인간의 대결로 압축되는 이야기는 나에게 있어서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짜릿하고 흥미진진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아버지에게서 이어 받은 천재적 저격 기술이 애초 몸에 배었는지 몰라도 주인공 밥 리 스왜거는 저격수로 베트남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지만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에 묶여 자신의 개인적 이해와는 상관없이 명령에 따른 작전 수행을 통해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는데 대한 회의와 특히 저격수 시절 자신의 믿음직한 관측병이었던 동료 도니가 상대편 저격수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자 이를 지켜주지 못한 책임감에 퇴역 후 사회와의 거의 모든 인연을 접고 은거하며 산속에서의 은둔 생활을 즐긴다. 그의 유일한 취미는 자신의 충실한 사냥개인 마이크와 산책을 하거나 애지중지 다루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총을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 가끔 즐기는 사냥이었는데, 어느 날 슈렉이라는 인물로부터 자신이 새로 만든 정교한 탄환에 대한 테스트를 제의 받기에 이른다. 평상시 총과 탄환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밥은 이를 흔쾌히 수락 하고 이에 응하지만, 탄환 테스트 과정에서 베트남전에서 사랑하는 동료 도니를 죽이고 자신마저도 죽음 직전까지 몰아갔던 러시아 저격수와 관련이 있음을 알고 이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돌려주기 위해 그들에게 적극 협력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밥이 모르는 미국 CIA와 같은 첩보기관이 연결된 거대한 음모가 숨겨져 있었으며 게다가 그는 그들의 교묘한 모함에 걸려 대통령 저격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부상을 당한 채 고독한 도망자의 신세가 된다.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밥은 저격수로 다시는 인간을 향해 총을 잡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깨트리고 이를 응징하기 위한 비장의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마초적 기질이 다분한 남성들의 이야기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어 이에 관심이 없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거리감이 있을 것이라 생각 되지만, 스릴과 액션 그리고 땀을 쥐게 하는 고감도의 긴장감을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매우 적절하고 충분한 만족을 주는 좋은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요약 하자면 누명과 복수의 이야기로 으레 누구나 흔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재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코만도나 람보와 같은 작품으로 묶어 임의대로 평가 절하 할 수 없는 작가의 치밀한 구성과 전개 과정에 나타나는 반전 그리고 그에 따른 배경과 인물에 대한 섬세한 묘사 등이 무척 흥미롭고 사실적으로 잘 그려진 소설이 아닐까 싶다. 또한 내용 중에는 구태의연하고 부조리가 가득한 조직사회에 대한 적나라한 고발, 권력 앞에 본성이 시시 때때로 변하는 인간의 나약함이 간간히 드러나 있어 단순한 재미를 떠나 많은 것을 생각 하게 해주는 책이라는 느낌이다. 좀 의아한 것은 이 책이 출간 당시 많은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베스트셀러가 되었음에도 이상하게 국내에서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줄거리의 내용이 다소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에는 동의 하지만, 작품을 통해서 나름대로 충분한 카다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는 것에 이를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지 않나 싶어 많은 독자들에게 한번 읽어 보기를 권한다. 가끔 우리 사회에서 생기는 많은 일들 중 더러 어떤 일은 법의 자비로운 심판에 맡기기보다 이에 똑바로 되갚아주는 무력의 힘이 작용 되었으면 어떨까 하는 공상 아닌 공상을 해볼 때가 있는데, 이 책은 이에 맞는 좋은 예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재미와 함께 그렇지 않아도 그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이 한권의 책을 통해 한꺼번에 해소한 것 같아 좋은 독서의 시간을 즐긴 듯하다.